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연말은 '돈마른' 계절..."후원해 주세요"

'10만원 내면 11만원 환급' 세액공제 홍보 열중

등록 2005.12.03 15:49수정 2005.12.0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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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면 거리 곳곳에 구세군 자선냄비가 걸리고 사회복지단체와 종교단체 등이 불우이웃돕기 자선사업으로 바빠진다. 덩달아 국회의원들도 바빠지는 계절이다. 내년도 나라살림을 정하는 예산안도 처리해야 하지만 의원 개인도 내년에 쓸 후원금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말이면 국회의원도 몸을 최대한 낮추고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다.

열린우리당 K의원 사무실. 한 신문사로부터 회사에서 발행한 연감을 구입해 달라는 전화가 걸려온다. 의원 비서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구입하고는 싶지만 요즘 사무실 형편이 말이 아니다. 좀 봐달라. 나중에 의원님께 여쭤보겠다"며 어렵게 전화를 끊었다. 연말이 되자 각종 연감, 사회복지단체의 물품 구매요청 전화가 끊임 없이 걸려 오지만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는 토로다. 이처럼 정치권도 연말은 '돈 마른'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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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선관위

요즘 직장인들 책상에는 국회의원들의 편지가 제법 쌓인다. 이메일을 열어 봐도 마찬가지다. 눈에 익은 지역구 의원의 이름도 보이고 때로는 생뚱맞게도 생면부지의 의원 것도 있다. 대부분이 후원금 지원을 호소하는 것들이다. 이처럼 정치인들이 연말에 후원금 모금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돈이 마른 이유도 있지만 연말정산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후원금은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가 된다. 그래서 요즘 정치인들이 즐겨 쓰는 홍보문구는 '10만원 후원하면 11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솔깃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세액공제를 하기 때문에 소득세에 붙는 주민세를 합쳐서 1만원을 더 받는다. 카드로 후원금을 내면 소득액에 따라 그 이상도 되돌려 받을 수 있다. 또 후원금이 10만원이 넘으면 1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하고 초과금액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런 혜택에도 불구하고 후원금은 해마다 줄고 있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해 국회의원후원회 모금총액이 404억원으로 전년도(514억원)에 비해 110억원이 줄었고, 후원회당 평균모금액도 1억4200만원으로 6100만원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또 얼마가 줄었는지 결과가 궁금하다. 분명한 것은 공직선거가 있었던 지난해보다 줄면 줄었지 늘지는 않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음성적인 후원과 법인 및 단체의 기부가 전면 금지되면서 큰 거 '한방'이 사라졌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후원금 갈증은 지속될 전망이다. 일부 국회의원은 홈페이지에 후원금 수입지출 내역을 공개, 투명한 정치 활동을 보여주는 등 나름대로 자구책을 쓰고 있지만 일반인의 지갑은 좀처럼 쉽게 열리지 않는다.

a 2004년 국회의원별 정치자금 모금액 상위 25명

2004년 국회의원별 정치자금 모금액 상위 25명 ⓒ 유성호

이 때문에 선거관리위원회도 플래카드를 내걸고 후원금 기부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등 정치인들을 지원하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달 24일 '바른 정치 후원의 날'을 열어 올해 모범 후원회에 서상기(한나라당)의원 후원회를 선정했다. 모금액 보다 후원인 수를 기준했다. 선관위도 소액 다수 후원문화를 독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서 의원은 1만1105명으로부터 7377만원을 후원 받았다.


정치 후원금의 세액소득공제에 대한 비판도 있다. 결국 국민 세금으로 원치도 않은 후원금을 간접적으로 지출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정경유착으로 막대한 액수의 검은 돈의 뒷거래 때문에 발생한 사회적 폐해보다는 공제비용이 비용효과적이고 정치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그러나 후원금이 점점 줄고 있어 정치권에서는 벌써 관련법을 개정하자는 아우성이 나오고 있는 등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두고 볼 일이다. 문제의 본질은 투명한 정치자금의 들고나감을 정치권에서 망각해서는 않된다. 정치권의 겨울보다 일반 국민들의 겨울이 언제나 더 춥고 고달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또한 올바른 입법활동을 통해 자발적 진성 후원자를 많이 확보, 안정적인 후원회를 만드는 것이 '1만원을 더 돌려받는 정보'을 홍보하는 것 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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