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병의 귀환>황소자리
아시아 및 태평양 연안국가들의 원활한 정책 대화와 협의를 주목적으로 하는 협력체인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회의가 지난 19일 ‘부산 선언’과 ‘도하개발어젠다(DDA) 특별성명’을 채택하고 8일간의 일정을 무사히 마치며 성공적으로 폐막했다.
부산 선언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조류독감(AI) 등에 대한 회원국간 공조 강화’ 부분으로 조류독감은 닭 칠면조와 같은 가금류와 야생 조류 등에 감염되는 급성 바이러스 전염병으로써 세계적으로 1930년대 이후 발생하지 않다가, 1983년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이래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인간에게도 감염되어 1997년 홍콩에서 6명이 사망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그 심각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2003년 중국 대륙을 강타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난 달부터 중국 전역에서 조류독감 발생이 끊이지 않더니 마침내 목숨을 잃은 환자 2명이 발생하는 등 중국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는 상태.
특히 조류독감은 1918년 창궐하여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적으로 5000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스페인 독감과 유사하다는 최근의 연구 발표로 인해 제2의 흑사병이 창궐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마저 불러 일으키고 있다.
흑사병은 1347년, 정체 모를 역병이 이탈리아 남단 시칠리아에 상륙한 이래, 단 3년 만에 유럽인의 절반을 휩쓸어 버렸다. 이후 프랑스에 둥지를 튼 흑사병은 3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유럽 대륙 전체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으며, 절정에 이르렀던 1665년에서 1666년의 런던에서는 매주 60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내던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이었다.
얼마 전 출간되었던 <전염병의 세계사>(이산)가 선사시대부터 오늘날까지 흑사병과 같은 전염병이 인류의 역사에 미친 영향을 다루었고, <흑사병>(한길사)이 흑사병의 전모를 파헤친 '흑사병 보고서'에 다름없다고 한다면 최근작 <흑사병의 귀환>(황소자리)은 우리가 이제껏 알고 있었던 흑사병에 대한 정보들이 터무니없이 잘못된 오해와 무지로 점철된 것이었다는 것을 밝혀주고 있다는 점에 대해 주목할만 한다.
저자인 스잔 스콧과 크리스토퍼 던컨 교수는 13년 간 유럽의 전염병을 연구 결과를 토대로 흑사병이 수인성 전염병(水因性 傳染病), 즉 물과 같은 음료수에 의해 유행을 일으키는 전염병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직접 전염되는 미지의 바이러스성 전염병이었으며, 나아가 이 전염병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기나긴 시간 잠복하고 있을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17세기 흑사병이 자취를 감출 무렵 유럽 각국에서는 공중보건 정책과 주민들의 건강 및 발육상태가 흑사병에 맞설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좋아졌으며, 특히 300여 년간 흑사병과 대항하면서 축적되어 온 내성 항체가 만들어졌다는 점은 흑사병 확산을 차단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전염병 바이러스 역시 생존을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
현대 사회의 첨단 의료 기술로도 어쩔 수 없었던 2003년도 중국에서 발생했던 사스와 현재 창궐하고 있는 조류독감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특히 단순한 전염병에 의한 문제뿐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는 지나친 기우가 아니라 이미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왔으며, 사스와 조류독감을 능가하는 21세기형 신종 흑사병이 도래할 수 있음을 반드시 주지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의 선조들이 처절한 죽음으로 맞서면서 오늘날의 우리가 있게 만든 것처럼 우리 또한 후손들에게 부끄러움 없는 역사와 밝은 미래를 제시해 줘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황소자리 / 1만4천원)
[경영] 인정 받는 팀장은 분명 따로 있다 – 김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