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흑사병이 도래한다

[이주의 오마이북] 11월 셋째 주, 이 책을 주목하자

등록 2005.11.21 15:02수정 2005.11.2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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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흑사병의 귀환 – 수잔 스콧, 크리스토퍼 던컨

<흑사병의 귀환>
<흑사병의 귀환>황소자리
아시아 및 태평양 연안국가들의 원활한 정책 대화와 협의를 주목적으로 하는 협력체인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회의가 지난 19일 ‘부산 선언’과 ‘도하개발어젠다(DDA) 특별성명’을 채택하고 8일간의 일정을 무사히 마치며 성공적으로 폐막했다.


부산 선언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조류독감(AI) 등에 대한 회원국간 공조 강화’ 부분으로 조류독감은 닭 칠면조와 같은 가금류와 야생 조류 등에 감염되는 급성 바이러스 전염병으로써 세계적으로 1930년대 이후 발생하지 않다가, 1983년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이래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인간에게도 감염되어 1997년 홍콩에서 6명이 사망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그 심각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2003년 중국 대륙을 강타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난 달부터 중국 전역에서 조류독감 발생이 끊이지 않더니 마침내 목숨을 잃은 환자 2명이 발생하는 등 중국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는 상태.

특히 조류독감은 1918년 창궐하여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적으로 5000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스페인 독감과 유사하다는 최근의 연구 발표로 인해 제2의 흑사병이 창궐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마저 불러 일으키고 있다.

흑사병은 1347년, 정체 모를 역병이 이탈리아 남단 시칠리아에 상륙한 이래, 단 3년 만에 유럽인의 절반을 휩쓸어 버렸다. 이후 프랑스에 둥지를 튼 흑사병은 3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유럽 대륙 전체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으며, 절정에 이르렀던 1665년에서 1666년의 런던에서는 매주 60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내던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이었다.

얼마 전 출간되었던 <전염병의 세계사>(이산)가 선사시대부터 오늘날까지 흑사병과 같은 전염병이 인류의 역사에 미친 영향을 다루었고, <흑사병>(한길사)이 흑사병의 전모를 파헤친 '흑사병 보고서'에 다름없다고 한다면 최근작 <흑사병의 귀환>(황소자리)은 우리가 이제껏 알고 있었던 흑사병에 대한 정보들이 터무니없이 잘못된 오해와 무지로 점철된 것이었다는 것을 밝혀주고 있다는 점에 대해 주목할만 한다.


저자인 스잔 스콧과 크리스토퍼 던컨 교수는 13년 간 유럽의 전염병을 연구 결과를 토대로 흑사병이 수인성 전염병(水因性 傳染病), 즉 물과 같은 음료수에 의해 유행을 일으키는 전염병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직접 전염되는 미지의 바이러스성 전염병이었으며, 나아가 이 전염병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기나긴 시간 잠복하고 있을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17세기 흑사병이 자취를 감출 무렵 유럽 각국에서는 공중보건 정책과 주민들의 건강 및 발육상태가 흑사병에 맞설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좋아졌으며, 특히 300여 년간 흑사병과 대항하면서 축적되어 온 내성 항체가 만들어졌다는 점은 흑사병 확산을 차단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전염병 바이러스 역시 생존을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

현대 사회의 첨단 의료 기술로도 어쩔 수 없었던 2003년도 중국에서 발생했던 사스와 현재 창궐하고 있는 조류독감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특히 단순한 전염병에 의한 문제뿐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는 지나친 기우가 아니라 이미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왔으며, 사스와 조류독감을 능가하는 21세기형 신종 흑사병이 도래할 수 있음을 반드시 주지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의 선조들이 처절한 죽음으로 맞서면서 오늘날의 우리가 있게 만든 것처럼 우리 또한 후손들에게 부끄러움 없는 역사와 밝은 미래를 제시해 줘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황소자리 / 1만4천원)

[경영] 인정 받는 팀장은 분명 따로 있다 – 김경준

<인정 받는 팀장은 분명 따로 있다>
<인정 받는 팀장은 분명 따로 있다>원앤원북스
소위 잘 되는 회사와 안 되는 회사의 60가지 차이점을 통해 잘 되는 회사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그 노하우를 명쾌하게 제시했던 <잘 되는 회사는 분명 따로 있다>.

증권회사, 경제연구소, 컨설팅회사 등 다양한 직장에서 월급쟁이 경험을 했던 저자가 제시하는 60가지 실천 덕목을 통해 직장생활이 단순한 밥벌이가 아닌 자기 인생의 CEO가 되는 과정이라고 설파하는 <뛰어난 직원은 분명 따로 있다>.

