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쉬자후이, 세련된 사람들만 모여라

[상하이 탐험⑪]중국 부자들의 번화가에 가다

등록 2005.11.24 16:03수정 2005.11.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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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쉬자후이 로타리에 있는 강후이 광장. 쌍둥이 고층빌딩 사이로 보이는 상하이 가을하늘이 싱그럽다.

쉬자후이 로타리에 있는 강후이 광장. 쌍둥이 고층빌딩 사이로 보이는 상하이 가을하늘이 싱그럽다. ⓒ 유창하

중국 상하이 쉬자후이(徐家匯)는 난징루(南京路)에 버금가는 번화한 지역이지만 상하이를 가끔 찾는 방문객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는 상권 지역으로 상하이 부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거주지로 역사가 있는 전통적 상업 지구이다.

쉬자후이 일대는 상하이 근대문화의 발상지이며 현재도 상하이에서 손꼽히는 번화한 거리이다. 전통적 상업지구 역사만큼 쉬자후이에는 많은 근대문물 유입 과정의 역사유적이 있다.


명나라 때 과학자며 천주교 전래자인 쉬광치(徐光啓)가 자란 지역이기도 하여 서광치 능이 있는가 하면, 프랑스가 건축한 '쉬자후이 대성당'과 '쉬자후이 천문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선진 서구 교육을 도입하여 교육한 150년 오랜 전통의 쉬후이중학(徐匯中學)과 110여 년의 교통대학(交通大學)이 자리 잡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발음이 조금 어려운 '쉬자후이'라는 지명의 유래는 "옛날 쉬(徐)씨 마을이 이 지역에 있었고, 상하이 바깥에서 물이 휘몰아쳐오는 후이(匯) 즉 물돌이 치는 강줄기 이었다" 하는 말에서 붙인 이름이 쉬자후이(徐家匯)이다.

세련된 사람들이 모여드는 대형백화점 밀집지역

a 쉬자후이 음식거리에는 손님들로 북적된다. 개업하면 꼭 폭죽을 터트린다. 폭죽 잔해물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쉬자후이 음식거리에는 손님들로 북적된다. 개업하면 꼭 폭죽을 터트린다. 폭죽 잔해물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 유창하

상하이 교통 중심지에 위치한 쉬자후이는 화려한 상업지역으로 대형 백화점과 대형 상가들이 밀집해 들어서 있어 유동인구가 많다. 강후이광장, 동방상샤, 태평양백화점, 후이진백화점, 6백화점 등의 대형 백화점이 밀집해 있고 메이뤼청, 태평양디지탈상가 등 대형 전문상가들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많을 뿐만 아니라 주변에 사무용 빌딩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쉬자후이 거리를 걷다보면 젊은층의 모습이 유난히 많이 띈다.

쉬자후이 중심 교차로에 위치한 대형백화점인 강후이(港匯) 광장은 50층의 고층 쌍둥이 건물로 쇼핑과 주거 건물이다. 강후이광장은 쉬자후이의 화려함을 반영하는 대표적 시설물이다. 강후이 광장에 들어서면 엄청나게 넓은 쇼핑 공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지하철과 연결된 지하 공간으로 올라오는 고객들과 1층의 대형 문으로 들어서는 젊은 여성 고객들의 세련된 복장과 바쁜 듯이 들어오는 고객들의 모습이 한국의 대형 백화점을 찾는 손님들 모습과 흡사하다. 소득이 늘어나면서 세련된 외모의 젊은이들의 맵시와 쇼핑을 즐기는 모습들이 이젠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다.

a 중국 백화점의 특징이 중앙을 터 1층부터 고층 매장까지 다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매장 5층에서 아래를 보고 사진을 찍었다.

