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신아 출판사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 최대 인기 종목은 단연 드라마다. 80대 어르신에서 유치원생에 이르기까지 드라마 속 인물들을 제 식구처럼 들먹인다. 드라마는 더 이상 환상이 아니다. 나의 친구 이야기요, 나의 이야기다.
엊그제는 7살 난 아들 녀석과 어린이 드라마를 시청했다. 한 초등학교 저학년 여학생이 가짜 대학생이 되겠다며 도발적인 차림을 하는 장면에 눈이 멎었다. 아들은 아들대로 이해가 안 된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부모인 나는 '저런 몹쓸(?) 내용의 드라마를 어떻게 이해시켜야 하나' 하며 끙끙댔다.
얼마 전엔 옆집 아줌마와 차를 나누면서 '연령별 시청 제한'에 불평을 토로하기도 했다. 중학생 아들이 19세 이상 가능한 프로만 골라서 본다는 웃지 못 할 아줌마의 사연에 위로 차 맞장구를 쳐준 것. 등급 판정이 청소년들에게 호기심을 부추겨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늘상 우리 드라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마련하자고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높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사안임을 실감한다.
텔레비전 드라마. 하잘 것 없는 이야기로 치부되면서도 대화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래서 집안 거실에 텔레비전을 모셔(?)놓은 주부들이라면 TV에 대한 나름의 안목을 세워야 하겠다. 여기 'TV 째려보기'라는 읽기 수월한 책 한 권을 소개하는 것으로 문제 제기자의 책임을 면해 보려 한다. 장세진의 <텔레비전 째려 보기>가 그것.
이제는 텔레비전을 째려보자
이 책은 지금 방송되고 있는 프로그램에서부터 최근에 종영된 드라마 등을 중심으로 방송에 얽힌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드라마의 환상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금세 일독을 할 수 있을 만큼 평이하고 재미있는 문체다.
이제 본문으로 들어가 보자. 먼저 KBS의 <열린음악회>. 저자는 공영을 넘어 국영 방송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특정 기관 및 대학을 방청인 내지 부대로 삼아 전 국민의 음악회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또 프로그램 진행자의 옷차림은 한겨울에도 시원하게(?) 상체를 드러내놓는 등 소박한 국민 정서에 어울리지도 않으며 무대의 난방이 풀가동되는 것 같아 에너지 낭비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는다.
다음은 매년 연말이면 세 방송사에서 우후죽순으로 퍼붓는 연기대상 프로그램. 수상자 결정에 시청자의 몫을 완전히 배제할 요량이면 생방송이나 중계방송 없이 자기들끼리 조용히 치르는 것이 훨씬 낫다고 핀잔을 준다.
저자는 이와 함께 연휴 때만 되면 '특선'이라는 명목 하에 단골로 재방송되는 외화들을 거론하며 단순한 '땜질'은 이제 그만 멈추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세 방송사 모두 작품성은 뒷전으로 한 채 방송 시간대를 일률적으로 편성한다면서.
이제 조금만 지나면 겨울 방학이다. 겨울이라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낼 어린이들은 텔레비전을 옆구리에 끼고 지낼 게 분명하다. 어린이들에게 TV 교육을 어떻게 시킬 것인가. 이런 째려보기 식의 책을 다양하게 접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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