위에 소개한 두 작품을 통해 기업 경영의 혁신과 직장인의 성공적인 자기계발의 실천 방안을 제시했던 경영회계컨설팅 분야의 글로벌 리더 딜로이트(Deloitte)의 한국회원인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의 파트너 김경준씨가 ‘경영코칭 3부작’, 이른바 ‘분명 따로 있다 시리즈’의 완결편인 <인정 받는 팀장은 분명 따로 있다> 를 새롭게 선보였다.

팀장은 회사를 떠받치는 기둥이자, 실적을 쌓아야 하는 세일즈맨이며 경영자이고 혁신가라고 할 수 있다. 즉, 뛰어난 자질을 갖춘 직원이 경험과 실적을 통해 인정 받는 팀장으로 성장하고 결국 잘되는 회사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때, 이 책은 전작들과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면서 ‘팀장’이라는 존재가 조직에서 인정 받을 수 있는 비결에 대해 명쾌하고 실질적인 60가지 조언을 들려주고 있는 독립된 저작이라고 할 수 있다. (원앤원북스 / 1만3천원)

[경영] 블링크 – 말콤 글래드웰

<블링크>
<블링크>21세기북스
스티븐 레빗의 <괴짜 경제학>과 더불어 올 상반기 아마존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 1위를 경쟁했던 말콤 글래드웰의 <블링크>가 드디어 출간되었다.

전작 <티핑 포인트>가 전혀 주목받지 못하던 제품이 어느 순간, 갑자기 뜨게 되는 순간과 이유를 과학적으로 밝혔던 책이었다면, 이 책은 처음 2초 동안 내렸던 순간적인 결정이 신중하게 내리는 결정 못지않게 훌륭할 수 있다는 도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어떠한 사람이나 일에 맞닥뜨렸을 때, 혹은 긴박한 결정을 내리는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는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나 느낌을 받게 된다. 그 순간은 2초 정도로 아주 짧지만 강력하다. 경우가 다르지만 야구에서 타자는 투수가 공을 릴리스 한 이후 0.3초 이내에 그런 판단을 모두 마친 다음 스윙을 시작해야 한다고 봤을 때 충분히 긴 시간일 수도 있다.

저자는 이 2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사람의 머리 속 무의식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순간적인 찰나의 판단 과정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의 생각 체계를 조직화하여 가장 성공적이고 이상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를 밝혀주고 있다.

자, 제목이 갖는 본연의 뜻 그대로 블링크! 느꼈을 것이다. 이 책의 우리의 의사결정 지침서중 최고의 스테디셀러가 될 수 있는 티핑 포인트에 도달했다는 것을. (21세기북스 / 1만3천원)

[인문] 우울한 열정 – 수잔 손택

<우울한 열정>
<우울한 열정>시울
‘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 ‘새로운 감수성의 사제’, ‘예술에 온 정신이 팔린 심미주의자’, “동시대 미국 문단의 악녀’ 등 화려하기 그지없는 이 수 많은 수식어 뒤에는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 최고의 에세이 작가이자, 뛰어난 소설가이며 예술평론가인 수잔 손택이 있다.

“해석은 지식인이 예술과 세계에 대해 가하는 복수다”라는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담은 평론모음집 <해석에 반대한다>를 통해 내용이 아닌 형태를 중요시하고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경계를 허무는 등 전후 비평의 전통적인 태도를 날카롭고도 시원스럽게 비판했던 수잔 손택.

문학, 철학, 예술 등 전방위적인 영역을 넘나들며 ‘수전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뉴욕 지성계는 그녀를 만들어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뉴욕 지성계의 여왕으로 군림했던 그녀가 지난 2004년 12월 백혈병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은 안타까웠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그녀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게 된 점은 너무나 반가운 일이다.

이 책은 수잔 손택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던 정신적 절정기인 1980년에 쓴 세번째 에세이 집으로 앙토냉 아르토, 엘리아스 카네티, 레니 리펜슈탈, 발터 벤야민, 폴 굿맨과 롤랑 바르트와 같이 그녀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던 일곱 명의 서구 아방가르드 지식인들에 대한 인물 평전이자 수전 손택 자신의 정신적 자서전으로 그녀만의 거침없고 거만하면서도 동시에 순수하고도 인간적인 따뜻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시울 / 1만6천원)

[문학] 세계 챔피언 – 로알드 달

<세계 챔피언>
<세계 챔피언>
지난 추석 개봉했던 팀 버튼 감독과 조니 뎁 주연의 <찰리와 쵸콜릿 공장>을 비롯하여 <그렘린>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 <마틸다> 등 가족 영화로써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들의 공통점은 다름 아닌 로알드 달의 동명 어린이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것.

