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정통무협 단장기 331회

등록 2005.12.20 08:11수정 2005.12.20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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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공격에 일엽은 일순 당황하는 듯 했다. 하지만 급히 뒤로 물러나며 담천의의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발을 낮게 깔면서 담천의의 왼쪽 무릎에 있는 양릉천혈(陽陵泉穴)을 차고 있었다. 양릉천혈은 무릎 바깥쪽에 있는 곳으로 정통으로 맞으면 무릎 골절이 어긋나게 해 아예 다리를 쓰지 못하게 하는 치명적인 혈이다.

스읏---- 타탁---


담천의의 오른 발이 왼쪽으로 꺾이며 발바닥으로 일엽의 발을 차냈다. 그것은 방어와 공격을 겸비한 수로써 자신의 무릎을 보호함과 동시에 일엽의 발등에 있는 태충혈(太衝穴)을 가격하는 것이었다. 좁은 공간 속에서 극히 절제된 움직임만으로 치명적인 공격이 이어지다 보니 자칫하면 둘 중의 하나는 단 한 번의 실수로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일엽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세 번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는지 손을 수도(手刀)로 바꾸어 기이한 각도로 담천의의 목과 어깨를 가격해왔다. 점창의 비기인 육맥신검의 진수가 펼쳐진 것이다. 더구나 이미 점창의 천룡무상신공(天龍無上神功)을 끌어올렸기 때문에 그 위력은 가히 상상을 불허했다.

저러한 위력을 가진 수도를 막는다는 것은 뼈가 부러질 각오가 아니면 힘들었다. 담천의는 상대를 경시하는 마음을 버리며 부드럽게 양팔을 흔들며 막강한 경력을 흘려보냈다. 무당의 유학인 태극산수를 펼친 것이다. 동시에 상대의 수도를 사선으로 방어해 미끄러져 나가게 하자 일엽의 수도는 마차의 벽을 가격하고 있었다.

빠각---!

도검이라도 뚫기 어렵다는 마차의 벽이 부서져 나갔다. 담천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손을 뒤집어 일엽의 턱과 가슴을 노리며 가격해 갔다. 물러날 공간이 없는 너무나 협소한 공간이라 피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일엽이 피하지 않고 오히려 담천의의 손과 마주쳐왔다.


빠바박---!

마른 장작이 부러지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경력을 실은 공격과 수비여서 그런지 한 순간의 부닥침으로 실내는 호흡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세찬 기류에 휘말렸다. 그 뿐이 아니었다. 공격이 막히자 담천의의 신형이 가로 뉘어지며 양발을 사용해 연이어 일엽의 턱과 머리를 가격해갔다.


“흡……!”

일엽은 급히 몸을 낮추며 어지럽게 수도를 휘둘렀다. 담천의의 공격을 피하자 목표를 잃은 담천의 양발이 애꿎은 마차의 문을 부셔놓고 있었다. 문짝이 조각나며 통째로 밖으로 떨어져나갔다. 허나 일엽의 발도 가만있지 않았다. 담천의가 발로 문짝을 차 버리는 순간에 일엽의 왼발은 담천의의 옆구리를 노리며 기쾌하게 파고들고 있었다. 담천의가 급히 오른손을 회전시키며 그의 발을 허공으로 떠올렸다.

그 순간이었다.

“그만두시오.”

이리저리 밀리던 모용수가 소리를 질렀다. 모용수답지 않은 큰 목소리였고,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그 말 때문이었을까? 두 사람은 더 이상 공격하지 않고 숨을 골랐다. 긴박하게 십여 초의 손속을 나누었지만 너무나 짧은 순간이었다. 모용수는 담천의를 지그시 노려보았다.

“정말 담형은 소제로 하여금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구려.”

“별 말씀을… 누구나 자신의 목숨은 귀중한 것이오. 살 방도를 찾아야 하지 않겠소?”

“어쩌면 담형이 나보다 일찍 공력을 되찾을 것이라 예상은 했었소. 하지만 아무리 경천동지할 고수라 해도 그 정도의 군자산과 제룡수라면 여섯 시진 동안은 회복될 수 없는 양이었소. 그래도 혹시나 해서 쇄금삭까지 준비한 것인데 어찌 풀었던 것이오?”

담천의에게 의심받지 않게 자신 역시 똑같은 양을 마셨으니 그것이 일종의 척도가 되는 셈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아직 공력을 회복하지 못했는데 분명 담천의는 회복해 손속을 나누지 않는가? 담천의는 빙긋이 웃었다.

