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시스템이나 대형 사극의 인기가 주춤하며 특정 시청층을 노린 마니아 전략이 강세를 띄고 있다.kbs
다양한 채널 선택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안방극장의 세계에서 특정 드라마가 40~50퍼센트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다는 것은, 물론 그 작품들의 대중성과 완성도가 인정받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해 다양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다소 비정상적인 팬덤인 것도 사실이다. 국내 드라마가 나날이 발전하고, 그런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의 눈높이와 욕구도 다양화되면서 이제 모든 시청층에 어정쩡하게 어필하려는 작품보다는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과 장르를 내세워 확실한 마니아층을 확보하려는 드라마들이 강세를 띠고 있다.
이런 추세를 가장 대변하는 것이 월화드라마 시장이다. 현재 월화드라마 시장은 지상파 방송 3사가 각자 판이한 작품을 내세워 승부를 걸고 있다.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정통 시대극인 SBS <서동요>, 비와 신민아의 스타 캐스팅에 <미안하다 사랑한다> 제작진이 다시 뭉쳐서 만든 비극적 멜로 KBS <이 죽일놈의 사랑>, 코믹 액션에 로맨틱 코미디의 요소를 덧입힌 발랄한 트렌디 드라마 MBC <달콤한 스파이>에 이르기까지.
이 작품들은 각자 10% 중후반대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하며 절대강자 없는 혼전을 펼치고 있다. 장르와 내용에서 보듯이 이 드라마의 지지층은 연령-세대별로 판이하게 다르다. 작품의 개성이 분명한 탓에 다수의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데 한계가 있지만, 저마다 충성도 높은 고정 시청층이 있고, 이들이 서로 맞물리지 않는 탓에 특정 작품의 독주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들어 방송가의 잇단 악재로 인터넷, 위성 DMB 상용화 등으로 다채널 현상이 확대되면서 예전보다 지상파 드라마에 대한 보편적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는 현상도 빼놓을 수 없다. 지상파 드라마는 국내 방송대중문화를 선도해온 첨병이었으나, 최근들어 상업성과 트렌드에만 치우친 공산품 드라마들이 범람하면서 예전같은 절대적인 지지를 상실했고, 높아진 대중의 눈높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부실한 완성도와 낡은 제작관행으로 시청자의 외면을 받는 드라마가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