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학생을 포기할 권리가 없습니다"

[모든 시민은 저자 33] 달리기 하는 선생님, 안준철 기자

등록 2005.12.17 10:43수정 2005.12.1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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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뉴스게릴라를 찾아서'란 코너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민기자들을 찾아 나섭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따뜻한 이야기에서부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특별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까지 기사로 만들어 훈훈함을 전해주는 시민기자들. 그리고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해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발휘하는 시민기자들까지. <오마이뉴스>는 '뉴스게릴라를 찾아서'를 통해 오늘의 <오마이뉴스>를 만들어낸 주역인 시민기자에 대한 궁금증을 후련하게 풀어드릴 예정입니다. 우선 꾸준한 활동으로 그동안 써왔던 기사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 낸 시민기자들을 차례로 만나봅니다 <편집자주>
여기 선생님 한 분이 있다. 종례시간에는 일일이 악수를 하며 눈을 맞추고 아이들이 지각을 하면 대신 운동장을 도는 벌을 받는다. 끊임없이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고 생일이면 시를 써준다. 꿈에 부푼 초임 교사의 낭만적 이야기가 아니다.


순천 효산고등학교에서 영어교사로 근무하는 안준철 기자는 벌써 20년 가까이 제자들에게 편지와 시를 써주고 있다. 그의 지치지 않는 제자 사랑과 교육관에 대해 들어보았다.

담임반 학생들과 함께한 안준철 선생님.
담임반 학생들과 함께한 안준철 선생님.심은식
교사는 학생을 포기할 권리가 없다

'선생 똥은 개도 먹지 않는다'는 우스갯말이 있다. 그만큼 교육자의 위치는 고민과 마음고생이 심하다는 뜻이다. 속이 매일 바짝바짝 타들어가니 똥인들 온전할 리 없는 것이다. 진학지도와 수업, 시험, 생활지도와 행정업무처리까지. 실제로 현직 교사가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시간을 낸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러나 농대를 나온 후 다시 학사 편입을 하면서까지 교사가 된 안준철 기자. 그에게는 학생들과의 인간적인 소통이 가장 중요한 일이자 신념이다. 아이들과 소통하는 일의 어려움은 없는지 묻자 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그 후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표지
<그 후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표지우리교육
"아이들은 민주주의와 대화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강압에 길들여있죠. 아이들의 잘못 속에도 진실이 있어요. 그걸 드러내고 대화를 함으로써 성숙할 수 있는데 그 걸 깨우쳐주기가 힘들어요. 나와 학생 모두를 늘 추슬러야하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통에 대해 희망을 갖고 임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기 방어적이라 그걸 열기가 어려워요. 그동안 쭉 받아온 교육이 대화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담임을 맡은 1년 동안 최선을 다합니다. 교사는 학생을 포기할 권리가 없습니다."

그동안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교육칼럼 '안준철의 시와 아이들'에는 이처럼 현장에서 느끼는 자연스런 성찰과 학생들과의 교감이 나타나 있다. 지난해에는 그 글들을 모아 <그 후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를 내기도 했다.


그는 기사와 책을 통해 여러 곳에서 주목을 받고 강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그가 새롭게 깨달은 것은, 반응이 좋은 글들은 역시 자신도 진실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쓴 것들이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직업이 아닌 꿈을 가져야

재직중인 학교를 배경으로 선 안준철 기자.
재직중인 학교를 배경으로 선 안준철 기자.심은식
인자한 웃음이 자연스럽게 붙은 얼굴. 그러나 안준철 기자의 교육현실에 대한 지적은 날카롭다.

"언젠가 날이 몹시 쌀쌀하고 추운 날이었어요. 학생 하나가 추운데 코트를 입으면 안 되느냐고 하는데 위에서는 교칙 때문에 안 된다는 거예요. 학교가 관습적이고 타성에 젖어 아이들의 인권은 방치되고 있어요."

그는 이처럼 교육 본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아이들에게 자기발견의 기회 자체가 박탈되어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의사가 되라는 말보다 어떤 의사가 되어야 하는지 말해야 합니다. 직업이 아닌 꿈을 가지라고 말이죠."

그는 학교에서 사회를 배우는데 현재는 돈 아니면 성적으로 단순화되었다고 지적한다. 좋은 직장을 다녀서 월급을 받으면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아이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다른 것들을 더 찾아보기를 바란다고 했다.

"학부형들은 아이들이 학교를 잘 다니기만 바라지만 그건 그저 아이들에게 견디라는 요구일 뿐이에요. 아이들 자체에 좀 더 관심을 가져주는 게 필요해요. 아이의 출석률보다는 내적 성장이, 성적보다는 생활이 더 중요하니까요."

아이들과 늘 소통하기를 꿈꾼다는 안준철 기자의 손
아이들과 늘 소통하기를 꿈꾼다는 안준철 기자의 손심은식
안준철 기자는 누구?

안준철 기자는 전남 순천 효산고등학교 교사이자 시인이다. 제자들의 생일 때마다 써준 시들을 모아 첫 시집 '너의 이름을 부르는 것 만으로'를 출간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이후 '다시 졸고 있는 아이들에게' '세상 조촐한 것들이' 등을 상재. 또 국민일보 가족연재소설 '사을이네 집' 연재한 뒤 단행본 '아들과 함께 인생을' 펴냈다. <오마이뉴스>에 썼던 글을 모아 <그 후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우리교육)를 펴냈으며 경향신문에 교단일기를 연재하고 있다.


이상적인 교육의 자세인 사랑, 기다림, 믿음은 그에게 있어 추상적인 단어들이 아니다. 그는 스스로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책을 한 권 읽는 것, 아무도 줍지 않은 교정의 휴지를 줍는 일, 집에 계시는 부모님을 한 번이라도 기쁘게 해 드리는 등 사소하지만 신뢰와 선한 마음을 전하는 일들이 그것이다.

그는 오늘도 이런 작은 것들부터 끌어안고 나누며 아이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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