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 사금파리 부여잡고 2부 181

심양으로

등록 2005.11.29 19:11수정 2005.11.2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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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여기까지 무슨 일로 온 것인가?"

정뇌경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투로 허리를 죽 펴서 몸을 뒤로 물렸다.


"여기 포로로 잡혀 있는 조선 사람들을 모조리 고향으로 데려가기 위해 왔습네다."

그 말에 정뇌경과 강효원은 입을 딱 벌린 채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것은 너무나 무모한 일이라 여겼기에 그들에게는 장판수가 진심으로 하는 말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짱대가 장판수의 말을 거들었다.

"내 여기까지 장판수 형님을 모셔오며 남한산성에서 오랑캐들과 싸운 이야기를 누차 들은 바도 있고 직접 본 바로는 한양에서는 천하의 쌍놈 정명수를 죽이려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바도 있소이다. 형님은 한다면 하는 분이외다."

"야 이 놈아! 내가 언제 정명수를 죽이려 했네? 돌아가신 차선달이 하려다 못 이루었지."

"허, 형님도 참...... 그래도 어디 그런 일이 보통 배포로 할 만한 일이오?"


"장판수? 자네 이름이 장판수인가? 남한산성에서 용맹하게 싸워 공을 세운 초관이 맞는가?"

정뇌경이 문득 그 이름을 들은 바가 있어 다시 확인해 보았고 장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 자네라면 부족할 것이 없을 터인데 어찌 이리 사서 고생인가?"

정뇌경은 그리 말하며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장판수는 무슨 소리냐며 고개를 흔들었다.

"부족할 것이 없을 터였다니 그게 무슨 말씀입네까?"

"몰랐나? 내 싸움터에서 용맹을 떨친 자네 이름을 누차 들은 바 있었네. 전란이 끝나면 큰 상이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이 어찐 일인가?"

"글쎄, 그건 저도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기런데 포로로 잡혀간 조선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 겁네까?"

정뇌경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차를 홀짝거린 뒤 다른 제안을 해왔다.

"이럴게 아니라 나를 따라 세자 저하를 보필하는 것이 어떤가? 자네 같은 용장은 후에 크게 쓰일 일이 있을 테니 지금부터 세자 저하를 보필한다면 자네와 나라를 위해서 모두 좋은 일이 아니겠나?"

장판수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강하게 내 저었다.

"이보시오. 나으리. 내래 한 사람을 위하는 일을 하고자 여기 온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을 위하고자 여기 온 것입네다."

그 말에 강효원이 "어허"하는 소리와 함께 장판수를 훈계했다.

"어찌 세자 저하를 범인(凡人 : 평범한 자)으로 치부하여 한 사람으로 놓을 있느냐? 무엄한 일이로고."

장판수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내래 이리 무엄하니 공을 세워도 인정 받지 못하는 게 아니겠습네까? 조선 사람들이 모인 곳을 가르쳐 드리지 않으시겠다면 이만 일어나 보갔습네다. 저희들은 한시가 급하니 말입네다."

장판수와 짱대, 평구로가 등을 돌리며 일어서자 강효원은 혀를 끌끌 차는 소리를 크게 내었다. 짱대가 그런 강효원에게 일침을 가했다.

"세자 저하 모시러 온 사람이 끌려온 사람들 심정이나 알까."

순간 정뇌경이 벌떡 일어나 짱대를 흠칫 놀라게 만들었다.

"장초관! 아직 내 말이 끝나지 않았네. 조선 사람들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는 듣고 가야 할 것이 아닌가?"

장판수가 밝은 얼굴로 돌아서자 강효원이 놀라 정뇌경을 말렸다.

"그만 두십시오! 저 사람들이 괜한 짓을 하여 세자 저하의 안위를 위태롭게 하면 어쩌시려고 그럽니까?"

"세자 저하께서 이 일을 아신다면 어찌 하실 것 같으냐?"

"그, 그야......"

강효원은 우물쭈물 거리다가 말문을 닫아 버렸고, 정뇌경은 심양의 사정과 포로로 잡혀온 조선 사람들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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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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