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센터 가족들과 양파를 까고 있는 김유미양(가운데)김범태
지난 27일 경기도 광주시 외곽에 자리 잡은 삼육재활센터의 한 켠. 계절이 옷을 갈아입는 초겨울 아침, 20여 명의 주부들이 모여 앞치마를 질끈 동여매고 있다. 이들은 홀로 사는 노인과 지체장애인, 소년소녀가장 등 우리 주변 생활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김장김치를 담아주기 위해 모인 자원봉사자들이다.
옹기종기 앉아 김치거리를 다듬는 봉사자들의 틈바구니 속에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열심히 무언가에 열중하는 황연수(12·삼육재활초등학교 5)양과 김유미(15·삼육재활중학교 1)양의 모습이 보인다.
휴일도 아랑곳 않고 먼 길을 달려온 봉사대원들을 반갑게 맞이한 이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소외된 이웃들에게 맛있는 김치를 선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틀 전부터 이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단다.
이날 준비된 배추의 양은 2.5톤 트럭 한 대분. 모두 700포기 분량이다. 배추는 충북 괴산의 한 농가에서 절임작업까지 마친 상태로 운송됐다. 배추가 도착하는 사이, 봉사대원들은 무 채썰기와 양념 만들기 등 배추 속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작년에 포기당 500원꼴이었던 배추가 올해는 김치파동을 겪으며 가격이 폭등, 산지에서도 포기당 2000원에 거래됐다. 그나마 좋은 일에 쓴다는 이야기에 싸게 살 수 있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봉사자들은 고추와 마늘 등 양념거리도 직접 재배한 유기농채소로 준비했다. 이렇게 마련한 김장김치는 20Kg들이 상자에 담겨져 광주와 서울지역에 사는 불우이웃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처럼 정성껏 준비하기까진 예산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지만, 도움을 나누려는 이웃들이 십시일반으로 마음을 모아주었다.
이내 연수에게도 첫 임무가 맡겨졌다. 쪽파 까기다. 난생 처음 해보는 김장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손에 익지 않은 일이다 보니 어색하고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불편한 몸 때문인지 칼질이 제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 어느새 연수의 이미와 콧등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옆에 앉아 열심히 양파를 다듬던 유미는 연신 눈물을 훔쳐내기에 바쁘다. 따가운 양파 냄새에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지만, 재활센터 가족들과 함께하는 김장이 재미있는 표정이다. 유미가 한 시간 남짓 동안 언니, 동생들과 깐 양파는 어림짐작으로도 100개는 넘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