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행에서 사랑을 꿈꾸다

[나의 사랑, 나의 남도 ①] 아내와 처음 만나 호텔로 직행한 사연

등록 2005.12.01 22:07수정 2005.12.0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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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지고 사라지는 시간이 슬프다. 하나의 믿음과 하나의 사랑을 갖고, 동화 속의 주인공처럼 해피엔딩의 꿈을 이루고 싶다.

내가 '좋은생각' 홈페이지의 '공개구혼' 이벤트 코너에 올린 글을 보고, 지금의 아내가 이렇게 시작되는 메일을 보낸 때가 2001년 4월 24일이었다. 이후 일주일에 한두 번씩 메일을 주고받았으며, 5월 말부터는 몇 차례 전화를 통해 맑은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필자가 여행작가로 활동한 지 2년째 되던 해였는데, 취재를 위해 영암으로 향하게 되면서 6월 2일 첫 만남을 약속했다. 아침 일찍 마산을 출발해서 순천IC를 빠져나와 2번 국도를 타고 영암으로 향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남도에서도 여름향기가 밀려왔다. 들판이며 산에서 초록빛 물결이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하늘대고 있었다. 지금이야 영암까지 왕복 4차선 국도 확장공사가 끝나서 운전이 한결 수월하지만, 당시에는 보성에서부터 꼬불꼬불한 2차선 도로를 타고 장흥을 거쳐 가는 길이 수월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아가씨일까 하는 궁금한 마음에 별다른 피곤함을 못 느끼고 열심히 달렸다.

예전에 군 제대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역 앞에서 어떤 할아버지 점을 봐준다며 앉으라고 했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나이 서른이 넘어서 여름에 처음 만나는 아가씨가 연인이 될 거야'

그때 필요없다고 했는데도 복채 안 받을 테니 그냥 앉으라고 한 뒤 얼굴을 차근차근 훑어보며 할아버지가 했던 말이다.


당시에는 이 말에 신경을 거의 안 썼는데, 생각해보니 오늘이 만 30세가 되면서 여름에 아가씨를 처음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괜히 더 설레게 되고 기대를 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9년 전에 전남 영광에 처음 다녀와서 너무 친절한 사람들과 깔끔한 음식맛에 반해서 전라도 아가씨를 동경해오다 정말 모처럼만에 만나게 되는 것이라 마음은 산을 넘어 구름 위로 떠가고 있었다.


공개구혼 코너에서도 '여행과 영화를 좋아하는 전라도 아가씨'를 원한다고 했었는데, 이제서야 이상형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 설레임이란 다 표현할 수가 없다.

도착해서 보니 240km가 넘는 거리다. 토요일이라 차도 많이 막히고 해서 4시간이 넘게 걸렸다. 영암시외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11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약간 긴 생머리에 단아한 모습이 미소를 머금게 했다. 그동안 주고받은 메일과 전화목소리를 통해 상상한 이미지와 많이 닮았다.

"안녕하세요?"

첫 만남이지만 명함을 건네고 인사는 나누고는 원래 하던 대로, 처음 찾아가는 곳인 만큼 함께 군청에 가서 관광안내책자와 관광지도를 받은 후 취재에 나섰다.(돌아오면서는 그래도 첫 만남인데 군청에 먼저 들렀다 갈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때는 그랬다.)

지금이야 군청이나 시청 홈페이지 대부분이 게시판에 관광안내책자 신청코너가 있어서 주소를 올리기만 하면 보내주어서 편하지만 예전에는 일일이 방문해서 자료를 수집했다.

a 월출산온천관광호텔 전경

월출산온천관광호텔 전경 ⓒ 김정수

a 월출산온천관광호텔 객실 내부

월출산온천관광호텔 객실 내부 ⓒ 김정수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이 월출산온천관광호텔이다. 아니 만나자마자 무슨 호텔부터 가냐고 의아해 하겠지만 취재 동선상도 그렇고, 주말이라 오후가 되면 촬영이 힘들기 때문에 제일 먼저 찾아간 것이다.

