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간 자유부인이 되다?

아이 엄마 단 둘이 떠나는 여행을 준비하며

등록 2005.12.07 16:18수정 2005.12.08 09:02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주에 나는 친구에게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자고 이야기를 했었다. 남편과 상의해보고 다음날 전화를 주겠다던 친구에게 전화가 오지 않았다. 먼저 해봐도 되었지만, 그냥 기다리기로 맘먹었다. 어차피 전화를 주겠다는 날은 주말이었는데, 주말엔 남편도 함께 있을 것이고 아마 주말에 남편에게 이야기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화요일 오전, 핸드폰이 울려서 보니 "여주"라고 발신번호가 나온다.

"미영아, 나야. 우리 제주도 가자!"
"남편하구 이야기했어? 가도 된대?"
"그래. 다녀오래"
"진짜? 뭐라고 안해?"
"뭐라고 안하던데? 근데, 아이를 데려가면 막내는 그냥 두더라도 둘을 데려가야 하는데…. 우리 차라리 그냥 둘이만 다녀오면 안될까? 너 여름이 데려가야 해? 남편이 내가 아이 안 데려가면 셋 다 본다고 하는데…."
"글쎄. 우리 엄마 뭐라고 하실텐데…. 그럼 일단 가는 걸로 하고, 내가 조금 있다가 전화해줄게. 이것저것 알아보구."

갈 수 있을지 없을지 걱정하던 때가 바로 엊그제인데, 친구가 나보다 더 화끈한가보다. 이젠 아이들도 다 두고 둘이만 가자고 하는 걸 보니 말이다. 나는 친구와 전화를 끊고 바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 남편은 여름이를 두고 가라고 했었다. 어차피 처음 친구와 하는 여행이고, 흔치 않은 기회인데, '아이가 있으면 힘들지 않겠냐'고 하면서 말이다.

그때는 그냥 여름이와 함께 갈 생각이어서 '여름이도 데리고 가겠다'고 했는데, 친구가 아이를 두고 가면 안 되겠느냐고 물으니 그것도 좋을 것 같았다. 여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여름이와 함께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미안함을 달랬다.

친구는 지난 6~7년간 아이와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제대로 편히 쉬어본 적도 없다. 이 좋은 기회에 자유롭게 여행을 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아이 셋을 떼어놓고 어디를 다녀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엄마들은 다 알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 친구의 남편도 그런 맘을 이해해주는지, 여행을 허락했고 벌써 하루 휴가까지 냈다고 한다. 아이를 봐주겠다고 한 모양이다. 난 아이 셋을 봐주겠다고 한 친구의 남편이 너무 고마웠다. 남편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니, 남편은 괜찮다며 여름이를 두고 친구와 둘이 다녀오라고 했다.

"그래, 잘됐네 뭐. 둘이 다녀오면 좋지. 아이들 있으면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힘들텐데…. 여름이는 나랑 어머님이랑 보면 돼. 밤엔 어머님이 고생 좀 하시겠는데? 어머님한테나 말씀 잘 드려~."


이렇게 해서 우리의 제주도 여행은 현실이 되었다. 처음엔 패키지로 나와 있는 여행상품을 예약하려고 했는데, 내가 봐둔 상품은 4인1실 기준이어서 2인1실로 바꿀 경우 비용이 훨씬 더 들었다. 다른 곳도 몇 군데 알아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조금 더 싸게 다녀오려고 패키지 상품을 알아본 거였는데 자세히 알아보니 생각보다 비싸서 어쩔 수 없이 패키지는 포기하기로 했다. 그냥 비행기 따로, 렌트카 따로, 잠잘 곳 따로. 이렇게 알아보기로 했다.

종일 인터넷을 뒤져 가격 비교를 해보며 원하는 시간의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자가용도 한 대 렌트해 두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리 좋은 곳은 아니지만 깨끗하고 아담한, 둘이 함께 지낼 수 있는 숙소도 예약을 해 두었다. 이젠 돌아오는 토요일 김포공항에서 제주도행 비행기를 타기만 하면 우리의 꿈같은 여행은 시작되는 것이다.

사실 나는 정말 오랫만에 설렘을 맛보고 있다. 빨리 토요일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소풍 가기 전날 밤 잠을 못 이루며 빨리 아침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던 그때 그 마음을 다시 느끼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봄이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조금 있습니다. 하지만, 겨울바다도 운치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직 친정엄마에게 말씀드리지 못했는데 걱정입니다. 울엄마 분명히 이렇게 말씀하실텐데 "여름이 두고 어디를 가! 가려면 여름이도 데리고 가야지!"

덧붙이는 글 봄이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조금 있습니다. 하지만, 겨울바다도 운치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직 친정엄마에게 말씀드리지 못했는데 걱정입니다. 울엄마 분명히 이렇게 말씀하실텐데 "여름이 두고 어디를 가! 가려면 여름이도 데리고 가야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2. 2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3. 3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4. 4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5. 5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