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코라 해변과 넬슨 호수를 거닐다

[살아있는 뉴질랜드 여행정보] 남섬 북부 지역

등록 2005.11.21 21:00수정 2005.11.2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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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는 트램핑(tramping, 등산)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길이 매우 많다. 이 중 가장 이용도가 높은 9개의 산길을 그레이트 워크(Great Walks)라고 한다. 이 중 3개는 북섬에, 6개는 남섬에 있으며 남섬의 가장 북쪽에 있는 그레이트 워크가 아벨 타스만 해변 트랙(Abel Tasman Coastal Track)이다. 이 길에서는 해변을 걷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썰물 때를 잘 맞추어 걸어야 한다. 이번 여행의 주 목적은 이 길을 걷는 것이다.

a 카이코라 물개

카이코라 물개 ⓒ 이규봉

2003년 9월 30일 처음으로 긴 여행을 떠났다. 오전 6시경에 출발하여 카이코라(Kaikoura)와 넬슨(Nelson)을 경유하여 오후 4시경에 마라하우(Marahau)에 도착하였다. 카이코라의 해변과 해변을 감싸고 있는 웅장한 산 그리고 산봉우리를 덮고 있는 눈이 함께 어울러 보여주는 경치는 매우 아름다웠다.


고래 관찰하기로 유명한 이 곳은 크라이스트처치와 가까우니 다시 한번 들르기를 기약하며 북쪽으로 향하였다. 가는 도중 해변에서 쉬고 있는 물개의 모습과 함께 1번 국도를 따라 이어지는 해변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

아침부터 내리던 비는 넬슨에 도착할 때도 계속 와 시내 구경은 하지도 못한 채 바로 모투에카(Motueka)로 갔다. 그곳 관광안내소에서 미리 예약한 산장 이용권을 받은 후 마라하우에 도착하니 비가 그쳤다.

숙소인 'The Barn'은 트랙의 입구에 가까이 있었다. 우리가 예약한 방은 오두막 같은 작은 집으로 그 안에 더블과 싱글 침대가 하나씩 놓여 있었다. 주방과 화장실은 공동으로 사용하였는데 모두 깨끗하였다.

다음날은 다행히도 날이 개었다. 오전 7시에 출발하여 바다의 경치와 숲 속의 경치를 함께 음미하며 하염없이 걸었다. 오후 3시 정도 되어 목적지인 바크만(Bark Bay) 산장에 도착하였다. 거의 7-8시간을 걸은 셈이다. 발에는 물집이 몇 군데 생겼다.

산장의 주방에는 아무런 시설이 없었고 전기조차 없어 일찍 저녁을 해 먹고 자야 했다. 침대는 온 순서대로 차지하였다. 10월 2일 썰물에 맞추어 오전 8시에 출발하였다. 날은 매우 화창하였다. 12시 쯤 아와로아 산장에 도착하였다.


산장 앞에는 모래가 넓게 깔려있고 뒤에는 숲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오후에는 만조가 되면서 바로 산장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오전과 매우 대비되었다. 이곳에는 독립된 3개의 방이 있었는데 다행히 우리가 제일 먼저 도착해 문가에 있는 작은 방을 택하였더니 결국 우리만 쓰게 되었다.

a 아와로아 산장

아와로아 산장 ⓒ 이규봉

10월 3일 그 좋던 날씨는 다시 변하여 단순한 비바람이 아닌 폭풍우로 변했다. 돌아가는 배가 10시에 한번만 운행한다는 연락을 받고 아침 썰물에 맞추어 8시 조금 지나 산장을 출발하였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거의 무릎까지 오는 차가운 바닷물을 건너 토타라누이(Totaranui)로 향하였다.


세찬 비바람 때문에 주변 경치는 감상할 여지가 없었다. 발걸음을 재촉하여 목적지에 10시경 도착하였다.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배가 뜰 것 같지 않는데 배가 왔다. 11시경 이 배(수상택시; 아쿠아 택시)에 승선하여 폭풍우를 뚫고 1시간을 가니 마라하우이다.

처음 한 20분은 새로운 경험으로 즐거웠으나 비를 계속 맞고 항해를 하니 힘이 들었다. 배는 해변에 도착하자 바로 차에 연결되어 그대로 육지로 올라가 주차장에 세워졌다. 거기서 우리 차가 주차되어 있는 The Barn까지 걸어가 젖어 있는 몸을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였다.

a 썰물 때 아와로아 산장 앞

썰물 때 아와로아 산장 앞 ⓒ 이규봉

a 폭풍 속의 수상택시

폭풍 속의 수상택시 ⓒ 이규봉

콜링우드(collingwood)로 가는 길에 타카카(Takaka)에서 점심을 먹고 숙소인 콜링우드 모터캠프(Collingwood Motor Camp)에 도착하니 4시쯤 되었다. 코티지(Cottage)라는 곳에 묵었는데 한 방에 여러 개의 침대가 놓여 있고 주방과 화장실이 겸비된 조그마한 단독 집이었다.

