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시대, 우리는 아시아를 제대로 보고 있나

KBS 해외 관련 프로그램 개편 한 달

등록 2005.12.09 14:45수정 2005.12.0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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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혹은 세계는 단순히 책이나 사진으로 바라만 보는 대상은 아니다. 이제는 한국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활동하는 능동적인 무대다. 어느새 한국인들은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측면에서 다른 나라를 바라보고 있다. 특히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어 왔다.

이에 따라 다른 나라에 대헤 알려는 욕구가 강해져 왔고, 그 현장을 종합적이고 심층적인 내용 구성으로 생동감을 더해 전달해 주는 방송 프로그램의 역할이 매우 필요해졌다. 이러한 점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반영되기도 해 왔다. 그동안 해외 탐방 프로그램에서 해외 시사프로그램까지 등장해 왔다.

이런 취지에 따라 kbs는 가을 개편과 함께 <놀라운 아시아> <러브인 아시아> <걸어서 세계속으로> 등 3편의 해외관련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중에서 2편은 아시아 관련 프로그램이다. 여러 가지 장점도 눈에 들어오지만, 각 프로그램들은 제작 명분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곤란한 모습들이 드러나고 있다.

<놀라운 아시아>
<놀라운 아시아>KBS
<놀라운 아시아>는 각 나라의 놀랍고 재밌고 흥미로운 이야기, 혹은 특이하고 재밌는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러브 인 아시아>는 이주노동자뿐만 아니라 한국에 시집 온 며느리와 가족의 희로애락을 다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때문에 공익성이 높은 프로그램이라는 지적이 있다. 내용 구성면에서 볼 때 해외-고향 마을, 국내-시집과 마을, 스튜디오라는 3원 구성 체제가 특징이다. 또한 이러한 내용 전개를 통해 감동을 추구하고 있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는 1인 제작 시스템으로 기동력과 속도감이 느껴진다. 자유로운 탐방 형식을 통해 삶과 풍물의 세밀한 부분까지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특징들 한편으로 우려할 만한 점들도 눈에 띈다.


<놀라운 아시아>는 기상천외하거나 엽기적인 인물에 치중하고 있다. 또한 선정적인 소재나 장면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다. 또한 자칫 아시아인에 대한 비하의 인종주의, 혹은 편견을 심어줄 가능성도 있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는 이전 <세상은 넓다>와 < TV문화지대 >에 견줄 때 차별성이 없다. VJ 제작 시스템과 구성이 < VJ특공대 >와 같다. 또 내용에서 여행 스케치에 머무는 경향이 있다. 나그네의 시각에서 각 도시의 풍경과 풍물, 사람, 명승지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다루게 된다.


<러브 인 아시아>는 우선 한국인의 시각이 강하며 한국인과 결혼한 여성을 지나치게 며느리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또 가사와 육아에 대한 논의, 여성과 가족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은 제외하고 있다. 아울러 감동에 귀결 시키려 한다거나 그들의 고민을 결국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맞추려 한다.

이럴 때는 진정한 문제 해결이 될 수 있다. 또한 개인과 마을 차원만이 아니라 공적 제도, 정책적 논의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갑자기 한국인과 결혼한 아시아 여성들에게 한국에 대한 문화, 역사, 정치 경제적 맥락, 언어 등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교육하는 기관이 없다. 또한 그들이 고민과 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이런 프로그램의 공통적인 문제점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체계적이지 못한 점, 단편적인 인상, 느낌, 현상에 집중하는 경향이다. 또한 나라의 문화를 보여준다는 명분에 치중해 일상과 문화를 사회, 경제, 정치와 너무 분리해서 접근한다. 이럴 때 전체적인 이해보다는 현재 모습에 대한 인식 왜곡을 낳을 수 있다.

<러브 인 아시아>
<러브 인 아시아>KBS
<러브 인 아시아>는 문제 해결 지향, 솔루션의 역할 증대도 필요할 것이다. 특히 해당 여성은 시집 살러 온 사람이 아니라 인격적 주체다. 가족주의적 가치관을 넘어 소수자 문화 인권 차원의 시각에서 보완해야 할 것이다.

<놀라운 아시아>에서는 기인이나 특이함의 놀라움이 아니라 사회 문화에서 우리가 놀랍게 보아야 할 점들, 미처 알지 못했던 점들, 훌륭한 점들을 살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는 여행 정보지 차원에서 벗어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하나의 지역, 도시에 관한 여행 스케치에 머물지 않는 방향성 모색도 필요하다. 각 국가를 오가며 테마별로 구성할 수도 있다. 그네들의 사랑, 결혼, 출생은 물론 그들이 즐겨 있는 책, 드라마, 영화 등을 구성할 필요성도 있다. 정치·경제적인 진지한 이야기들도 어떻게 버무려 전달할 지가 관건이다.

전체적으로 재미, 공익, 정보라는 세 가지 요소를 고루 갖춘 프로그램이 아직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되짚어 생각해 볼 때 현실적으로 해외 관련 프로그램 제작의 어려움과 한계도 있다. 시간과 인력이 많이 들어가는 프로그램인데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단기적인 기획, 소재의 한계에 이른다.

<걸어서 세계속으로는>는 저가의 제작비로 1인 제작 시스템이고 HD 고화질 시대에 <놀라운 아시아>는 6mm 촬영으로 작품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따라서 적극적인 시간적,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공익적 명분상으로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해외 아시아에 관련된 프로그램의 제작은 단순히 방송만을 위하거나 시청률을 목표로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간접 투자(SOC) 개념으로 진전될 필요가 있다. 다른 나라에 대한 성찰적 논의는 문화 교류, 산업, 외교, 무역 등의 모든 경제 사회적 활동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류도 이러한 장기적인 투자의 관점에서 논의될 필요는 있다. 이와 관련해 KBS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다른 방송프로그램도 아시아에 대한 담론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더 심도 있게 반영해야 한다. 각 나라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보다는 공유한 가치를 통해 동아시아적 가치를 이끌어내는 데 제작 방향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 그룹 활용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문화에 대한 이해를 위해 필요하다. 무엇보다 앞으로도 해외 관련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제작 될 것이기 때문에 항시 전문가 집단 구성과 활용을 통해 질 높은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한다.

단순한 문화 상품 수출이 아니라 문화 교류 내지는 문화 형성이라는 관점에서 접근도 중요하다. 동아시아적 가치를 중심으로 아시의 대안, 세계화를 넘어선 대안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단발, 산발적으로 제작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시간 배분과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 제작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gonews에 보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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