먼저 입구에서 건물 전경 사진을 촬영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월출산 온천수는 지하 600m의 월출산 맥반석 암반대에서 분출하는 순수 천연 온천수로 맥반석 온천수로 통칭되며, 성분은 약알칼리성 식염천이다.

이곳 온천수는 맥반석의 강한 흡착 및 정화 작용에 의하여 유해 유기물과 오염물질이 제거된 순수 천연 온천수로서 각종 미네랄 성분과 용존 산소량 및 원적외선 방사량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이런 작용으로 인해 특히 신경통, 류머티즘,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월출산 온천관광호텔은 약 9000평에 이르는 대지에 잔디광장을 비롯하여, 15m 높이의 폭포, 산책로, 연못 등을 갖추고 있어 휴식 및 산책을 위한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a 대온천탕 입구의 야자수가 남국의 분위기를 풍긴다

대온천탕 입구의 야자수가 남국의 분위기를 풍긴다 ⓒ 김정수

a 대온천탕 내부 전경

대온천탕 내부 전경 ⓒ 월출산온천관광호텔

프런트에서 홍보용 책자를 받은 후 호텔방으로 들어섰다. 여직원의 안내를 받아 함께 방으로 들어섰지만 약간 어색한건 어쩔 수 없었다. 객실 내부를 촬영한 후 2분도 채 안되어서 나왔다.

그렇게 우리는 만나자마자 호텔부터 다녀온 것이다. 아무런 스킨십도 없었지만…. 지하에는 1300평 규모의 대온천장이 자리하고 있다.

사실 온천 내부도 둘러보고 해야 되는데, 같이 들어갈 수도 없고 혼자 밖에서 기다리게 하기도 그래서 사진은 메일로 받기로 했다. 대온천탕 입구는 야자수가 길게 늘어서 있어 남국의 정취가 물씬 느껴져 외국에 온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호텔 주변을 둘러본 후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a 도갑사의 늦가을 전경

도갑사의 늦가을 전경 ⓒ 김정수


월출산 국립공원 내에 자리한 도갑사로 들어섰다. 어색한 분위기도 떨칠 겸 먼저 식당으로 가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그녀의 추천으로 남도의 대표음식 중 하나인 짱뚱어탕을 시켰다. 생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 비릿한 냄새가 많이 나서 제대로 먹기가 어려웠다. 지금이야 남도음식에 익숙해져서 잘 먹지만 당시 만 해도 약간의 고통의 감내하면서 겨우 목으로 넘겼지만 절반도 넘게 남겼다.

그래도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어갔다.

녹음이 우거진 도갑사의 초여름은 싱그러움으로 넘쳐났다. 에메랄드 빛 하늘 위로 간간이 떠가는 구름이며 새소리, 물소리마저 생기가 넘친다. 매표소를 지나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문이 해탈문(국보 제50호)이다.

1473년에 지어진 장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독특한 양식의 건물이다. 문 안으로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도갑사 석조(전남 유형문화재 150호)로 화강암을 파서 만든 돌그릇이다. 타원형에 가까운 배 모양을 하고 있는데, 석조 안에서 맑은 물이 계속 솟아나고 있어 신비감마저 느껴진다.

a 도갑사 석조에서 관광객들이 물을 떠마시고 있다

도갑사 석조에서 관광객들이 물을 떠마시고 있다 ⓒ 김정수

a 도갑사 5층석탑은 고려 초기에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도갑사 5층석탑은 고려 초기에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 김정수


패인 한쪽 홈으로는 계속 물이 넘쳐흘러 옹달샘이 돌 위에 들어앉은 듯하다. 옆에 놓여진 바가지에다 물을 떠서 한 모금 들이킨다. 시원함이 가슴속까지 전해져 초여름의 갈증을 말끔히 씻어준다. 바가지에 물을 뜬 채로 기념사진도 한 장 찍었다.