비 때문에 충분한 관광은 하지 못하고 푹 쉬었다. 다음날 골든만(Golden Bay) 끝자락에 있는 페어웰 스핏(Farewell Spit)에 갔다. 관광안내소는 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있었는데 언덕 위 경치 좋은 곳에 자리하였다. 앞에 있는 농장을 가로 질러 언덕 위에서 페어웰 스핏을 사이에 두고 양쪽 바다를 감상하였다.

a 페어웰 스핏(Farewell Spit)

페어웰 스핏(Farewell Spit) ⓒ 이규봉

넬슨 호수 국립공원이 있는 세인트 아르나우드(St. Arnaud)의 숙소 알파인 롯지(Alphine Lodge)에 도착하니 4시쯤 되었다. 숙소는 예약된 것과는 달리 아파트를 얻었다. 매우 비쌌지만 시설이 아주 좋았다. 로토이티(Rotoiti) 호수 주변을 가볍게 산책하였다. 호수의 전경은 매우 아름다웠다.

시간이 늦어 다음날 아침 트램핑하기로 했으나 눈이 많이 내렸다. 눈 속에서 바라보는 호수는 절경이었으나 흐린 날씨 때문에 더 이상 즐기지 못하고 아쉬움을 남긴 채 남쪽을 향하였다.

a 로토이티 호수

로토이티 호수 ⓒ 이규봉

세인트 아르나우드에서 65번 국도로 오다 7번 국도를 타고 CHCH로 내려오는 길의 경치는 한번만 보기에는 너무나 아까울 정도로 장관이었다. 오는 길에 마우리나(Maurina) 온천에 들렸다.

개인탕 창밖으로 높은 산과 내리는 눈을 함께 바라보며 온천을 하는 것은 일품이었다. 그러나 탕은 좁고 물도 마음대로 틀 수 없으며 샌드플라이가 있어 불편하였다. 다양한 날씨를 모두 경험한 이번 여행은 만족스러웠으며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여행정보

일정

1일: 출발(6시) -> Kaikoura(9시-10시) -> Nelson(2시) -> Marahau(4시)
2일: 출발(7시) -> Bark Bay 산장(3시)
3일: 출발(8시) -> Awaroa 산장(12시)
4일: 출발(8시) -> Totaranui(10시-11시) -> Marahau(12시-1시) -> Collingwood(4시)
5일: 출발(9시) -> Farewell Spit(10시-1시) -> St. Arnaud(4시)
6일: 출발(11시) -> Maruia Springs(1시-3시) -> CHCH(6시)

숙박(어른 2, 아이 1명 기준)
The Barn(family $62, 4 Harvey Rd, Motueka, 03-527-8043)
Bark Bay Hut, Awaroa Hut(Dorm $35, www.doc.govt.nz)
Collingwood Motor Camp(Cottage $64, William St, Collingwood, 0800-439-554)
Alpine Lodge(Apartment $140, Main Rd, St. Arnaud, 0800-367-777,
enquiries@alpinelodge.co.nz , www.alpinelodge.co.nz)
The Yellow House YHA(Main Rd, St. Arnaud, 03-521-1887,
theyellowhouse@xtra.co.nz)

경비(어른 2, 아이 1명 기준 총 $650)

숙박 $336(5박), 식대 $122(외식 $30, 부식 $92), 차량 $83(1240km)
관광 $110(2인 온천 $30, 수상택시 $80)

여행을 마치면서

Abel Tasman Coastal Track의 산장을 이용하려면 성수기인 10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는 예약을 해야 한다. 예약은 www.doc.govt.nz에서 Great Walks로 들어간 다음 Abel Tasman Coastal Track을 클릭하여 필요한 예약서류를 내려받아 작성한 다음 보내거나 Motueka 관광안내소(03-528-0005, mzpvin@xtra.co.nz, www.motueka.net.nz)로 연락하면 된다.

여행 4일째는 폭풍우가 아니라면 Totaranui에 11시 정도에 도착할 수 있고 수상택시로 관광을 즐기면서 1시쯤 Marahau에 도착할 수 있다. St. Arnaud에서는 휴양 차 2박 정도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아름다운 호수가의 길을 충분히 음미하며 산책할 수 있다. Alpine Lodge에도 배낭여행자를 위한 도미토리가 있는데 침낭을 따로 준비해야 한다. YHA 호스텔인 The Yellow House는 침구가 준비되어 있다.

덧붙이는 글 | <크라이스트처치 Korea Review>에도 연재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크라이스트처치 Korea Review>에도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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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통해 사회를 분석한 <오지랖 넓은 수학의 여행>, 역사가 담긴 자전거기행문 <미안해요! 베트남>, <체게바를 따라 무작정 쿠바횡단>, <장준하 구국장정6천리 따라 자전거기행> 출간. 전 대전환경운동연합 의장, 전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장, 현 배재대 명예교수, 피리와 클라리넷 연주자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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