“쇄금삭은 기관에 의해 움직이오. 기관으로 나를 옭죄어 맸으니 기관을 작동시키면 풀리는 게 당연하지 않소?”

“…….?”

기관을 작동시키는 것은 담천의가 말했듯이 이 마차에 타고 있는 자신의 수하들이 하는 일이었다. 헌데 아주 공교롭게도 일엽이 공격하는 순간 쇄금삭이 풀린 것은 절대 자신의 수하가 한 일은 아닐 것이다.

모용수의 얼굴에 영문을 알 수 없다는 기색이 떠오르자 담천의는 친절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모용형은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모르는 것도 많소. 나에게는 아주 유능한 조력자가 있소. 그 사람은 판단력이 아주 뛰어날 뿐 아니라 매우 참을성이 깊소. 또한 행동이 너무 은밀해 남의 이목을 피하는데 그를 따라갈 사람이 없소. 다소 괘씸한 것은 남을 골탕 먹이기를 좋아해 반드시 내가 죽기 일보직전에만 도와준다는 점이오.”

“그럼 그가 이 마차에 타고 있었단 말이오?”

“아마 그럴 것이오. 주루에서 모용형이 나를 위해 마차를 준비했다고 말하는 그 순간부터 그는 마차를 살폈을 것이고, 불편하지만 그 때부터 모용형의 수하 대신 그가 그 자리에 있었을 것이오. 사실 그는 그리 불편하다고 느끼지도 않고 여기까지 타고 왔을 것이오. 본래 그런 불편한 곳에 숨어있길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나를 옭아맨 쇄금삭이 풀릴 수 있겠소?”

“흐흠….”

담천의가 계속 신경을 건드리자 담천의가 앉아있던 뒤쪽에서 마른 기침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심기가 영 불편하다는 표시였는데 모용수와 일엽의 안색이 홱 변했다. 분명 자신들이 함정을 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함정에 빠진 꼴이다. 하지만 모용수는 안색을 본래대로 회복하며 다시 물었다.

“좋소. 그렇다고 칩시다. 헌데 담형은 어떻게 이리 빨리 공력을 회복했소? 군자산이나 제룡수는 공력이 높으면 물론 빨리 해소시킬 수는 있지만 그런다고 이토록 빠른 시각 안에 해소되는 것이 아니오.”

그 말에 담천의는 고개를 끄떡였다.

“물론 그렇소. 사실 그 정도의 양이라면 모용형의 말대로 앞으로도 세시진 정도는 있어야 할 거요. 세시진이 지나도 완전하게 공력을 회복할지는 나 역시 장담할 수 없을 것이오. 하지만 왜 모용형과 내가 같은 양을 마셨다고 생각하오?”

“분명 담형은 나와 같은 양의 술을 마시지 않았소?”

“물론 마셨소. 허나 잘 생각해 보시오. 모용형은 주루부터 너무 긴장했던가 아니면 모용형의 의도를 내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소. 아직까지도 내가 어떻게 군자산과 제룡수를 몸속에서 배출해냈는지 짐작하지 못하시겠소?”

그제서야 곰곰이 담천의의 행동을 곱씹어 보던 모용수가 탄식처럼 말을 내밷았다.

“측간…! 담형은 측간에서…?”

“그렇소. 나는 이미 투덜대는 나의 조력자 때문에 만두를 여섯 개나 먹은 상태였소. 어차피 같이 자리를 하지 못할 바에야 같이 만두를 먹어야 한다는 그 고집불통의 조력자 때문에 할 수 없이 먹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금방 마신 술을 만두와 함께 토해낼 수 있었소.”

모용수는 입을 떡 벌렸다. 정말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토해낸다고 모두 제거된 것은 아니었소. 군자산과 제룡수는 미세한 양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어서 만약 내가 마차에 오르자마자 저 사람이 공격해 왔다면 나는 아주 심한 곤경에 빠졌을 거요. 움직일 수는 있었지만 공력의 이할 정도도 끌어올리지 못했을 거요.”

“그랬군… 그랬어… 내가 어리석었군.”

모용수가 탄식하듯 뇌까렸다. 그는 정말 자신에 대해 실망하는 듯 했다.

“솔직히 미세한 양이지만 몸에 흡수된 군자산은 나를 매우 졸리게 했소. 그럼에도 나는 마차에 올라 반 시진 정도는 잠에 빠져 들 수 없었소. 그러다 모용형이 잠이 들고 저 사람도 손을 쓸 것 같지 않다고 확신하고 나서야 나는 모처럼 푹 잠이 들 수 있었소.”

친절하게 부언하는 담천의의 말은 모용수를 더욱 맥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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