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만 가면 얼굴 흉터 고칠 수 있대요!"

화순자애원 유승진군, 미국 갈 경비 없어 무료 치료 못 받아

등록 2005.12.16 17:28수정 2005.12.1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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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살 유승진군의 꿈은 경찰관이다.
14살 유승진군의 꿈은 경찰관이다.박미경
얼굴에 입은 화상을 미국 병원에서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미국까지 갈 경비가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시설아동이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올해로 5년째 화순자애원(원장 이마리아)에서 생활하고 있는 유승진(14·화순중 1년)군은 7살 무렵 쓰레기를 태우던 곳 주변에서 놀다가 부탄가스통이 터지면서 얼굴과 손 등에 화상을 입었다.

승진군의 아버지는 일용직 근로자로 승진군이 화상을 입을 당시 아내와 이혼하고 혼자서 승진군과 동생 명진(화순제일초 4년)군을 돌보고 있었다. 건설현장에서 일용직근로자로 일하면서 혼자 두 아이를 돌보고 있던 승진군의 아버지는 화상을 입은 승진군에게 제대로 된 치료를 해줄 수가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벌이마저 어렵게 되자 승진군의 아버지는 지난 2000년 9월, 승진군은 화순자애원에, 동생 명진군은 큰집에 맡겼다. 큰집에서 생활하던 동생 명진군도 지난해 자애원에 맡겨져 지금은 승진군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자애원 홍순웅 사무국장은 "승진이가 얼굴의 흉터로 기가 죽을까봐 걱정했는데 자애원에서 잘 적응해 줘 고맙다"고 말한다.

화순자애원에는 모두 50여명의 원생들이 있으며 승진이는 동생 명진이와 7살~11살 사이의 어린이 10명과 함께 화순자애원 은혜기숙사에서 생활한다.


은혜기숙사에서 승진이를 돌보고 있는 최아라 사회복지사는 승진이를 "잘 웃고 장난도 좋아하지만 선생님을 도와 한창 장난꾸러기인 동생들을 챙기고 보살필 줄도 아는 착하고 믿음직한 맏형"이라며 승진이를 칭찬했다.

최씨는 "자애원에서는 밝고 씩씩한 승진이가 밖에서는 얼굴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항상 고개를 숙이고 다닌다"며 "어린 나이에 마음 고생하는 승진이를 보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씨를 더 마음 아프게 하는 것은 승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얼굴의 화상으로 인해 자신감을 잃고 친구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리지 못하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소외되는 경우가 있다는 말이 들려올 때면 최씨는 승진이가 더 안쓰럽다.

자애원에 와 적응을 잘해줘 고맙다는 홍순웅 사무국장과 유승진군.
자애원에 와 적응을 잘해줘 고맙다는 홍순웅 사무국장과 유승진군.박미경
자애원에서 밝게 웃으며 생활하는 승진이가 이런 이야기를 최씨에게나 자애원의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고 이야기하지 않기에 최씨와 자애원 관계자들은 승진이가 더더욱 안쓰럽다.

승진이는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슈라이너아동병원에서 무료로 치료해 주겠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승진이를 치료해주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노력한 자애원 관계자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그러나 승진이가 미국으로 건너가 치료를 받기 위해 미국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선 신분이 확실한 보호자가 필요했다. 직업 등이 불안정한 승진이의 아버지로 인해 승진이의 비자가 발급되지 않았던 것이다.

자애원 이마리아(48) 원장은 비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승진이의 아버지와 상의해 승진이를 이 원장 앞으로 입양했다.

이 원장이 승진이를 입양하면서 비자문제는 해결됐지만 이번에는 미국까지 다녀올 왕복비행기 요금 등 여행경비가 마련되지 않아 자애원 관계자들의 발을 동동 구르게 하고 있다.

미국까지의 왕복비행기요금은 물론 4개월여의 치료 기간 동안의 체류경비를 마련하는 일은 사회복지시설인 자애원으로선 벅차기만 하다.

이마리아 원장은 "미국의 병원에서 승진이를 무료로 치료해 주겠다고 한 사실을 전해들은 미국 교포사회에서 승진이가 미국의 교포가정에서 체류할 수 있도록 돕기로까지 했지만 아직 경비를 마련하지 못했다"며 "경비가 마련되는 대로 승진이를 미국으로 보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4살 승진이의 꿈은 경찰관이다. 승진이는 돌아가신 할머니와 자라서 훌륭한 경찰관이 되겠다고 꼭꼭 약속했었다. 승진이는 자라서 할머니와 한 약속도 지키고 어렵고 힘든 사람들도 도와주고 싶다.

승진이가 미국으로 건너가 얼굴의 흉터를 치료받고 누구 앞에서나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경찰관의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

자애원에서 만나는 시간 동안 계속 고개를 숙이며 얼굴을 감추고 있던 승진이의 모습이 이 겨울 추위만큼이나 자꾸만 가슴을 시리게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화순의 소식을 알리는 디지탈 화순뉴스(http://www.hwasunnews.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화순의 소식을 알리는 디지탈 화순뉴스(http://www.hwasunnews.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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