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 무등산의 서설 ⓒ 나천수
꽃이 되고 싶어 하는구나.
꽃이라 불리고 싶어 하는구나.
얼마나 꽃이 그리웠으면
물방울의 네가 솜이불처럼 부풀어
상사화처럼 낙화(落花)의 몸짓할까.
꽃 이파리 없다고 꽃이 아니랴.
꽃 이파리 피지 않았다고 꽃이 아니랴.
꽃향기 없다고 꽃이 아니랴.
꽃 색깔 없다고 나비오지 않으랴.
꽃샘 속에 꿀물 없다고 벌 오지 않으랴.
세상 색깔 다 섞으면 흰색이 되거늘,
그래서 흰색이 색중에 왕인 것을,
북풍한설 몰아칠 때,
무지개 색 가진 것들
다 죽고, 시들고, 져서
가지 끝에 빈 꽃가지만 남을 때에야
색의 왕이 납시거늘,
나비 천사와 더불어
바람 천사와 춤추며
가지 끝의 빈 꽃자리에 살짝 앉거늘,
아무도 모르게 아주 살짝 앉아서
꽃의 왕이 온 줄 모르고
그저 흰눈이 내렸구나 하니
몰라도 너무 몰라준다고
눈물을 흘리는구나.
2005년 12월 15일 아침에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