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만들어준 낙지떡볶음

등록 2005.12.08 13:52수정 2005.12.0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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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집에서 음식을 자주 하지 않는 편이다.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하다 보니 집에서 음식을 할 만한 시간이 없기도 하고, 음식을 한다고 해도 함께 먹을 시간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게에서 늘 음식을 직접 만들다보니 하기 싫은 것도 이유일지 모르겠다.


가끔 나는 남편의 가게에 들른다. 약속이 있어 나갈 때는 상대방이 먹고 싶어 하는 술안주를 먹는 편이고, 별다른 약속이 없을 때에는 내가 먹고 싶은 걸 해달라고 조른다. 사실, 가게에 나가면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것이 많이 있는데 그 중 내가 제일 잘 먹는 것이 바로 '낙지떡볶음'이다.

낙지떡볶음은 일반 낙지볶음에 떡볶이를 만들 때 들어가는 떡과 피자 위에 올라가는 치즈가 들어가는 것인데 맛이 정말 좋다.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는 나는, 먹을 때마다 매워서 물을 한 컵씩 들이키지만 그래도 그 맛이 좋아 즐겨먹는 편이다.

나는 며칠 전부터 낙지떡볶음이 먹고 싶었다. 그 매콤하고 달콤한 맛이 입안에서 자꾸 맴돌며 먹고 싶다는 욕구가 점점 강해졌다. 가게에 나가서 해달라고 하면 금방 먹을 수 있지만, 퇴근하고 가게에 들렀다가 가면 집에 너무 늦게 들어가게 된다.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기다리는 친정엄마와 여름이를 생각하면 그러기가 미안했다. 좋은 생각이 났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낙지떡볶음 먹고 싶어!"
"알았어!"
"만들어 가지고 올 거야?"
"만들어 가면 맛이 없잖아. 재료 준비해가서 해줄게."
"그래, 그럼. 일찍 끝나면 와서 만들어줘."

남편은 아무리 빨리 와도 새벽 2시는 되어야 집에 온다. 어젯밤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남편을 기다렸다. 가게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중간에 몇 번씩 전화를 걸었다. 손님이 있으면 어쩔 수없이 새벽 2시까지 문을 닫을 수가 없다.


그 시간에 끝나 가게 정리하고 집에 오면 새벽 3시가 넘는다. 그런데 요즘엔 날씨가 추워서인지 종종 손님이 일찍 끊긴다고 한다. 다행(?)히도 어제는 조금 일찍 끝났는지 2시가 좀 못돼서 들어왔다.

"왔어. 춥지?"
"낙지떡볶음 진짜 먹고 싶었나보다~ 여태 안 자고 기다린 걸 보니."
"빨리 해 줘."
"그래, 해먹자!"


그렇게 해서 새벽 2시에 우리 부부의 밤참이 시작되었다. 남편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금방 맛있어 보이는 낙지떡볶음을 완성했다. 매콤한 낙지떡볶음에 술이 빠질 수가 있으랴! 냉장고를 열어보니 얼마 전에 가게에서 가져다 놓은 '들쭉술'이 보인다. 들쭉술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집에 있던 것은 40도짜리다. 컵에 얼음까지 담아 들쭉술을 따르고는 낙지떡볶음을 안주삼아 남편과 둘이 술도 한 잔했다. 낙지떡볶음은 가게에서 먹던 그 맛으로 역시 맛있었다.

남편이 뚝딱 만든, 거의 완성된 낙지떡볶음!
남편이 뚝딱 만든, 거의 완성된 낙지떡볶음!김미영

마무리로 깨도 살짝 뿌렸네요..낙지가 보이시나요?
마무리로 깨도 살짝 뿌렸네요..낙지가 보이시나요?김미영

접시에 담은 완성된 낙지떡볶음
접시에 담은 완성된 낙지떡볶음김미영

남편표 낙지떡볶음..드셔보실래요? ^^
남편표 낙지떡볶음..드셔보실래요? ^^김미영

이렇게 술도 한잔 했어요 ^^
이렇게 술도 한잔 했어요 ^^김미영
주거니 받거니 술잔도 몇 번 오가고, 남편이 만든 낙지떡볶음을 맛있게 먹고 나니 어느덧 새벽 4시! 아침에 늦어도 7시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너무 무리했나보다. 남편과 나는 이렇게밖에 시간을 낼 수 없어서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다.

덧붙이는 글 | 남편과 서로 시간이 엇갈리다보니 제가 남편을 늦은 시간까지 기다리지 않으면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요즘엔 제가 좀 피곤했는지 이런 시간을 못 냈는데 모처럼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남편과 서로 시간이 엇갈리다보니 제가 남편을 늦은 시간까지 기다리지 않으면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요즘엔 제가 좀 피곤했는지 이런 시간을 못 냈는데 모처럼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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