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에 위치한 K-6(캠프 험프리) 미군기지에서 헬기가 이륙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모습.권우성
2차대전과 한국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해외주둔미군 재배치, 왜?
그렇다면 미국이 기지 재배치를 비롯해 주한미군에 일대 혁신을 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신군사전략과 이를 위한 '군사변혁' 및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GPR), 그리고 주한미군의 변화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이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도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먼저 미국의 신군사전략은 탈냉전 이후 네오콘 등 미국의 강경파들의 구상과 이를 집대성한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서 잘 드러난다. 대통령이 직접 서명하는 국가안보전략보고서는 일종의 전략지침서에 해당된다.
2002년 9월 발표된 부시 행정부의 전략보고서는 크게 세 가지 군사적 목표를 담고 있다. ▲첫째는 9.11 테러 이후 선포된 '테러와의 전쟁'에서의 승리이고 ▲둘째는 부시 행정부가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북한, 이란, 이라크에 대해 "필요하다면" 선제공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며 ▲셋째는 "잠재적인 적들이 미국의 힘을 능가하거나 대등해지려는 희망으로 추구하는 군사력 증강을 좌절시킬 정도로 충분한 힘"을 가지는 것이다.
이러한 부시 대통령의 전략지침을 구체화하기 위해 나온 것이 바로 '군사변혁'과 GPR이다.
당초 군사변혁은 정보기술을 이용해 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감시·정찰(C4ISR)의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군사변혁의 개념을 확대해 무기 및 장비의 현대화 뿐만 아니라, 21세기에도 미국 군사력의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총제적인 군사 체제 및 개념의 개편을 달성한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과거의 군사변혁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국방부가 밝히고 있는 군사변혁 추진 배경과 목표를 보면 확실히 드러난다. 크게 네 가지가 제시되고 있는데 ▲첫째 신속한 군사적 대응 능력의 확보 ▲둘째 미국 군사력의 신속기동군화를 통한 지리적 한계의 극복 ▲셋째 미국 본토를 방어하면서도 "신속하고 결정적으로" 적을 격퇴시킬 수 있는 능력 확보 ▲넷째 분쟁을 억제하고 잠재적 경쟁자를 단념시킬 수 있는 군사력의 수위 확보 등이 그것들이다. 이러한 군사변혁은 "2차대전과 한국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해외주둔미군 재배치"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방부는 "군사변혁의 일환으로 국방부는 포괄적이고 (새로운) 전략에 기초해 해외 주둔 미군의 규모, 위치, 형태, 능력에 대한 재검토를 추진하게 되었다"며, 이를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로 명명했다.
또한 부시 대통령은 지난 2003년 11월 하순 GPR을 발표하면서 "냉전해체 이후, 우리나라와 우방 및 동맹국들이 직면했던 (소련 등 공산국가의) 위협은 깡패국가와 글로벌 테러리즘, 그리고 대량살상무기와 연계된 예상치 못한 위험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며 "GPR은 이러한 위협을 분쇄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군사변혁은 주한미군부터
주목할 점은 이러한 미국의 군사변혁 및 GPR이 주한미군에 가장 먼저 적용되었다는 것이다. 럼스펠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주한미군에 대한 답답함을 피력한 바 있는데, 일례로 이라크 침공을 한참 준비했던 2003년 3월 초 "주한미군의 많은 병력은 전방에 얽매여 있다"며, 이는 유연성을 크게 저하시켜 주한미군을 다른 목적에 사용할 수 없게 만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불만은 2004년 여름 2사단 일부 병력의 이라크 차출 및 주한미군 변혁의 가속화로 이어져왔다.
그렇다면, 도대체 주한미군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 것일까? 위에서는 기지 재배치를 중심으로 설명했는데, 최근 주한미군의 변화는 그 이상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2004년 3월 31일 리온 라포트 주한미군 사령관의 미국 상원 증언 내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라포트는 이 증언에서 '주한미군의 변혁'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주한미군의 재편 방향으로 세 가지를 설명했다.
첫째는 장비 현대화와 새로운 작전 개념 실행을 통해 전투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3년간에 걸쳐 110억달러를 투입해 해공군력과 정보력, 그리고 MD 등을 중심으로 주한미군의 군사력을 대폭 강화하고 '5026 및 5029' 등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을 수정하는 것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둘째로 전력 구조를 최적화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역할과 임무를 재정의한다는 것인데, 이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말에 압축된 것으로서, 북한과 중국에 대한 예방적·선제적 군사개입 및 '테러와의 전쟁' 등 동북아 지역 밖으로의 원활한 이동 및 작전 수행을 그 내용으로 한다.
끝으로 지속적인 주둔을 위해 기지와 병력을 재배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주한미군의 병력수는 줄어들지만 작전수행능력은 크게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