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 사금파리 부여잡고 2부 187

심양으로

등록 2005.12.08 17:17수정 2005.12.0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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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인 장정들은 백여 명이 넘었지만 장판수는 사람 하나하나씩을 본 후 그 중에서 오십 명을 추려 뽑았다. 이들 중 일부는 청나라 병사들에게서 뺏은 무기를 소지했으나 대다수는 몽둥이로 무장한 것이 고작이었다. 장판수는 이들을 이끌고 육태경이 말한 식량창고로 달려갔지만 그곳의 방비를 보고서는 좌절하고 말았다. 장판수가 미리 다가가 살펴본 바로는 목책이 둘러진 가운데 말을 탄 병사들이 주위를 돌고 있었고 뒤쪽에는 쇠뇌(여러 개의 화살이 잇달아 나가게 만든 활의 한 가지)로 보이는 무기들이 내걸려 있었다.

“뭐? 우르르 달려가기만 하면 될 거라고?”


짱대가 상황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육태경에게 화를 내었고 장정들도 허탈한 표정으로 장판수만을 바라보았다.

“저길 공격하는 건 다 죽으러 가자는 것과 같다우.”

장판수는 자신을 바라보는 일말의 기대마저 거두기 위해 냉정하게 말을 내뱉었다.

“그러면 어찌 합니까. 쫄쫄 굶으며 고향으로 가는 수밖에 없겠구려.”

숲 속에 몸을 숨긴 장정들이 멀리 있는 식량창고를 보며 발길을 돌리려 할 때, 평구로가 예의 그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세자부에 도움을 청해보자.”

장판수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될 말입네다. 세자부에 뭐가 있겠소?”

“세자부에 뭘 얻어가자는 것이 아니다. 이대로 이 많은 사람들이 도주해 보았자 저들에게 잡히는 것은 뻔한 일이다. 여기 있는 사람들을 이렇게 방치시켜 두느니 살아갈 방도를 찾게 해 달라고 하면 되지 않겠나.”

장판수는 곰곰이 생각해 본 후 이에 수긍했다.

“무슨 뜻인지 알겠습네다. 일단 길을 떠난 사람들을 다시 불러들입시다.”

장정들은 그 말을 듣고서는 어처구니가 없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아니 지금 와서 무슨 소리를 하는 게요? 이러려면 애초에 일을 벌이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니외까?”

“이보라우. 이미 도주를 해서 벌을 받을 사람들은 내래 책임지고 데려가겠어. 하지만 저 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가는 건 이제 불가능하다는 걸 알지 않네? 내래 세자부로 가서 안면이 있는 시강원 벼슬아치를 만날 작정이야. 그 동안에 몸을 숨겨야 할 이들은 이곳에 있으라우. 저놈들이래 우리가 멀리 도망갈 것만 생각하고 추격할테니 말이야.”

장판수는 짱대와 평구로에게 뒷일을 부탁하고서는 육태경을 데리고 심양에 숨어들었던 길로 숨어들어 세자부를 찾았다. 시강원의 정뇌경은 장판수를 보자마자 황급히 맞아들였다.

“어쩐 일로 여기가지 찾아왔는가? 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 들었네. 조선 사람들을 감독하던 관리와 병사들이 잡혔다가 풀려났다고 난리가 나지 않았나!”

장판수의 지시에 따라 장대와 평구로는 사로잡았던 청의 병사들을 풀어 준 바 있었고, 그 소문은 삽시간에 세자부까지 퍼져 뒤숭숭하기 그지없었다.

“내래 염치 불구하고 도움을 받으려 왔습네다. 세자저하를 배알할 수 있겠습네까?”

보통 상황이라면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요구였지만 정뇌경은 일이 일 인만큼 급히 소현세자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장판수와의 만남을 허락했다.

소현세자는 뜻밖에도 부인인 강빈과 더불어 장판수를 맞아들였다. 장판수와 육태경은 공손히 절을 올린 뒤 자신이 누군지 밝혔다.

“신(臣) 초관 장판수, 조선 포로들을 데려가고자 심양에 왔습네다. 허나 그들을 구하지 못하고 일을 벌여 세자저하의 심기를 어수선하게 했으니 이 죄 죽어도 마땅합니다.”

소현세자는 편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누가 시켜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냐?”
“누가 시킨 게 아니옵고 저 스스로 판단하여 한 일이옵네다. 세자저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세자저하께 두 가지 방도를 알려주고자 하옵네다.”

“말해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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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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