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조정래의 <아리랑>을 읽었습니다

등록 2005.12.01 19:51수정 2005.12.0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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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제시대 때 태어났다면 어떻게 살고 있을까?' <아리랑>을 읽은 요즘 나 스스로에게 자주 하게 되는 질문이다.

언젠가 '아나키스트'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어떤 내용이었는지 자세히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 영화를 보며 자신이 믿고 있는 것에 대해 목숨을 바칠 줄 아는 그 용기에 너무 감탄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살 수 있었던 주인공들이 너무 멋있었다. 그에 비교한다면 <아리랑>에 대한 모독(?)일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오랫 만에 그 느낌, 아니 그보다 더 강한 느낌을 받았다.


a 양장본 '아리랑'

양장본 '아리랑' ⓒ 김미영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스무살 초반에 읽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아리랑'은 그후 거의 십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읽게 되었다. 12권이라는 양이 책을 손에 쥐기에 쉽지 않게 만들었다.

아침저녁 출퇴근길에 읽을 책이 궁하던(?) 차에 집안 책꽂이 한구석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아리랑' 1권을 발견하게 되었다. 한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생겨, 몇 번씩 읽다가 만 '아리랑'을 집어 들었다. 중반까지는 대여섯 번 정도 읽었던 것 같다. 무슨 연유인지 포기하고를 몇 번씩 되풀이 하다가 이번에야 끝까지 읽게 되었다.

사실, 한순간도 책을 놓고 싶지 않을 만큼 재미있었다. 1권을 다 읽고서 거금을 들여 새로 나온 양장본으로 한 질 구입했다. 집에는 1권 밖에 없었기 때문에 나머지 책들은 구해서 읽어야 했는데, 집에 가지고 있다가 누구에게 빌려주어도 좋을 것 같았고, 훗날 딸 여름이가 자랐을 때 읽어도 좋을 것 같아서 망설임 없이 사기로 결심했다.

정확하게 71일 걸렸다. 아리랑 열두 권을 다 읽는 데는…. 그렇게 재미가 있었다면 한시도 손에서 놓지 않고 금방 읽었어야 했는데, 어찌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난 흥분 상태였고, 나도 모르게 불끈불끈 주먹이 쥐어지기도 했다.

내가 마치 그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대단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정말 절실히 원하는 사람. 그리고 그것을 온몸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바로 독립운동의 주인공이었다.


나는 감정이입이 너무도 충실하게 되었는지, 때론 내가 송수익 선생이 되기도 하고, 지삼출 아저씨가 되기도 하고, 공허스님이 되기도 하고, 필녀 아줌마가 되기도 하고, 이름없는 그 시대의 농민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방방곡곡 가보지 않은 곳이 없고, 만주로, 연해주로, 하와이로, 사이판으로 그들이 가는 곳이면 나 역시 그들과 함께 움직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그들이 겪은 그 아픔을 함께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느끼며 책을 읽는 사이 어느새 시간은 훌쩍 뛰어넘어 해방의 자리에까지 와 있었다.


학교 다닐 때 역사를 이렇게 배웠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해보았다.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배웠던 역사는 적어도 이런 건 아니었다. 몇 년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가 주인공인지… 외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역사를 이해하기도 전에 지쳤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아리랑'은 이 모든 것을 외우고 싶지 않아도 외우게 만들어 준다. 일제시대가 36년 이었다는 것, 그렇게 긴 세월을 일본에게 짓밟혀 살아왔다는 걸 안 것도 아리랑을 통해서였다. 물론 내가 관심이 부족해서 일지도 모른다.

내가 '아리랑'을 읽으며 가장 감동을 받은 것은 너무나 멋진 그 시대의 사람들이었다. 아픔을 함께 하고, 나누는 사람들 속에서 진정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한 가닥 길을 찾은 것도 같다. 등장하는 인물 한 명 한 명이 너무도 소중하게 생각된다. 어찌 보면 내가 살아오면서 하게 되는 모든 고민들이 그 속에 고스란히 들어있는 것도 같다.

마지막 12권을 읽으며, 너무 아쉬웠다. 나는 그 속에 계속 더 빠져있고 싶었고 그들의 훗날 이야기도 궁금하다. 그래서 지금은 조정래님의 세 번째 이야기 '한강'을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너무나 대단한 책인데 제가 제대로 소개하지 못한 것 같아 죄송스럽고 개인적으로는 아쉽습니다.  긴 시간 자료준비하고 오랫동안 고생해서 만드신 책으로 전 70일만에 그 고생의 수확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멋진 책을 쓰신 조정래님께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너무나 대단한 책인데 제가 제대로 소개하지 못한 것 같아 죄송스럽고 개인적으로는 아쉽습니다.  긴 시간 자료준비하고 오랫동안 고생해서 만드신 책으로 전 70일만에 그 고생의 수확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멋진 책을 쓰신 조정래님께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아리랑 (리커버 특별판) - 조선인 혁명가 김산의 불꽃 같은 삶

님 웨일즈.김산 지음, 송영인 옮김,
동녘,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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