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 삼성'에 맞선 다윗, 청와대 앞 1인시위

조성구 얼라이언스시스템 사장의 외로운 투쟁

등록 2005.12.22 16:07수정 2005.12.2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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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 1인시위에 나선 조성구 얼라이언스시스템 사장.
청와대 앞 1인시위에 나선 조성구 얼라이언스시스템 사장.오마이뉴스 남소연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재벌 총수들은 화려한 말잔치만 늘어놓을 것이 뻔합니다."

22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서는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고발하는 한 중소기업 사장의 1인 시위가 열렸다. 시위가 열리는 동안 청와대 안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이 만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방안을 논의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보고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살 떨리는 한파 속에서도 시위에 나선 주인공은 1년째 삼성SDS와 힘겨운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조성구 얼라이언스시스템 사장. 그는 지난해 8월 국내 은행들의 정보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던 협력사 삼성SDS를 '사기죄'로 고소한 이래 업계에서 '골리앗에 맞선 다윗'으로 통한다.

그가 1인 시위에 나서기까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얼라이언스는 한때 외산 제품들을 제치고 국내 금융권 이미지처리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잘나가는 벤처기업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난 2002년 삼성SDS와 우리은행의 시스템 구축 입찰에 참여한 이후 악몽은 시작됐다.

조 사장은 "2002년 우리은행 프로젝트에서 삼성SDS는 소프트웨어 사용에 있어 무제한 사용자 조건이라는 입찰조건을 300명 사용자 조건이라고 속이고 자신들에게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받아갔다"고 주장하며 삼성SDS를 사기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소프트웨어 공급 가격은 사용자 수에 따라 수십억의 차이가 난다.

그는 당시 "대한민국에서 소프트웨어 사업 안할 각오가 돼 있다"며 반드시 대기업의 횡포를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주위에서 모두 말리는 대기업과의 싸움을 시작한 이후 우려대로 얼라이언스의 사세는 크게 기울었다. 매출은 반토막이 났고 그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직원들은 하나 둘 떠나갔다. 특히 '대기업에 대든 중소기업'이라는 딱지 때문에 다른 대기업들로부터도 사업참여에 배제되는 등 '왕따' 신세가 됐다.

게다가 승산 없는 싸움을 더이상은 못보겠다며 이 회사 사외이사들이 조 사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해 경영권 분쟁까지 벌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조 사장은 이날 "불공정거래를 넘어 명백한 범죄행위까지 저질러놓고도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이미 공정위가 삼성SDS의 불공정거래에 시정명령까지 내렸지만, 이를 통해 중소기업이 보상을 받으려면 또다시 긴 소송을 벌여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검찰 수사 결과도 얼라이언스에 절대 불리하다. 조 사장이 삼성SDS를 고소한 이번 건은 서울지검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고, 고검에 항고 했지만 역시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현재 조 사장은 납득할 수 없다며 대검에 재항고를 해놓은 상태다.

삼성SDS측은 중간에 입찰조건이 바뀐 것이라며 조 사장의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밝히고 있다. 검찰도 이러한 삼성SDS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특경가법 사건을 왜 마약반에 배당?"

하지만 조 사장은 "수백억원에 이르는 프로젝트가 문서상이 아니라 구두로 계약조건이 바뀐 전례가 없을뿐더러, 당시 입찰에 참여했던 다른 업체들도 입찰 조건이 바뀐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검찰의 수사에 대한 불신을 나타냈다.

조 사장은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관계자 녹취록 등을 검찰에 제출했지만 증거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특히 재항고한 이번 사건을 대검은 마약반에 배정한 것은 수사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서는 민주노동당도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설득력 있는 증거를 기각한 검찰의 행동은 삼성장학생이라는 수치스러운 딱지를 스스로 제거하지 못한 매우 우려스런 조치"라며 "특경가법 고소사건을 왜 대검 마약부에 배당하였는지도 해명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조 사장은 이날 시위를 마치며 "대기업의 횡포 뒤에는 이를 방관하는 정부 당국의 무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잘하도록 독려하고 칭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이를 바로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잘 나가던 벤처기업 사장을 거리의 투사로 내몬 이같은 현실이 바로잡히지 않는 이상 대·중소기업 상생은 말잔치에 불과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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