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소방 용역 자격 기준 논란

한수원 "규정대로 할 뿐", 소방용역업체 "원전 경력 없는 기준은 '봐주기'"

등록 2005.11.24 10:30수정 2005.11.2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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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력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원자력발전소의 소방용역 입찰 참가 자격 기준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한국수력원자력(주) 울진원자력본부가 최근 실시한 소방설비 점검 및 정비용역 품질평가에서 기술 심사기준을 일부 바꾸면서부터다. 울진원자력본부는 이번 평가에서 기술인력 확보 기준을 종전의 7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대신, '원전 경력자'라는 항목은 제시하지 않았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하는 한 작업자가 발전소 내부 소화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하는 한 작업자가 발전소 내부 소화설비를 점검하고 있다김경식
이에 일부 소방용역업체들은 "불량업체를 양산하게 될 무분별한 기술 자격 완화"라고 크게 반발하며 특정업체 봐주기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한수원 쪽은 품질보증절차 근거에 따라 심사규정을 변경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소방용역업체 A 관계자는 "국민 생명과 재산에 밀접하게 관련되는 원자력발전소 업무 특성상 발전소의 화재방호를 책임지는 업체의 기술은 더욱 강화되어야 함에도 기술자격 기준을 오히려 약화시킨 것은 특정업체 봐주기용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기술인력 기준을 강화했는데 웬 '봐주기'?

한수원은 울진 등 4개 원자력발전소의 화재방호설비 점검 및 정비 용역업체를 2년마다 경쟁 입찰을 통해 선정한다. 또 품질등급 심사를 실시해 상위등급인 Q등급을 받은 업체에게만 입찰 참가 자격을 주고 3년마다 이를 갱신하도록 하고 있다. 입찰과 계약은 본사가 맡고 품질등급 심사는 울진원자력본부에서 주관한다.

이번 논란과 관련, 한수원 쪽은 일부 업체들이 품질보증절차 규정을 모르는 데서 비롯한 오해라고 해명했다. 기술 기준 또한 약화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되었다고 주장했다.


성광수 한수원 홍보실 과장은 "화재방호 관리 규정은 변하지 않았고, Q등급 심사규정만 일부 변경되었다"면서 "품질보증절차를 근거로 해서 세부 내용은 사업소 특성에 맞게 심사 규정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규정 위배니 특정업체 봐주기니 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말했다.

소유섭 울진원자력본부 전력설비 과장도 "일부에서 제기하는 '원전 경력'이라는 항목은 본 개정 전후 심사기준에 언급된 것이 아니라, Q등급 업체간 경쟁입찰 시 적용하는 원전 소방용역 사업수행능력 평가 기준에 반영된 것"이라며 "Q등급 진입장벽 완화와는 전혀 관련 없다"고 해명했다.


소 과장은 "어떤 업체가 좋은 품질의 Q등급 제품을 납품하고 싶으면 모든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그 절차와 기준은 우리가 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정 업체에서 그 기준을 맞추지 못하니까 기술 기준을 완화한 것이 아니냐고 따지는 것"이라며 제기된 '봐주기' 의혹을 일축했다.

원자력발전소 내부에 설치된 화재감지 수신반
원자력발전소 내부에 설치된 화재감지 수신반김경식
원자력발전소 근무하려면 원전 경력은 필수

그러나 원자력 전문가와 현장에서 일하는 용역업체 직원들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수원이 제시한 품질평가 기술인력 보유현황 기준에서 ▲원전 경력자 항목이 빠진 점 ▲소방시설 관리업 또는 공사업 1년 경력의 소방기술사를 사업관리책임기술자로 한 점 ▲인력확보 정도를 국민연금이나 의료보험 납부내역서로 확인하도록 한 점 등이 의혹의 핵심.

한국원자력연구소 관계자는 "원자력발전소는 국민 안전과 직결되고 대충대충 관리할 수 없는 시설물이기 때문에 기술 인력의 경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할 기술인력을 뽑으면서 원전 경력을 필수로 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B원자력발전소에서 소방설비 점검 및 유지보수 일을 하고 있는 P씨도 "일반 경력 10년보다 원자력발전소에서 1년 근무한 경력이 훨씬 높게 평가되고 있다"면서 "국민 안전을 위해서도 발전소에 근무하려는 사람에게 원전 경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소방업체 관계자는 "원전 소방용역은 국가 방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설계·감리업무를 하는 소방기술사가 점검 및 유지보수 업무 관리책임자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행정업무를 했는지 기술업무를 했는지 알 수 없는 국민연급 납부내역서 대신 소방서 기술인력 등록표로 경력을 투명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소방법규에 따르면 "소방기술사가 할 수 있는 업무는 설계·감리·시공"이라고 밝히고, 다만 방화관리자로 선임된 경우에만 소속된 건축물에 한해 종합 정밀점검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마이가리' 경력 인정 가능성도 문제

발전소의 비상조명등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발전소의 비상조명등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김경식
이에 대해 울진원자력본부 쪽은 "원자력발전소는 소방설비 점검뿐만 아니라 유지보수 업무도 필요한 시설물"이라며 "Q등급 업체에 더 높은 단계의 기준을 요구하기 위해 소방시설관리사의 유지보수 업무를 기술적으로 도울 수 있는 소방기술사를 이번에 포함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울진원자력본부는 이와 함께 기술인력의 이른바 '마이가리(가짜)' 경력 의혹과 관련 "국민연금 및 의료보험 납부내역서로 기술인력의 경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면 소방안전협회에서 발급하는 경력수첩 등의 활용을 제도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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