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중유시(畵中有詩)'의 매혹에 빠지다

청오 채희규 문인화전, 13일부터 18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려

등록 2005.12.09 16:35수정 2005.12.0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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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규 작, 香動, 70×136cm
채희규 작, 香動, 70×136cm채희규
'흉중성죽'(胸中成竹)의 작가 정신 도도하게 펼쳐내

12월 13일부터 18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청오 채희규 展'은 1994년 네 번째 개인전 이후 11만에 열리는 작가의 다섯 번째 개인전이다. 여러모로 의미가 크지 않을 수 없다.


작가는 서문에서 '11년 만에 열게 된 동기'를 간단히 "붓끝에 힘이 있을 때 작품으로 남겨두기 위함과 내 나름의 전통문인화를 현대인들에게 작게나마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하였지만, 그 말이 내포한 의미가 얼마나 크고 중요한가를 기사를 쓰면서 새삼 느끼게 되었다.

앞의 이유는 "먹향이 좋아 걷기 시작한 길"을 열심히 걸어왔고, 그에 대한 한없는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뒤의 이유는 작품에 임하는 철저한 작가로서의 책임감으로 읽혀졌다.

그리하여 작가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작품관을 펼쳐놓는다.

"나는 나의 문인화에서 정신과 기운과 형태를 중시한다. ... 나는 작품을 제작할 때 붓 앞에 정신을 모으는 것을 첫째로 한다. 이렇게 꾸밈없이 정신이 모아지면 조용히 붓을 잡고 작품창작에 임한다."

장회관과 유희재가 일찍이 갈파한 바 있듯이, 작가 또한 정신의 우위를 강조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작품 창작에 들어가서는 표현을 함에 있어 기운을 중시한다. 기(氣)는 문인화에서 핵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는 생성소멸을 운행하는 힘이다. ... 특히 문인화에서 기는 작품을 살아있게 하는 힘이다. 문인화는 작가의 정신을 형태로써 전하는 이른 바 사의화(寫意畵)이기 때문이다."


채희규 작, 菊芳, 49×49cm
채희규 작, 菊芳, 49×49cm채희규
채희규 작, 淸荷, 52×49cm
채희규 작, 淸荷, 52×49cm채희규
최상위의 정신경계는 물론, 대상이 지닌 형태를 표현하여 예술경지의 창조에 도달하기 위해서 기(氣)를 중시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상이 지닌 형태는 나의 문인화에서 눈에 보이는 그대로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반추상의 형태로 표현된다. 보이는 그대로 재현해 내는 그림은 문인화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 눈을 좇는 것보다 마음을 좇는 것이 위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작가가 이번 작품전에서 추구하고자 한 것은 '象外之象, 景外之景'(상외지상, 경외지경 : 형상 밖의 형상, 경물 밖의 경물)인 것이다.

채희규 작, 秋實, 45×70cm
채희규 작, 秋實, 45×70cm채희규
역동적 운필, 창조적 공간경영 돋보이는 작품들

창작 대상이 작가의 흉중에 완성되고 기운을 바탕으로 표출된 작품 120여 점이 이번 전시회에서 소개된다. 한결같이 작가의 정신이 내함되고, 역동적 운필과 창조적 공간경영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소재는 크게 매, 죽, 국, 난을 비롯, 연(蓮), 등(藤), 목련, 파초, 소나무, 석류 등이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부분은 ‘작가 정신’의 청윤 고아한 표출이다. 작품 소재가 갖는 고고함이 한몫하였겠지만, 결국 소재가 작가정신을 상징하고, 작가정신이 소재에 투영되어 드러난 것이 아니겠는가.

'胸中一氣'(흉중일기)가 표출된 줄기는 화면 밖 무한 공간으로 뻗어나가고 화폭 안에서는 여백을 풍부하게 남기는 뛰어난 공간 경영을 보여준다. 특히 화폭을 장악하는 분할의 묘가 독특하여 눈길을 끈다. 우상에서 좌하로, 좌상에서 우하로 전개되는 구도는 무한한 확장의 느낌을 강하게 전해준다.

또 한편으로는 <香動(향동)>, 여덟 폭 소나무 병풍 <秀孤松(수고송)> 등 장중한 느낌을 주는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도 작품 편편마다 배어 있는 강한 절제미는 문인화에 임하는 작가의 정신 자세가 어떠한가를 엿볼 수 있어 경건하기까지 하다. 작품에서 강한 시적(詩的) 여운을 느끼는 것은 비단 기자에게만 그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시흥(詩興)을 다 이루지 못하니 넘쳐서 서(書)가 되고, 변하여 화(畵)가 된다"는 동파(東坡) 소식(蘇軾)의 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또한 '詩中有畵 畵中有詩'(시중유화, 화중유시 :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작품에서 우러나오는 시적 울림을 그의 작품을 마주하는 관람객이라면 저절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채희규 작, 淸香, 55×57cm
채희규 작, 淸香, 55×57cm채희규

덧붙이는 글 | 문인화가 청오 채희규 씨는 대구사범 본과 3년을 졸업하고, 대한민국미술대전 문인화분과 초대작가이며, 운영위원, 심사위원장을 역임하였습니다. 개인전 4회를 비롯, 수많은 초대전, 단체전에 출품하였고, 현재 한국미술협회 문인화부문 이사, 한국문인화협회 부이사장이며, 청오서화연구회 원장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문의전화 : 053-756-4075)
* 이 글은 <월간 서예문인화> 12월호에도 송고하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문인화가 청오 채희규 씨는 대구사범 본과 3년을 졸업하고, 대한민국미술대전 문인화분과 초대작가이며, 운영위원, 심사위원장을 역임하였습니다. 개인전 4회를 비롯, 수많은 초대전, 단체전에 출품하였고, 현재 한국미술협회 문인화부문 이사, 한국문인화협회 부이사장이며, 청오서화연구회 원장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문의전화 : 053-756-4075)
* 이 글은 <월간 서예문인화> 12월호에도 송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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