중국 백화점의 특징이 중앙을 터 1층부터 고층 매장까지 다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매장 5층에서 아래를 보고 사진을 찍었다. ⓒ 유창하

강후이 광장은 들어서면 1층부터 6층까지 한눈에 매장이 보이도록 확 틔어 있다. 한쪽에서는 에스컬레이터가 부지런히 움직이며 손님을 이동시키고 한쪽으로는 투명 엘리베이터가 손님을 실어 나르고 있다.


상하이에서 대형 백화점을 가보면 놀라운 게 있다. 엄청 크다는 것과 가격이 비싸다는 것, 그리고 어떤 백화점은 엄청 투자했음에도 '파리를 날리고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이곳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라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있는 편이다.

이곳 역시 여느 대형 백화점처럼 중심 홀은 궁전처럼 보이도록 매장의 중간 부분을 한 지붕으로 살려놓고 각층의 매장은 에스컬레이터를 통해서 올라가도록 조형미를 살려놓아 웅장하게 보이도록 하였다.

a 강후이광장 5층에 있는 한국식당. 대장금의 영향으로 한국 요리에 중국인들이 관심이 많다.

강후이광장 5층에 있는 한국식당. 대장금의 영향으로 한국 요리에 중국인들이 관심이 많다. ⓒ 유창하

1층의 화장품과 보석류 매장을 비롯하여 2~6층에는 의류, 서적, 각국 음식점을 비롯하여 영화관, 전자상가 등이 있다. 4~5층에는 한국식 식당들도 보여 드라마 <대장급> 방영 이후 중국인들의 한국 음식에 관한 호기심이 많아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에스컬레이터 육교가 다 있네!

a 쉬자후이 로타리에 설치되어 있는 에스컬레이터 육교. 상하이 번화가에는 이처럼 육교에도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한 곳이 제법있다.

쉬자후이 로타리에 설치되어 있는 에스컬레이터 육교. 상하이 번화가에는 이처럼 육교에도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한 곳이 제법있다. ⓒ 유창하

강후이 광장을 나와 맞은편을 보면 태평양백화점이 있고 백화점 앞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육교가 있다. 상하이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거리를 걸어가다 건너는 육교에 간혹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어 놀랍고 한편으로는 부러워 한 적이 있었다.

푸둥(浦東)에서 지하철 타러 가다 입구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 육교, 징안스(靜安寺) 도심공원을 찾아가다가 부닥친 에스컬레이터 육교, 신천지를 찾아가다 만난 에스컬레이터 육교 등을 접하며 '도시계획 담당자들의 이런 배치들이 상하이를 찾는 방문객들에게 신선한 도시 이미지를 주겠구나!' 하고서 도시 미관을 생각하는 높은 안목이 놀랍기도 하였다.

가끔 상하이 소재 대형백화점 입구에 가보면 도로와 연결된 에스컬레이터에 타는 손님도 없이 장시간 작동하고 있는 것을 볼 때가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에스컬레이터를 저렇게 공회전을 막무가내로 하지 않을 텐데 하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시내 곳곳에 에스컬레이터가 작동하고 있어 도로를 건너기에 이용객들이 편리하다는 생각을 한다. 육교가 애물단지가 되어 이용객이 줄어들어 예산 들여 설치한 육교를 철거하지도 못하고 방치하는 우리나라 육교보다는 낫다는 생각도 들었고, 한편으로는 화려한 겉치레 장식 등에 유별난 애착심을 보이는 중국인의 모습을 재확인 하기도 하였다.

a 쉬자후이의 상징물인 메이루청 돔형 건물. 전자제품의 활황으로 한국의 용산전자상가처럼 활기가 넘쳐나는 곳이다.

쉬자후이의 상징물인 메이루청 돔형 건물. 전자제품의 활황으로 한국의 용산전자상가처럼 활기가 넘쳐나는 곳이다. ⓒ 유창하

강후이 광장을 나와 맞은편으로 가면 커다란 돔형의 메이뤄청(美羅城)이라는 상업건물이 있다. 이 메이뤄청은 싱가폴 메이뤄 지주회사가 설립한 회사로 둥근 건축물이 눈에 크게 띄는 건물이다.

