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설화(雪花)

가지 끝에 빈 꽃가지만 남을 때에야 색의 왕이 납시거늘…

등록 2005.12.15 14:47수정 2005.12.1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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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무등산의 서설

무등산의 서설 ⓒ 나천수

꽃이 되고 싶어 하는구나.
꽃이라 불리고 싶어 하는구나.
얼마나 꽃이 그리웠으면
물방울의 네가 솜이불처럼 부풀어
상사화처럼 낙화(落花)의 몸짓할까.


꽃 이파리 없다고 꽃이 아니랴.
꽃 이파리 피지 않았다고 꽃이 아니랴.
꽃향기 없다고 꽃이 아니랴.
꽃 색깔 없다고 나비오지 않으랴.
꽃샘 속에 꿀물 없다고 벌 오지 않으랴.

세상 색깔 다 섞으면 흰색이 되거늘,
그래서 흰색이 색중에 왕인 것을,
북풍한설 몰아칠 때,
무지개 색 가진 것들
다 죽고, 시들고, 져서
가지 끝에 빈 꽃가지만 남을 때에야
색의 왕이 납시거늘,

나비 천사와 더불어
바람 천사와 춤추며
가지 끝의 빈 꽃자리에 살짝 앉거늘,

아무도 모르게 아주 살짝 앉아서
꽃의 왕이 온 줄 모르고
그저 흰눈이 내렸구나 하니
몰라도 너무 몰라준다고
눈물을 흘리는구나.

2005년 12월 15일 아침에

덧붙이는 글 | 남도 꽃 소식/1탄

덧붙이는 글 남도 꽃 소식/1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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