▲상품으로 받은 책!!주경심
해서 쑥스럽지만 이 자리에서 남편의 고백시를 소개해 볼까 한다.
황량한 벌판에
하이얀 민들레씨앗
하늘에서 내려와
뿌리를 내리고
한 포기 두 포기
조금씩 늘어나
첫 겨울 지나고, 비 한 줌 내리지 않는 가뭄이 와도
그 곳을 지킨 지
어느덧 여덟 해
눈걸음걸음 걸어도 보이는 곳엔
온통 대지엔 노오란 민들레
이 세상 끝나는 곳까지 민들레
이 세상은 민들레 뿐이다…
만난지 여덟 해만에 받은 첫 고백이자 선물이었다. 그런데 선물이랍시고 내민 파란봉투가 처음엔 얼마나 미덥잖고, 마뜩찮던지….
왜 안 그렇겠는가? 파란 봉투 안에 들어있던 것은 상품권도 아니고, 빳빳한 현찰도 아니고 영화 티켓도 아닌 이 시 한편이 전부였으니 얼마나 실망스럽던지…. 처음으로 받은 꽃 선물 앞에서 "국도 못 끓여먹는걸 뭣 땜에 돈을 주고 사왔어요. 다음부턴 돈으로 줘요!!"라고 쏘아붙였던 내가 시 역시 국도 못 끓여먹는 것이어서라기보다는 도통 시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에 자괴감을 느끼며 더 크게 실망을 했었다.
그런데 그 국도 못 끓여먹는 시 한 편이 귀하디 귀한 책이 되어 돌아왔으니 이젠 만천하에 남편의 시를 자랑해도 되겠지? 혹, 시를 이해하신 분은 풀이를 해줘도 무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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