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천사 '대현'이를 그리는 마음이 절절한 시집.도서출판 산
시인에 대한 감동이 너무 컸던 탓이다. 손에 펼쳐 든 한 권의 시집은 차라리 가슴을, 심장을 내려치는 몽둥이질이었다. 분명히 읽어내려 간 것은 눈인데, 정작 아픈 건 가슴이었다.
장은경 시인의 <둥기둥기 둥기야>를 처음 접한 건, 지난 11월 26일 경기도 이천에서 열렸던 시집 출판기념회에서였다. 당시 기념회 현장은 눈물로 어우러진 바다였다. 시인이 <둥기둥기 둥기야>를 쓴 사연 때문.
보고 싶다 아가야, 나의 첫사랑아
<둥기둥기 둥기야>는 작은 천사 '대현'이를 향한 시인의 간절한 그리움과 못 다 부른 사랑의 노래다. 대현이는 시인이 함께 보듬고 생활한 뇌성마비 장애아로 3살 때 만나 12살이던 지난해 하늘 나라로 갔다. 9년간 함께 있으면서 오직 도리도리밖에 할 수 없었던 아이를 향한 시인의 사랑은 보는 이를 눈물짓게 만든다.
누구 뭐래도 / 첫사랑은 너야. / 알고 있지. / 얼마나 /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 내가슴이 까맣게 해바라기 씨로 여물어 / 날마다 우수수 쏟아지는 걸.
보고 싶다. / 아가야. / 나의 첫사랑아.
- '첫사랑' 전문(72쪽)
시인이 출판기념회에서 '둥기둥기 둥기야'를 낭송하자 누구보다 눈물을 쏟아냈던 건, 대현이와 함께 생활하던 형과 누나들이었다. 시인 못지 않게, 대현이는 대부분 지능지수 50미만인 이들의 기억 속에도 그리움으로 살아 있었던 것.
가끔 나의 외출을 확인하면서
아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옷장을 열고
단 한 번도 입어 보지 못한 새 옷을
만지작거리는 아이들,
작은 국솥의 이름을 아직도 애기 국솥이라고
해야 알아듣는
우리 집 아이들,
나의 절망을 알기에 단 한 번도 먼저 아이의
이름을 부르지 못하고
잊은 듯이 살던 아이들.
그러나 그 아이들의 기억 속에서도 고스란히
남아있는 우리 대현이 둥기야~
- '둥기둥기 둥기야' 중 일부(65쪽)
시인은 자신도 항상 휠체어를 타야 하는 1급 신체장애를 지녔다. 그럼에도 그녀는 장애우들의 공동체인 '작은 평화의 집' 원장으로서 13명의 장애우들을 보살피고 있다. 그런 그녀를 사람들은 '휠체어를 탄 천사'라고 부른다. 하지만 시인은 삶 속에서 아이들을 사랑하는 두려움을 고백하며 스스로 죄를 묻기도 하는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대현이와의 이별 후, 나는 더 이상 따뜻한
가슴으로
아이를 안아준다거나
손을 잡아 입을 맞춘다거나
사랑을 표현하는 일에 인색합니다.
아닙니다.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중략)
그렇습니다.
떠나갈 아이에 대한 염려와 서글픔이
아니었군요.
남아서 다시 수저질을 하면서 생명연장의 길을
서걱거리며 가야하는
내 자신에 대한 연민이었군요.
죄스럽습니다.
- '아직 멀었어요' 중 일부(8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