‘책은 절대로 아이들을 억눌러서는 안되며, 재미와 흥미, 호기심이 넘치고, 짜릿한 모험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라고 했던 로알드 달의 말마따나 그의 작품들은 뛰어난 상상력과 기발한 반전을 바탕으로 한 치밀한 구성과 생동감 넘치는 언어 표현을 통해 전 세계의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성인 독자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에 소개된 <세계 챔피언>은 전작 <맛>에 이은 그의 두 번째 베스트 집으로 단편소설이라고 무시해도 상관 없다. 오히려 단편 소설이 갖고 있는 스피디하고 깔끔한 전개와 눈깜짝할 사이에 벌어지는 놀라운 반전으로 인해 ‘가장 대담하고, 신나고, 뻔뻔스럽고, 재미있는 동화작가’ 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로알드 달의 진수를 충분히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연작소설인 <끌로드의 개> 주인공이자, 작가의 분신과도 다름없는 끌로드를 내세운 <세계 챔피언>과 <피지 씨>를 비롯하여 <조지 포지> <로열 젤리> 등 로알드 달의 탁월한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통해 이야기 꾼들의 ‘세계 챔피언’의 그가 펼치는 감칠 나는 소설의 ‘맛’을 느껴보자. (강 / 1만원)

[에세이] 신현림의 싱글맘 스토리 – 신현림

<신현림의 싱글맘 스토리>
<신현림의 싱글맘 스토리>휴먼앤북스
시인이자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신현림씨의 신작 에세이 집. 전작 <아 인생찬란 유구무언> <나의 아름다운 창> <신현림의 굿모닝 레터> 등에서 보여줬던, 시인의 감성과 사진작가로서의 예술미가 물씬 풍겨났던 작품들과는 달리 이번 작품은 놀랍게도 화려한 작가라는 수식어 뒤에서 고통과 시련을 안고 사는 ‘싱글맘’으로서의 신현림이 이혼의 상처를 지니고 홀로 아이를 키우며 당당하게 살아가는 삶을 얘기한다.

이혼녀라는 곱지 않은 시선 속에서 홀로 아이를 키워가는 삶의 고단함과 아이 만으로는 부족한 가슴 깊은 외로움, 그러한 절망 속에서 솟구치는 삶의 의지와 창작 욕구에 대해 유명작가로서의 허세와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의 싱글맘 자신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신경림은 말한다. “생의 빛나는 고행자들이여, 힘내시라. 밝고 아름답게 살려는 나날의 그림자 한 켠은 너무 무겁고 우울하다. 나의 그늘진 구석이 나만의 것이 아니리라 생각한다. 글을 쓰면서 어리석은 점을 참회하고 또다시 내 발길이 미래로 향하는 동안, 조금은 지혜롭고 성숙해지겠지. 싱글맘 뿐만이 아니라 정신이 싱글인 자들 누구나 내 글을 읽으시고 불완전한 생 앞에 조금이라도 넉넉해지고 위안이 되었으면 좋으리라”.

그녀의 아포리즘이 짙게 드러남으로써 여타 자전적 에세이와는 품격을 달리한다. (휴먼앤북스 / 1만원)

[어린이] 책만 보는 바보 – 안소영

<책만 보는 바보>
<책만 보는 바보>보림
이덕무가 누구인가? 조선 후기 정조 때의 서얼출신 실학자로서 고단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박림강기하고 시문에 능하여 홍대용, 박지원 등과 사귀고 박제가, 유득공, 이서구와 함께 <건연집(巾衍集)>이라는 시집을 냈으며 이것이 청나라에까지 전해져서 이른바 사가시인(四家詩人)의 한 사람으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던 인물이 아니던가?

젊은 날을 회고해 정리한 자서전 제목도 <간서치전(看書痴傳)>이었고, 스스로 간서치, 즉 ‘책만 보는 바보’라고 불렀을 정도로 책을 사랑했던 이덕무.

출세하기에는 제약이 심했던 조선시대의 서얼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책의 힘을 바탕으로 신분을 넘어서는 공명과 시대의 변혁을 꾀할 수 있었던 실학자로서 이름을 날릴 수 있었던 그였기에 독서가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는 일인지 우리 어린이들에게 일깨워주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인물은 없었을 듯하다.

저자는 이덕무가 주인공이 되어 독서에 대한 예찬과 동시에 조선 시대를 함께 살았던 벗들과 스승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며 느꼈을 기쁨과 슬픔, 희망과 좌절을 헤아림과 동시에 섬세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 (보림 /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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