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자체조사에 바란다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제3자 참여해 모든 항목 검증하자

등록 2005.12.12 09:50수정 2005.12.1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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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팀의 연구성과 진위공방이 확산되는 가운데, < PD수첩 > 제작진과 황 교수팀이 계약서까지 쓰고 실시한 1차 검증 결과 복제줄기세포와 체세포의 DNA가 서로 일치하지 않은 것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백승렬


이제 가닥은 잡혔다. 서울대학교가 황우석 교수 논문을 자체 조사하기로 했다. 이로써 논문 진위논란은 줄기를 잡았다.

논문 재검증 요구의 대척점에 서있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도 서울대 자체 조사에 동의했다.

<조선일보>는 "논란이 여기까지 왔다면 DNA 조사를 통한 연구의 진실 여부 검증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고 했고, <중앙일보>는 서울대 자체 조사를 통해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가 과연 있는지, 잘못된 줄기세포 사진이 의도적인 조작인지 아니면 단순한 실수인지 확실하게 밝혀내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 조사] 조사 결과가 다시 논란이 되는 최악을 예방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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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연구를 자체 검증하기로 했다. 사진은 서울대 수의대 내 황 교수 연구실에서 체세포 핵이식 실험을 하는 장면. ⓒ 연합뉴스 전수영

왜 말을 바꾸느냐는 지적도 가능하다. 그 어느 언론보다 검증 요구에 비판적이었던 <중앙일보>는 오늘에 와서 다른 얘기를 했다.

<중앙일보>는 "DNA 지문 조사에서 아리송한 결과가 나오고 PD수첩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줄기세포 사진조작 의혹까지 불거졌다, 서울대 일부 교수와 사이언스까지 재검증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더 이상 의혹을 방치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면서 "(그동안)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지난 5일자에서 "황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세계적 연구기관과 언론들이 인정한 첨단 생명과학의 성과"라며 "논문 진위에까지 의혹을 확산시킨 자체가 잘못이었다"고 한 <중앙일보>가 말이다.

하지만 그만 두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의 '탓하기'는 생산적이지 않다. 그동안의 논란은 서울대 자체 조사를 이끌어내기 위한 산통이었다고 보아 넘기자.

중요한 건 서울대 자체 조사 결과가 다시 논란거리가 되는 최악의 상황을 예방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서울대 자체 조사 방법은 객관적이고 조사 절차는 투명해야 한다.

서울대는 자체 조사 방침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조사 방법과 절차는 밝히지 않았다. 오늘 오전 11시로 예정된 공식 발표에서 이 내용이 포함될 지 지켜봐야 한다.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황교수팀의 연구 데이터만 조사할 것이란 전망과 DNA 조사까지 할 것이란 전망이 교차하고 있다. 조사팀에 외부 인사가 포함되는지, 아니면 아예 외부 기관에 조사를 의뢰할 건지도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왕 조사에 나서는 것이라면 그 결과는 깨끗해야 한다. 가능한 모든 항목을 조사해야 하고, 당사자와 제3자가 공동으로 균형감 있게 조사하는 것도 필수다.

[정부 조사] '정치적 의도' 논란으로 혼선 우려

눈길을 끄는 게 하나 있다. 정부가 나서고 있다고 한다. <한겨레> 등 일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진상 파악을 위한 주변 조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 PD수첩 >에 제보한 것으로 추측되는 인물도 만났다고 한다.

오명 과학기술 부총리가 "재검증은 없다"고 잘라말한 게 지난 8일이었다. 그랬던 정부가 며칠 만에 입장을 180도 바꿨다. 그것도 서울대 자체 조사 방침이 전해진 시점에 맞춰서….

황 교수팀에 연구비를 지원해준 정부이기에 조사 권한이 있는 건 맞다. 과학계에서도 논문 재검증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국내 주체는 서울대와 정부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절차다. 서울대가 자체 조사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정부는 기다리는 게 옳다. 서울대 자체 조사 후 그 결과를 넘겨받아 '확정'하거나 재조사하면 된다. 그런데도 왜 '동시 조사'에 나서는 것일까?

분명한 건 정부의 이런 태도가 혼선과 논란을 야기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가 서울대와 동시에 조사에 나설 경우 '정치적 의도'에 대한 논란을 피해가기 어렵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서울대 자체 조사에까지 그 불똥이 튈 수도 있다.

[PD수첩] 득보다 실, 취재윤리 위반 논란만 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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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아줄기세포 진위논란에 휩싸이면서 칩거생활을 해 온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건강이 악화돼 당분간 연구 복귀가 힘들 전망이다. 사진은 황 교수가 비운 연구실 자리. ⓒ 사진공동취재단

MBC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일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MBC가 < PD수첩 > 후속편 방영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4일 < PD수첩 >의 취재윤리 위반을 사과하면서 후속편 방영을 유보한 바 있는 MBC다. 당시의 공식 입장이 '유보'였기에 어제 오늘의 움직임은 '유보상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이해할 수도 있다.

MBC가 < PD수첩 > 후속편을 방영할 경우 어떤 반향을 불러올 것인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득보다는 실이 더 클 수 있다. 취재윤리를 위반하면서 제작한 방송물을 내보낼 수 있느냐는 문제 때문만이 아니다.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이 지난 10일 < PD수첩 >의 김선종 연구원 인터뷰 녹취록을 공개했을 때 여론은 두 가지로 갈렸다. 황 교수팀 논문의 진위 논란이 증폭됨과 동시에 취재윤리 위반에 대한 비판 여론도 상승했다.

이 두 가지 여론은 결국 < PD수첩 > 후속편의 내용을 규정한다.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 외에 새로운 의혹을 제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서울대가 자체 조사에 들어갔고 사회 전 분야가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왜 MBC가 다시 끼어들어 서울대 조사에 영향을 미치려 하느냐는 소모적 논란을 야기할 것이다.

또한 미 피츠버그대에 파견 나간 연구원들과의 인터뷰, 즉 취재윤리 위반의 핵심 사항에 대한 방영 내용도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

연구원들에 대한 인터뷰 전 과정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게 아니라 편집해 내보낼 경우 취재윤리 위반에 대한 비판 여론은 재점화될 수 있다. 하지만 방송시간 제약 때문에 < PD수첩 >은 편집본을 내보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 PD수첩 >은 문제가 됐던 인터뷰 대목을 골라 방영해 국민의 판단을 구할 수도 있겠지만 인터뷰의 전체 맥락을 알고자 하는 국민은 그 정도에 만족하지 않을 수 있다. 현실적인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결국 현재로선 기다리는 게 상책이다. 서울대의 자체 조사가 객관성과 투명성을 담보한다는 전제 아래 일단 기다리는 게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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