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재단비리 폭로 후 김씨는 지난 11월 3일 해임됐다. 관선이사회는 그에게 '사태가 다 일단락됐는데 또다시 인터넷 홈페이지에 비리 내용을 올려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괘씸죄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승욱
양심고백으로 사학의 비리를 폭로했던 김씨. 그런 김씨는 요즘 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싼 사학측의 반발을 보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고 한다.
"사학법이 개정되자 사학에서 개인 재산권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논리로 이야기하더군요. 하지만 그건 어불성설입니다. 알다시피 일부 학교를 제외하곤 사학도 정부의 보조로 운영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개인 재산이라고 보호 운운하는 거죠."
'사학은 한 개인의 사적인 학교가 아닌 공적인 학교'라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김씨는 사학법 개정이 어쩔 수 없는 필연이라고 강조했다. 사학 내 비리가 만연하고 그렇지 않은 사학이라도 비리가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학 비리가 만연하다는 건 이미 다 알고 있는 일 아니었나요? 다만 누가 나서서 섣불리 손을 대지 못한 상황일 뿐이었죠. (사학) 내부에서 고발을 하지 않거나 감시 체제가 없으니 지금은 그저 봉합돼 드러나지 않을 뿐입니다."
사학의 재단이사회 운영에 대해서도 김씨는 자신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주장했다. 김씨는 "재단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이사회지만 이사장이나 친·인척 몇사람이 형식적으로 운영한다"면서 "지난 15년동안 근무했던 학교에서도 이사회 90%가 형식적이거나 거짓으로 작성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런데도 한번도 (교육청) 감사에 지적된 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79년부터 지난달 3일 해임될 때까지 25년여 동안 Y여고에서만 근무했던 김씨. 그런 김씨가 자신이 '모시고' 있던 이사장의 비리를 폭로하고 자신의 '과오'까지 드러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옛날엔 무조건 이사장이 시키니깐 해야한다고만 생각했죠. 변명이라고 하겠지만 가정을 가지고 있으니 하기 싫어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이사장의 비리가 계속됐던 최근 10여 년 동안은 자신도 참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김씨는 털어놨다.
"항상 출근을 하면서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았어요. 혹여 교육청 감사라도 나오면 더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죠. '내가 왜 이래야 하냐'면서 자책하기도 했죠. 고민 끝에 정년퇴임까지 남은 시간이라도 이젠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써야겠다고 양심고백을 한 겁니다."
폭로, 그후...
폭로 이후 '내부고발자'인 그를 바라보는 학교 내 시선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거기다 김씨는 지난달 3일 관선이사회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았다. 그가 경북도교육청 및 산하 시·군교육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두 장의 자료 때문이었다.
지난 8월 김씨는 Y여고 재단의 이사장 비리사건 일지와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횡령 액수들이 적힌 자료를 교육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렸다. 그는 이 자료에서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내부 고발 양심선언자를 인정하는 시대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김씨는 당시 홈페이지 게재 이유에 대해 "이사장의 비리가 드러났지만 주위 사람들이 나를 배신자나 이상한 사람 정도로 치부하는 말을 자주 들었다"면서 "어떻게 해서라도 비리를 정당화하거나 내부 고발자를 비난하는 잘못된 관행을 바꾸기 위해서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선이사회는 김씨의 글이 '이미 사건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현 (관선) 재단과 학교가 비리의 온상인 양 호도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를 들어 김씨를 해임했다.
김씨는 "도의적 책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재단이사장의 아들도 아직 교감으로 학교에 재직하고 있다"면서 "명예훼손이라고 이유를 대지만 결국 재단비리와 관련된 사람들의 눈치를 본 현 이사회가 괘씸죄로 나를 해임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씨는 또 "현재 사학 직원의 경우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부패방지법 신고자 보호조항에 해당되지 않아 법적인 보호도 어렵다"면서 "보다 더 많은 내부고발자와 바른 사학 운영을 위해서는 사립학교 직원에 대한 보호조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리 없는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김씨의 '양심고백' 이후 나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김씨가 근무했던 학교의 일부 교사들의 든든한 지원과 격려도 많았다고 한다. 또 김씨는 지난 9일 국가청렴위원회가 후원하고 한국투명성기구와 서울신문이 주최하는 제5회 투명사회상을 수상했다. 그의 '투명한' 사학을 위한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다.
그는 요즘 복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해임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고발장을 접수하고 국가청렴위원회 등에도 복직을 호소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김씨가 꿈꾸는 것은 '비리없는 아름다운 학교'로 복귀하는 것이다. 그 꿈을 위해 김씨는 지금도 찬바람이 을씨년스럽게 불어대는 학교 운동장에서 먼 발치의 학교를 바라보고 있다.
"저의 노력이 사학법 개정이라는 결실을 맺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다면 기쁩니다. 하지만 25년동안 근무했던 학교로 빨리 돌아가고 싶어요. 그리고 그 학교가 비리도, 부도덕도 없는 아름다운 학교라면 더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