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면 언제나 아름다운 잎사귀 하나유근종
사람들은 저마다 겨울이 가까워오면 작은 약속을 하나쯤 만들고 있을 것이다. 바로 '첫눈이 오면 ~ 하자!' 이런 류의 약속일 것이다. 특히 여성들에게 이런 약속이 많지 않을까. 겨울이 오고 첫눈이 내리면 그야말로 난리들이다. 눈이란 사람들의 마음까지 순백으로 만들어주는 표백제라 표현하면 어떨까?
첫눈에 대한 갈망은 겨울이면 하루가 멀다 하고 지겹게 눈 구경을 할 수 있는 러시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1월, 빠르면 10월에 시작해서 4, 5월까지 눈을 볼 수 있는 곳이 러시아인데도 첫눈에 대한 사람들의 마음은 세계 공통인 모양이다.
어릴 적 시골에 살았을 때는 무던히도 눈이 많이 내렸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 겨울에 눈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나마 지난 겨울은 눈 내리는 것을 볼 기회가 제법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진으로 기록해 놓을 기회가 적어 안타까웠는데, 한참을 잊고 있다 슬라이드를 현상해보니 기억 속에서 사라졌던 필름이 있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오래된 책 속에서 만원짜리 지폐를 발견했을 때의 기분이랄까? 여하튼 오랜만에 받아든 필름을 보고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