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중에 심씨 할머니가 딸의 옷에 묻은 머리카락을 떼내고 있다. 거동은 불편해도 눈만큼은 밝은 이유가 딸의 눈 노릇 때문일까?최육상
"어머니 기저귀값 감당하기도 벅차다"
모녀는 14평 영구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다. 이들의 생활비는 영세민기초생활수급자에게 정부가 지급하는 월 40만원이 전부. 그나마 군포복지관이 독거노인용 도시락을 하루 한 끼 제공하는 것이 위안이다. 이씨 할머니는 "어머니 기저귀값 감당하기도 벅차다"고 생활고를 토로했다.
박 목사는 두 모녀를 만나게 된 사연을 이렇게 말했다.
"95년도에 두 분이 이 아파트로 이사오면서 알게 됐어요. 저도 요 위층에 살거든요. 그 때 제가 풀빵, 인절미, 호떡 등을 사다 드렸는데 먹고 살기 어려운 게 보였어요. 어찌나 잘들 드시는지…. 그렇게 저를 반겨주시면서 바깥 출입을 하게 된 거죠."
이씨 할머니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바깥나들이를 한다. 하지만 그것도 교회에 다녀오는 '1시간' 정도이다. 집에 홀로 있는 어머니 생각 때문에 바깥에 오래 머물 수 없다. 딸과 대화를 나누는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앉은 심씨 할머니는 연신 입을 오물거리며 숨을 내쉬었다. 숨 쉬기도 말 하기도 힘들어 보였지만, 눈만큼은 딸의 옷에 묻은 머리카락을 떼어 낼 정도로 밝았다. 그에 비해 딸은 눈만 안 보일 뿐이지 77세 나이로는 도저히 판단이 안 될 정도로 고왔다.
시각 장애인 딸과 거동이 불편한 노모. 이들의 삶을 들여다 보면 볼 수록 생명의 고귀함이 느껴졌다. 모녀가 굳게 맞잡은 손은 무엇을 의미할까. 박 목사가 12년간 모녀를 지켜본 느낌을 이렇게 전했다.
"어머니는 시각장애를 입은 딸을 보며 눈 밝게 살아야 한다는 의지가 넘쳐나는 것 같고, 딸은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 생각에 힘들어도 살아야 한다는 희망을 갖지 않나 싶어요. 서로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을 테니까요."
어머니는 딸 걱정, 딸은 어머니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