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조개구이문일식
봄이 오면 봄대로, 겨울이 오면 겨울대로 한없는 운치가 있는 곳이 바로 융건릉이 아닌가 합니다.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습니다. 묘였던 아버지의 묘지를 릉으로 격상했고, 장헌세자로 추존했으며, 용주사를 지어 아버지의 명복을 빌게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융릉과 건릉은 표면적으로 차이가 있는데, 장헌세자의 릉에는 건릉에도 없는 병풍석이 둘러쳐져 있고, 왕에게만 세우는 무인석도 세워져 있습니다. 그만큼 정조는 아버지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절절하게 표현을 했던 것입니다.
단적으로 융릉을 자주 참배했던 정조는 능행길에 송충이가 융릉 주변의 소나무를 갉아먹자 "아무리 하찮은 미물이라도 그 행동을 용서할 수 없다"며 씹어 죽인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합니다. 이제 푸른 잔디는 없지만 누렇게 익은 잔디 위에 잠시 누워 늦가을의 갸날픈 햇살을 잠시 받아봤습니다.
융건릉에서 나와서는 제부도로 향했습니다. 양 옆으로 바닷길을 아슬아슬하게 건넌 후에야 '섬이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곳. 근교로 바다를 보러 오는 사람들, 조개구이에 술 한 잔 하며 왁자지껄함을 즐기려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유혹하는 조개구이집들 속에서 누가 수요자이고 누가 공급자인지 잠시 헷갈렸습니다. 아무 곳이나 들어가 앉아 말하지 않아도 절로 나올 법한 조개구이에 왕새우구이를 추가하면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모두 소주 잔에 소주를 들이붓고는 건배를 할 것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