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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R 기본 과정(심폐소생술) 30시간, 폭발물 식별 요령 10시간, 영어 기본 과정 10시간 등등"
위에서 거론한 것 이외에도 산악훈련(구조), 독도법, 해충, 식물 구별법 10시간 등 19개 항목의 교육을 받거나 자격증을 취득해야만 딸 수 있는 자격증이 실제로 있을까?
답은 물론 있다. 바로 경호(보안)실무사 3급 자격증이다. 이는 행사 외곽 경비 수준에 해당하는 자격증이며, 의뢰인 바로 곁에서 경호를 하려면, 에스코트로 불리는 2급 자격증을, 경호 업무 전반을 지휘하려면 엔지니어로 불리는 1급 자격증을 따야 한다(급수가 올라갈수록 따야 할 자격증이나 받아야 할 교육 시간도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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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호 실무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익혀두어야 할 항목은 열가지가 넘는다. ⓒ 양중모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워낙 많이 등장했고, 주인공들의 직업이기도 한 보디가드. 영화나 드라마 속 보디가드는 의뢰인을 대신해 목숨을 던지고, 온갖 현란한 무술을 펼쳐보이기도 한다. 신문이나 텔레비전에 나오는 경호원들을 설명할 때도 태권도가 몇 단, 검도가 몇 단, 유도가 몇 단 등의 소개는 어김없이 나온다.
그런데 진정한 경호원이 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다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어, 만나보기로 했다. 그는 바로 홍권표(41, 대한 경호 서비스 대표 이사)씨다. 앞서 설명한 경호 실무사 자격증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경호원이라면 으레 합기도, 태권도 등 각종 무술을 떠올리는 것과 달리 그가 만든 경호 실무사 자격증(한국 민간 자격 협회 인증)을 따려면, 스킨스쿠버, 인명 구조 수영 과정 등 다양한 자격증을 따거나 관련 교육을 받아야 했다.
'꽤 까다롭구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설 경호업을 하는 이들 가운데서도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사설 경호 업체 직원들이나 심지어 아파트 경비원들에게도 이 자격증을 따게 만들어야 하는 이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흔히들 그냥 경호원들이 의뢰인을 어떤 괴한들로부터 지켜준다고만 생각합니다만, 의뢰인을 지켜준다는 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의뢰인을 경호하고 있는데, 이 의뢰인이 심장병이든 어떤 지병이 도져서 갑자기 쓰러졌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런데, 의사 등 의료진이 올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만 있어, 결국 의뢰인에게 좋지 못한 결과가 발생했다면, 경호원이 의뢰인을 제대로 지킨 것일까요? 그래서 최소한의 응급 조치는 당연히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지만, 그래도 왕따 때문에 아이에게 경호원을 붙여주는 시대이다 보니 내 머리 속에 있는, 타인으로부터 지켜주는 것이 경호원이라는 고정관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런 내 고정관념을 꿰뚫어보기라도 한 듯, 그가 또 다른 경우를 이어 말해주자, 그가 왜 그렇게 다양한 분야의 자격증과 적지 않은 시간의 교육을 받을 것을 강조했는지 그림이 그려질 듯 말 듯했다.
"의뢰인과 같이 수영장에 갔습니다. 그런데 수영장 내에서 의뢰인이 무슨 사고를 당할 수도 있는데, 경호를 간 이가 수영을 할 줄 모른다면,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어떤 심정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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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술도 도합 28단쯤 된다는 그는 무술 이외에도 각종 위급상황을 고려한 자격증을 갖고 있었다. ⓒ 양중모
그가 그렇게까지 말하자, 그의 주장에 서서히 고개가 끄덕여졌다. 경호원이 의뢰인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외부에 의한 위해뿐 아니라, 각종 사고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까지 겸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은 지극히 타당해 보였다. 그렇긴 해도 현실적으로 대부분 나이 든 사람들이 도맡아 하고 있는 아파트 경비원들까지 경호 실무사 자격증을 따야 한다는 건 무리한 주장이 아닐까. 그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물론 아파트 경비원들이 시설 관리를 위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때론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적어도 도둑이나 강도가 들었을 때 이에 대처하는 능력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그것이 무리한 꿈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반드시 그렇게 되어 가야 합니다."
건물이나 아파트 경비원들이 현재 대부분 나이 든 이들이 많이 한다는 것을 고려해 보면 터무니 없어 보이는 주장이기도 했지만, 냉정히 생각해 보면 너무나 타당한 주장이었다. 빈집털이 등이 있어 매번 신고를 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관리사무소 한 곳에라도 위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실무 능력이 있는 경비원이 한 명쯤은 있어야 하지 아닐까?
이 문제 외에도 경호 실무사를 따기 위해 받아야 할 교육으로 언어, 예절이 배치된 것이 눈길을 끌었다. 고위층 인사를 호위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겠지라는 내 지레 짐작과는 달리 홍씨는 전혀 다른 이유를 들어 말했다. 홍씨는 "사설 경호 업체 경호원들이 꼭 해야 할 일은 방어가 중심이여, 그를 위해 중요한 사항이 인성 교육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설 경호 업체들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방어를 위해 현장에 나간다는 것입니다. 공공 기관에서 경호를 할 때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인물들도 있고 하다 보니, 사살까지 가능한 공격적 성향의 경호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사설 경호 업체들이 나가는 현장은 대부분 방어를 목적으로 합니다. 그런데, 현장에 나가서 방어하기보다 공격적 성향을 보이고, 육두 문자를 쏟아내는 일부 경호원들이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충돌하지 않을 일도 충돌이 일어나기 마련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감정적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예절이나 인성 교육이 중요한 것입니다."
하긴, 때로는 감정에 휩싸일 상황도 벌어질테니, 그를 참아낼 수 있는 인성 교육도 없어서는 안될 듯했다. 그렇긴 해도 방어를 하다 보면,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없을 수 없을텐데, 방어만을 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것일까.
"쉽게 말해 상대방을 다치게 하는 것이 아닌 제압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적어도 최대한 방어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으면 된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이 '방어라는 것이 의뢰인을 위해 자신의 몸을 대신 내주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에, 당당히 의뢰인으로부터 자신을 위해 의뢰인이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를 물을 수 있는 그런 때가 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를 위해 그는 마지막으로 사설 경호 업체에 진출하려는 젊은이들이 어떤 자세를 갖추어야 할지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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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눈빛을 마주할 때는 간담이 서늘해지기도 했다. ⓒ 양중모
"가능한 경호에 필요한 많은 자격증을 따야 합니다. 의뢰인에게 스스로를 증명시키고 쉽게 인정 받을 수 있는 길은 바로 거기에 달렸습니다. 그리고 눈빛이나 자세등에서 상대방을 압도하는 기운이 뿜어나오게 해야 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무례하게 굴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런 점에서 예절이나 인성 교육도 필요한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경호를 할 떄는 '의뢰인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강인한 정신 자세로 일을 해야 합니다."
곧 몰려들 외국계 사설 경호 회사들과의 경쟁을 위해서라도 우리나라 사설 경호 업체들이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는 그의 목소리가 얼마만큼 울려퍼질지는 "외국계 사설 경호 업체들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년 상반기 이후에 판가름이 날 듯하다.
덧붙이는 글 | 사설 경호원의 목적은 공격이 아닌 방어, 그를 위해 인성 교육이 필요하다는 홍대표의 말이 가장 와닿더군요. 어느 직종에 있든 한 번쯤은 만나게 될 듯한 사설 경호 업체들인데, 경호에 대한 개념부터 먼저 묻고 시작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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