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가슴이 떨리는 그 때 그 사진

한 사람이 보이나요?

등록 2005.12.19 13:30수정 2005.12.1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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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알띠쁠라노

알띠쁠라노 ⓒ 이경미

사진 속에 한 사람이 있어요. 잘 찾아보세요.

'차 안에 있겠지'라고요? 아니에요. 다시 한 번 잘 찾아보세요. 자동카메라로 찍고 스캔해서 사진이 깨끗하진 않지만 그래도 한 사람이 보인답니다.


어디 있느냐고요? 사진을 가로지르는 지평선 한가운데에서 1mm 정도 아래로 눈을 옮겨보세요. 희미한 점 하나가 보이나요?

이 사진은 지난 2003년 남미에 여행 갔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황량한 사막이 꼭 중동이나 실크로드 어디쯤인 것 같지만 분명 남미입니다.

칠레의 북쪽엔 '알띠쁠라노'라는 사막이 있습니다. 볼리비아와 칠레의 국경지대가 되는 곳이죠. 이곳은 '우유니'라는 아름다운 소금사막이 있고 소금사막이 끝나면 보시는 바와 같이 황량한 모래지대가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볼리비아에서 칠레로 넘어가는 이 길을 3박4일 동안 지프차를 타고 떠났습니다. 물론 저 혼자서는 아니고, 볼리비아나 칠레 쪽 여행사에 가면 이렇게 가는 여행상품이 있습니다. 대여섯 명이 한 팀이 되어 이렇게 하얀 먼지를 폴폴 날리며 환상적인 여행을 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사진 속의 그 점은 같은 팀원이었던 노르웨이 사진작가입니다. 그는 열심히 차를 타고 달리다가 뭔가 괜찮은 풍경이 눈에 띄면 운전사 아저씨에게 차를 세워달라고 부탁하고는 저만치 달아나서 열심히 셔터를 누르곤 했습니다. 전 그 덕분에 긴 시간 차에 앉아 있지 않아도 되고 좋았죠.


이곳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존재감을 강하게 느낍니다. 어떤 여과도 없는 바람과 햇빛이 내 몸 구석구석을 감싸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에요.

이 사진을 보면 아직도 그 때의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납니다. 처음 차에서 내렸을 때 지평선으로 그어진 원 안에 발가벗고 서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신비로웠어요, 알띠쁠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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