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규 작, 秋實, 45×70cm채희규
역동적 운필, 창조적 공간경영 돋보이는 작품들
창작 대상이 작가의 흉중에 완성되고 기운을 바탕으로 표출된 작품 120여 점이 이번 전시회에서 소개된다. 한결같이 작가의 정신이 내함되고, 역동적 운필과 창조적 공간경영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소재는 크게 매, 죽, 국, 난을 비롯, 연(蓮), 등(藤), 목련, 파초, 소나무, 석류 등이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부분은 ‘작가 정신’의 청윤 고아한 표출이다. 작품 소재가 갖는 고고함이 한몫하였겠지만, 결국 소재가 작가정신을 상징하고, 작가정신이 소재에 투영되어 드러난 것이 아니겠는가.
'胸中一氣'(흉중일기)가 표출된 줄기는 화면 밖 무한 공간으로 뻗어나가고 화폭 안에서는 여백을 풍부하게 남기는 뛰어난 공간 경영을 보여준다. 특히 화폭을 장악하는 분할의 묘가 독특하여 눈길을 끈다. 우상에서 좌하로, 좌상에서 우하로 전개되는 구도는 무한한 확장의 느낌을 강하게 전해준다.
또 한편으로는 <香動(향동)>, 여덟 폭 소나무 병풍 <秀孤松(수고송)> 등 장중한 느낌을 주는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도 작품 편편마다 배어 있는 강한 절제미는 문인화에 임하는 작가의 정신 자세가 어떠한가를 엿볼 수 있어 경건하기까지 하다. 작품에서 강한 시적(詩的) 여운을 느끼는 것은 비단 기자에게만 그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시흥(詩興)을 다 이루지 못하니 넘쳐서 서(書)가 되고, 변하여 화(畵)가 된다"는 동파(東坡) 소식(蘇軾)의 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또한 '詩中有畵 畵中有詩'(시중유화, 화중유시 :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작품에서 우러나오는 시적 울림을 그의 작품을 마주하는 관람객이라면 저절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