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옥진이
어릴때부터 남을 배려하고 도와주는 성품이 있다며 딸아이 덕에 엄마가 칭찬을 받은 적도 있으니 현대판 효녀라고도 할 수 있다. 안좋은 이야기를 왜 전하느냐는 애어른같은 말에 무슨 어린아이가 그렇게 재잘거릴줄 모르냐며 힐책했던 내가 이제 자라 엄마의 친구는 물론 때론 선배(?)같이 조언까지 해주려 할 때는 마치 든든한 나무하나가 버티고 있는것 같으니 이래서 자식자랑은 곧 팔불출인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엊그제 한 행사에서 딸아이는 에니메이션 코너를 맡아 만화 16컷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코너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나 같으면 빨리 해치우느라고 크레파스나 싸인펜 등으로 대~충 색을 짜 맞추어 칠하고 얼른 마치려 할텐데 딸아이는 3일씩 걸려가며 온 방안에 늘어 놓다시피 했다. 파스텔을 휴지로 펴서 색칠을 하는가 싶더니 면봉에 파스텔을 묻혀 예쁘게 색을 입히기도 했다.
나는 그것을 보며 예전에 느꼈던 답답함과 이질감과는 달리 바로 저런 부분이 저 아이가 나와 다른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행사를 마치고 딸아이는 큰(?)것을 갖게 되었다.
물론 그 행사에 애쓴 일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무언가를 성실하게 최선을 다 한다는 자세가 살아가는데 있어 최후의 보루로서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힘이 된다는걸 스스로 배웠다고나 할까? 나 또한 그런 딸아이를 통해 지금 당장 내 기호에 맞게 빨리 움직여주고 시원시원하게 적응하지 못하더라도 가장 기본적인 중요한것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형제없이 혼자이다보니 자연 엄마와 같이 움직이는것 외에는 다른 사람과 더불어 지낼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않고 당장 제 아빠하고도 서로 성격이 똑같다보니 다른집에는 아빠가 집에 오면 달려들어 뽀뽀도 하고 그런다는데 생전 그러지 않는다고 불만이었다. 그러더니 핸드폰 하나 해주고 나서는 곧바로 자연스레 그부분이 해소되고 있는 듯 하다.
그동안은 전화를 바꿔줘도 할말이 없다고 말을 잘 안하던 아이가 문자메세지로는 제 생각이나 의견을 주고받는 것 같으니 말이다.
4학년 2학기가 되면 해주겠다고 하던 핸드폰을 갑자기 해주게 된것도 예전에 사업관계로 쓰다가 묶어 놓은 번호가 한대 있었던 데다가 이번에 핸드폰 전화기 한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며칠씩 걸려가며 정성을 다해 무언가에 최선을 다한 제 스스로의 복으로 만든 결과물이 아닌가 싶은 것인데 아직 어린아이에게 무슨 핸드폰이냐 할지 모르지만 주로 바깥에 나가있는 나와 연락이 안될 경우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었는데 그런면에서는 잘 한일 같다.
또한 서로 말없음표로만 일관하던 부녀간에 문자메세지로나마 소통이 시작된 걸 보면 세상일이라는게 고정관념을 버려볼 필요도 있는 것이다.
아무튼 딸아이는 이번에 무언가 최선을 다하면 그에 따른 보상이 자연스럽게 자신 스스로부터 주어진다는 이치를 배웠을 것이다. 또 자식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지만 부모도 자식을 통해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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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깍이로 시작한 글쓰기에 첫발을 내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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