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제9차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8일 오후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환송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연합뉴스 이상학
정부측의 방북 권유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에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울 동교동 자택을 방문한 이해찬 국무총리와 정동영 통일부장관도 각각 방북을 권유했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직접 권유했다는 사실과 그 사실을 청와대측이 공개했다는 점에서 무게가 실린다.
한편 김대중 전 대통령비서실의 최경환 공보비서관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은 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건강과 상황이 허용돼 북한을 방문할 계획이 서면 정부와 상의하겠다"고 화답했다. 물론 "이번 순방이 성공적으로 되기를 기대한다"는 덕담도 잊지 않았다. 이해찬 총리와 정동영 장관의 방북 권유로 DJ 방북설이 불거졌을 때와는 다른 반응이다.
지난 2일 최 비서관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는 북측과 교신할 통신수단도 없으며 정부의 지원 없이는 항공기나 열차 등 방북에 필요한 교통수단도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구체적인 '지원 계획'은 없으면서 말만 앞세운다는 푸념이 깔려 있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방북 권유와 '적극적 뒷받침' 약속은 김 전 대통령측의 발언에 대한 화답인 셈이다.
이제 시기조절과 택일만 남은 셈이다. 지난 2일 DJ의 핵심측근은 "김 전 대통령이 '꽃피는 좋은 계절'에 방북하더라도 그냥 놀러가시겠냐"면서 "김 전 대통령은 지금 (자신의) 건강보다는 (6자회담 등 국제적 역학관계에서 개입할) 타이밍을 조절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오전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이 통화할 때 그 곁에는 각각 이병완 비서실장과 박지원 전 비서실장이 있었다. 이병완 실장은 김대중 정부에서도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다.
노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회의 일정 때문에 노벨평화상 수상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다"면서 "이병완 실장을 대신 보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쯤에 청와대에서 서울공항으로 출발했다.
이병완 실장은 노 대통령을 태운 대통령특별기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가는 중인 이날 오후 6시부터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수상 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노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독했다.
노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 "역사는 DJ의 열정과 공헌을 결코 잊지 않을 것"
노 대통령은 "역사는 민주주의와 평화를 향한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열정과 공헌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 시대를 열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동번영의 초석을 놓은 지도자로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당당한 민주주의 나라다"고 전제하고 "경제 또한 국민의 정부에서 닦아놓은 지식정보화와 시장개혁의 토대 위에서 선진경제를 향해 한발 한발 전진해가고 있다"면서 "특히 남북관계는 이제 누구도 화해와 협력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을 만큼 안정적으로 발전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님의 노벨평화상 수상이야말로 개인의 영광을 넘어 전 세계인이 우리 국민에게 보내는 존경과 찬사이자,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역사의 진리를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김 전 대통령이 평생을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남북 화해협력을 위해 헌신해왔다"며 "온갖 핍박과 감옥살이, 심지어 죽음의 공포도 그 숭고한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이미 오전 전화통화에서 김 전 대통령의 안부를 물었지만 공식 메시지에서 다시 한번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건강 걱정과 함께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기대감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얼마 전 건강이 좋지 못하다는 소식에 걱정이 컸다. 이제는 쾌차하셨다니 다소 안심"이라며 "앞으로도 더욱 건강하신 모습으로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해주시기 바란다"라고 끝을 맺었다.
이날 오후 6시부터 4시간에 걸쳐 특별강연과 만찬 및 참석자 접견이 진행되는 김 전 대통령의 표정은 당장 내일이라도 평양에 다녀올 수 있는 것마냥 밝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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