그 옆으로 도갑사 5층 석탑(전남 유형문화재 151호)이 우뚝 솟아있다. 사각형의 돌들이 5층으로 올려져 단아한 자태로 서있는 석탑은 고려 초기에 조성되었다고 한다. 대웅보전을 비롯한 사찰 경내를 둘러보며 촬영을 했다.

첫 만남이고 할 이야기도 많다보니 사진촬영은 최대한 줄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과 데이트를 병행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왕인박사유적지와 영암도기문화센터를 다녀온 후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느낌이 너무나 좋았던 이 첫 여행을 시작으로 11개월 동안 150여 곳을 함께 여행 다니며 사랑을 키워오다 2002년 5월 드디어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아내의 첫 메일처럼 '하나의 믿음과 하나의 사랑을 갖고, 동화속의 주인공처럼 해피엔딩의 꿈을 이루고' 있는 중이다.

a 도갑사 대웅보전의 모습

도갑사 대웅보전의 모습 ⓒ 김정수

a 대웅보전에서 미륵전으로 향하다 만난 용소폭포의 단풍

대웅보전에서 미륵전으로 향하다 만난 용소폭포의 단풍 ⓒ 김정수



덧붙이는 글 | 여행 문의

영암월출산온천 : 061-473-6311, 홈페이지 : http://wolchulspa.co.kr
도갑사 : 061-473-5122, 홈페이지 : http://dogapsa.org 

교통정보

<자가운전>
호남고속도로 광산IC를 빠져나와 13번 국도를 타고 나주를 거쳐 영암읍으로 들어선다. 영암읍에서 821번 지방도를 따라 시종.도포 방면으로 5km 쯤 달리면 왼쪽에 월출산온천호텔이 보인다.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를 빠져나와 영암 방면으로 달리다보면 온천 이정표가 보인다.

<대중교통>
영암터미널에서 시종.덕포행 버스를 타고 월출산온천호텔 입구에 내리면 된다.
문의 : 영암터미널  061-472-9451, 473-4183

*사진은 올해 11월 중순에 여행가서 촬영한 것이다. 

*11월 여행이벤트 응모

*김정수 기자는 여행작가로 홈페이지 출발넷(www.chulbal.net)을 운영 중이며, CJ케이블넷 경남방송 리포터로 활동중이다. 저서로는 <주말에 떠나는 드라마 & 영화 테마여행>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진강>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낙동강> 등이 있다. 일본어 번역판인 <韓國 ドラマ & 映畵ロケ地 紀行>도 출간되었다.

덧붙이는 글 여행 문의

영암월출산온천 : 061-473-6311, 홈페이지 : http://wolchulspa.co.kr
도갑사 : 061-473-5122, 홈페이지 : http://dogapsa.org 

교통정보

<자가운전>
호남고속도로 광산IC를 빠져나와 13번 국도를 타고 나주를 거쳐 영암읍으로 들어선다. 영암읍에서 821번 지방도를 따라 시종.도포 방면으로 5km 쯤 달리면 왼쪽에 월출산온천호텔이 보인다.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를 빠져나와 영암 방면으로 달리다보면 온천 이정표가 보인다.

<대중교통>
영암터미널에서 시종.덕포행 버스를 타고 월출산온천호텔 입구에 내리면 된다.
문의 : 영암터미널  061-472-9451, 473-4183

*사진은 올해 11월 중순에 여행가서 촬영한 것이다. 

*11월 여행이벤트 응모

*김정수 기자는 여행작가로 홈페이지 출발넷(www.chulbal.net)을 운영 중이며, CJ케이블넷 경남방송 리포터로 활동중이다. 저서로는 <주말에 떠나는 드라마 & 영화 테마여행>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진강>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낙동강> 등이 있다. 일본어 번역판인 <韓國 ドラマ & 映畵ロケ地 紀行>도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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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로 남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금오산 자락에서 하동사랑초펜션(www.sarangcho.kr)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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