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장, 절대강자 없다

[포커스] 연령-타깃별로 시청층 다변화 전략, 멜로 편중은 여전

등록 2005.12.02 11:00수정 2005.12.0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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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드라마 시장이 다변화되면서 특정 작품의 독주 현상은 점점 찾아보기 힘들 전망이다.
최근 드라마 시장이 다변화되면서 특정 작품의 독주 현상은 점점 찾아보기 힘들 전망이다.sbs
최근 드라마 시장에서 화제를 독점하며 시청률을 장악하고 있는 소위 '절대 강자'라 할 만한 작품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 종영한 KBS의 <장밋빛 인생>과 SBS <프라하의 연인>이 각각 30~40%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상반기에는 MBC의 <내 이름은 김삼순> 같은 로맨틱 코미디가 50%에 육박하는 호황을 누린 소위 '대박'드라마였음을 감안할 때 대조적인 현상이다.

드라마 시장의 판도를 점검해볼 수 있는 일일극과 주말극 부문에서 KBS의 <별난 남자 별난 여자>와 <슬픔이여 안녕>이 꾸준한 독주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라이벌 작품들의 극심한 부진으로 반사 이익을 얻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오히려 몇몇 작품의 선전을 제외하면, 드라마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라 할 정도로 눈에 띄는 작품이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경향은, 한편으로는 남녀노소 모든 시청자에게 고루 어필할 수 있는 '국민 드라마'의 실종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시청자들의 트렌드와 욕구가 다양해면서 절대 다수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보편적인 소재가 사라지고, 대신 연령-타깃별로 시청층이 다변화되고 있는 추세로 이해할 수 있다.

스타시스템이나 대형 사극의 인기가 주춤하며 특정 시청층을 노린 마니아 전략이 강세를 띄고 있다.
스타시스템이나 대형 사극의 인기가 주춤하며 특정 시청층을 노린 마니아 전략이 강세를 띄고 있다.kbs
다양한 채널 선택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안방극장의 세계에서 특정 드라마가 40~50퍼센트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다는 것은, 물론 그 작품들의 대중성과 완성도가 인정받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해 다양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다소 비정상적인 팬덤인 것도 사실이다. 국내 드라마가 나날이 발전하고, 그런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의 눈높이와 욕구도 다양화되면서 이제 모든 시청층에 어정쩡하게 어필하려는 작품보다는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과 장르를 내세워 확실한 마니아층을 확보하려는 드라마들이 강세를 띠고 있다.

이런 추세를 가장 대변하는 것이 월화드라마 시장이다. 현재 월화드라마 시장은 지상파 방송 3사가 각자 판이한 작품을 내세워 승부를 걸고 있다.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정통 시대극인 SBS <서동요>, 비와 신민아의 스타 캐스팅에 <미안하다 사랑한다> 제작진이 다시 뭉쳐서 만든 비극적 멜로 KBS <이 죽일놈의 사랑>, 코믹 액션에 로맨틱 코미디의 요소를 덧입힌 발랄한 트렌디 드라마 MBC <달콤한 스파이>에 이르기까지.

이 작품들은 각자 10% 중후반대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하며 절대강자 없는 혼전을 펼치고 있다. 장르와 내용에서 보듯이 이 드라마의 지지층은 연령-세대별로 판이하게 다르다. 작품의 개성이 분명한 탓에 다수의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데 한계가 있지만, 저마다 충성도 높은 고정 시청층이 있고, 이들이 서로 맞물리지 않는 탓에 특정 작품의 독주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들어 방송가의 잇단 악재로 인터넷, 위성 DMB 상용화 등으로 다채널 현상이 확대되면서 예전보다 지상파 드라마에 대한 보편적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는 현상도 빼놓을 수 없다. 지상파 드라마는 국내 방송대중문화를 선도해온 첨병이었으나, 최근들어 상업성과 트렌드에만 치우친 공산품 드라마들이 범람하면서 예전같은 절대적인 지지를 상실했고, 높아진 대중의 눈높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부실한 완성도와 낡은 제작관행으로 시청자의 외면을 받는 드라마가 늘어났다.

보다 다양한 드라마를 접하고 싶은 대중의 욕구를 지상파 방송은 귀담아들어야 한다.
보다 다양한 드라마를 접하고 싶은 대중의 욕구를 지상파 방송은 귀담아들어야 한다.mbc
한편으로는 스타시스템과 물량공세를 앞세운 대작 드라마의 흡인력이 떨어지면서, 화려한 볼거리보다는 아기자기한 이야기 구조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참신한 작품에 목말라있는 것이 대중의 추세다. 최근 지상파와 케이블을 통해 다시 불고 있는 외화들의 인기 바람은, 이런 현상을 잘 설명해준다. 세대별로 양극화 되고 멜로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국내 드라마에 비하여 스릴러, 장르, 공포물 등 다양한 장르를 보여주는 완성도높은 해외 드라마들을 보고 열광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최근 지상파 방송에서 방영되는 드라마 중에서 시청률 한 자릿수를 기록하는 작품도 적지 않을 뿐더러, <별순검> 같이 그나마 드라마의 다양성을 검증해주는 소수의 작품마저 조기종영의 비운을 겪는 현실을 냉철하게 자각할 필요가 있다.

뻔한 공식에 의하여 반복되는 드라마에 대중은 점차 식상해가고 있다. 드라마가 오랫동안 한류의 중심에 서서 그 경쟁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외에서의 반짝 열광에 도취되지 말고, 당장 1차적인 평가를 받는 국내 시장에서 대중의 눈높이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참신한 실험과 완성도를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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