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영어동화로, 수학은 수학동화로?

도서관 교육의 전도사, 이현씨의 <기적의 도서관 학습법>을 읽고

등록 2005.12.12 17:29수정 2005.12.1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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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기적의 도서관 학습법>은 도서관 이용을 통해 학습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제시.

<기적의 도서관 학습법>은 도서관 이용을 통해 학습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제시. ⓒ <기적의 도서관 학습법> 책표지

"우리 애가 정말 몰라보게 달라졌어요."

SBS에서 방송하는 프로그램 제목이 아니다. 초등학교 2학년 짜리를 영어학원에 보내기 시작한 어떤 아줌마가 내게 건넨 첫 마디다. 그 아줌마는 영어학원을 보내고 아이가 달라지는 걸 느끼겠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학원자랑이 늘어졌다. 길을 가다 벽보 광고에서 'UP'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고는 '업' 하는가 하면, 고구마를 먹다가도 고구마 생김새에서 알파벳 'H'를 발견하는 등 학원에 다닌 지 일주일도 채 안 된 아이의 놀라운 변화에 흥분해 있었다.


영어는 학원에서 해결하고, 수학은 학습지가 괜찮고, 이런 식으로 엄마들이 모이면 아이들 사교육 시장에 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한다. 학교 공부를 잘 따라가기 위해서는 돈 들여 사교육을 따로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아가고 있는 게 현재 우리 나라 사정이다. 그렇다면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돈 없는 사람은 공부도 할 수 없는 것일까?

프랑스에서 유학하면서 프랑스 교육을 접한 이현씨가 쓴 <기적의 도서관 학습법>은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책을 통해 학교 공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데서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학원에 보내거나 학습지를 하는 이유가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함인데, 돈 들여서 학원이나 학습지를 하지 않고도 도서관에서 열심히 책만 읽으면 학교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이 무척 구미에 당겼다.

저자에 의하면 '영어'는 영어동화책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고 했다.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에 접근하는 과정을, 모국어를 배울 때처럼 먼저 듣기를 하다가 말하기, 읽기, 쓰기 이런 순으로 익혀나가면 쉽게 새로운 언어를 배울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영어도 듣기 먼저 시작하라고 강조했다. 듣기훈련을 시키는 좋은 방법이 바로 아이에게 매일 영어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이라고. 그림을 통해서 의미를 대충 파악하기 때문에 굳이 해석은 해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때 엄마의 발음이 좋지 않은 것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했다.

유학 갔을 때 저자 자신의 아이들이 북시터나 사서로부터 프랑스 동화책을 열심히 듣고는 6개월 만에 프랑스어를 익히고, 또 우리 나라에 돌아온 아이들이 그때는 우리나라 말을 모르던 때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어주자 단기간에 한국어도 마스터하게 됐다는, 저자 자신의 경험담은 주장에 대한 신뢰감을 주었다. 이것저것 많은 동화책을 읽어주기 보다는 한 권을 읽어주더라도 반복해서 읽어주라고 저자는 충고했다.

국어나 영어 과목이야 언어이므로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이 앞서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수학도 책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좀 뜻밖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저자는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수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을 읽으라고 했다. 예를 들면 <수학귀신>과 같은 책을 읽으라고. 단지 문제를 푸는 차원에서 수학이라는 학문의 구성과 원리를 이해하게 되므로 문제를 이해하기 쉬워진다고 했다.


수학동화들은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모험을 하는 모험담이거나 추리소설의 형식을 취하는 것도 있고, 옛날이야기나 우화의 형식을 갖춘 것도 있는 등 아이들의 흥미를 일으킬 수 있게끔 만들어져 있다. 수학동화가 나온 배경이 아마도 딱딱한 느낌의 수학을 아이들이 받아들이기 쉽게끔 부드럽게 만들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이야기 형식 안에 수학적 개념과 원리를 풀어 놓음으로써 아이들은 쉽고 재미있게 수학을 공부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애에게도 <수학이랑 약수해요>라는 수학동화를 사줬다. 책을 읽고 수학실력이 크게 향상 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을 갖고 사줬다. 그런데 아이가 이 책을 읽은 후 수학이 쉬워졌다는 말을 해서 수학동화가 수학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참이라 저자의 주장에 공감이 갔다.


<기적의 도서관 학습법>이라는 책을 발견했을 때, '학습법'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제목에서 이 책을 학교 공부에 도움이 되는 그런 지침서 쯤으로 생각했었다. 물론 수학과목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떤 책이 도움이 되고, 과학과목은 어떤 책으로 접근해서 이런 책으로 영역을 확장하라는 등 교과목에 도움이 되는 정보도 많지만 이 책의 진가는, 학교와 사교육으로 구성된 아이들의 교육을 학교와 도서관으로 재구성하라고, 도서관에 아이들 교육의 일정 부분을 맡기라는 그런 주장에 있었다.

저자의 아이들은 방과 후 학원으로 직행하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도서관으로 간다고. 거기서 자신이 고른 책과 엄마가 골라준 책을 읽고 도서관 노트도 작성하면서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에 대한 이해를 넓혀간다고 했다. 또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수강하면서 미술이나 악기도 배우는 등 도서관이 교육의 중심을 차지한다고 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서 학과 공부의 밑거름을 만들고,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취미생활을 한다면, 공연히 돈 들여가면서 사교육을 받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과 저자의 아이들이 얻은 것처럼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조급한 마음은 금물일 것 같다. 학습지나 학원이 금방 효과는 나타나지만 근본적인 실력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반면, 도서관 교육은 효과는 조금 늦게 나타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실력을 향상시켜주는 근본적인 방법이란 생각을 갖고 꾸준하게 도서관을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기적의 도서관 학습법>(이현, 화니북스)

덧붙이는 글 <기적의 도서관 학습법>(이현, 화니북스)

기적의 도서관 학습법 - 개정판

이현 지음,
기탄출판,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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