이곳은 1998년도부터 영업을 시작하여 외국 유명 음식 브랜드는 다 들어와 영업을 하고 있다. 서점, 레스토랑, 안경점 등이 있으며 3층에는 악기와 음향기기를 판다. 5층은 극장이다. 지하 1~2층은 디지털 제품을 전시하여 판매한다. 메이뤄청 입구는 젊은이들의 약속 장소로 이름 나 있는 곳이다.

메이뤄청 바로 옆 건물은 대규모 전자상가인 태평양디지털상가(太平洋數碼)가 있다. 이 상가는 현재 상하이와 이웃 도시를 통 털어 최대의 디지털 판매단지이다. 각종 IT 제품이 밀집해 있어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판매된다. 1층은 브랜드 컴퓨터, 노트북, 디지털 제품이 전시되어 있고, 2~3층은 소프트웨어, 조립부품 등을 판매하고 4층은 핸드폰을 판매한다.

우리나라의 용산전자상가와 비슷하다. 최근 디지털 시장의 성장으로 이곳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듯 컴퓨터, 디지털카메라, 휴대폰 등을 찾는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북적대는 모습이 조금은 세련된 '80년대의 용산전자상가 모습'과 흡사하다.

상하이에 처음 와 이곳 태평양디지털상가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한 적이 있다. 그때 구입한 디지털카메라로 아직 큰 고장 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는 다른 백화점 내의 전자상가 매장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므로 할인 가격으로 상품을 구입하기가 용이하지는 않다.

그런데 상하이의 웬만한 대형백화점에서 조차 가전제품, 의류, 가구 등 생활용품 구입할 때 물건에 붙여진 정가를 액면 그대로 사지 않고 보통 할인 가격으로 구입한다. 잘 모르고 액면가대로 주고 사면 억울하기 짝이 없다. 상하이 어느 장소건 어떤 상품도 기본적으로 에누리를 해야 하고 이름난 관광지에서 파는 '짝퉁' 제품의 경우에는 구입할 때 최고 70~80% 까지 할인해 사기도 한다.

도심공원은 상하이 사람들의 열린 사교장

a 아파트와 쉬자후이 도심 공원 모습. 인공호수 위로 이동통로를 설치하여 산책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아파트와 쉬자후이 도심 공원 모습. 인공호수 위로 이동통로를 설치하여 산책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 유창하

쉬자후이의 번화한 거리를 조금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자 하면 쉬자후이 공원이 있다. 임대료가 엄청 비싼 상업지구에 녹지공원이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조성된 면적도 넓다. 중앙에는 인공 호수가 운치 있게 조성되어 있고, 도보로 호수와 녹지공간을 걸어가며 산책을 할 수 있도록 높다랗게 공중에 이동 통로도 설치되어 있다.

공원 한쪽 편에는 오픈식 야외식당이 몇 군데 있고 농구대가 설치되어 있는 청소년 체육시설도 보여 휴식공간으로서 모자람이 없는 아늑한 장소이다. 상하이에 있으면 부러운 것 중의 하나가 도심속 공원이 많다는 점이다. 아파트와 도심공원이 잘 연결된 주거공간이 많다는 것도 상하이의 특징이다(대지는 정부 소유이고 건물을 지을 때 50년~70년 장기 임대형식으로 정부로부터 빌린다).

상하이에 살면서 부러운 것 중 또 하나가 어딜 가나 도심공원이 많다는 것이다. 관리가 잘된 나무들과 말끔한 푸른 잔디밭 그리고 쉴 수 있도록 배려한 벤치가 있다. 무엇보다 접근성이 좋게 '비싼 땅'에 과감하게 조성하였다는 것이 무엇보다 맘에 든다.

가끔 공원에 들르면 사교댄스를 추고 있는 중년들을 만난다. 한둘이 아니고 집단적으로 사교댄스를 배우고, 태극권을 배운다. 어떤 이들은 벤치에 둘러 앉아 색소폰과 아코디언 반주에 맞추어 수준 높은 합창을 하는 광경을 자주 목격한다. 상하이의 공원은 중년들의 건전한 열려 있는 공개적인 오락장이고 사교장인 셈이다.

a 쉬자후이 성당에서 기도하는 소녀 모습이다. 기도용 무릎 받침대가 붙어 있어 이채롭다.

쉬자후이 성당에서 기도하는 소녀 모습이다. 기도용 무릎 받침대가 붙어 있어 이채롭다. ⓒ 유창하

쉬자후이는 상업지역이면서도 근대문명의 발생지라서 근대 유적들이 주변에 많이 있다. 그중 쉬자후이 성당은 빼어난 외양과 웅장한 실내 장식으로 인근의 상하이천문대와 쉬광취 능과 함께 관광지로 찾는 사람들이 많다.

쉬자후이 대성당에 들어서니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소녀가 보인다. 우리네 기도하는 모습과 의자의 배치가 조금 달라 보인다. 무릎을 꿇을 수 있는 작은 턱을 성경책 놓은 받침대 밑에 별도로 만들어 놓은 게 특이하다. 한쪽에서는 주일 예배를 위한 성가대 연습이 한창이고 방문객들을 위한 설명도 한창이다.

쉬자후이는 근대문명의 발생지

a 교통대학 정문 근처에 있는 120년 전통의 교통대학. 전신인 남양공학 건물 잔해가 학교 정문 옆에 보관되어 있다

교통대학 정문 근처에 있는 120년 전통의 교통대학. 전신인 남양공학 건물 잔해가 학교 정문 옆에 보관되어 있다 ⓒ 유창하

그리고 쉬자후이에는 150년 오랜 전통의 쉬후이중학(徐匯中學)과 120년 전통의 교통대학이 자리하고 있다. 쉬후이 중학은 프랑스가 세운 천주교 학교로 출발하였고 교통대학은 청나라 말 1896년에 창립한 중국 내에서도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이다. 쉬후이 중학과 교통대학에는 조기유학 온 한국 학생들과 언어연수 하러 온 한국인들이 많아 낯설지 않다.

근대문명의 발산지이며 교통요충지인 쉬자후이는 젊은 마음으로 유심히 관찰하며 걸어서 찬찬히 돌아보면 상가의 화려함 속에서도 오랜 전통의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어 더욱 정감이 가는 곳이다.

난징루(南京路)가 외국관광객이 많이 둘러보는 번화가라면 쉬자후이는 중국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번화한 상업거리이다. 중국 젊은이들은 쉬자후이에서 맥도날드를 찾고 삼성디지털 카메라와 LG 휴대폰을 찾는다.

a 쉬자후이는 젊은이들의 활기가 넘쳐나는 거리이다.

쉬자후이는 젊은이들의 활기가 넘쳐나는 거리이다. ⓒ 유창하

모처럼 하늘을 쳐다보았다. 쉬자후이의 대표 건물인 강후이 쌍둥이 빌딩사이로 바라본 상하이 가을하늘이 평상시처럼 찌푸린 회색하늘이 아니라 싱그러운 하늘색 빛을 띠어 꼭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상하이와 젊은이들의 밝은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덧붙이는 글 | 유창하 기자는 다음카페 '중국 상하이 한인 모임' http://cafe.daum.net/shanghaivillage 운영자이다. 중국 상하이의 한인들 이야기와 상하이 경제, 문화 ,사회 이야기 등을 전하고자 한다.

덧붙이는 글 유창하 기자는 다음카페 '중국 상하이 한인 모임' http://cafe.daum.net/shanghaivillage 운영자이다. 중국 상하이의 한인들 이야기와 상하이 경제, 문화 ,사회 이야기 등을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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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 기간 오마이뉴스에서 쉬었네요. 힘겨운 혼돈 세상,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일상을 새로운 기사로 독자들께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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