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에게 백만달러 바치고 오스트리아 대사로?

오스트리아의 새 미국대사 수잔 라진스키 맥카우

등록 2005.12.23 09:39수정 2005.12.2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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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한 곳인 비엔나에서 일하게 되어 기쁩니다."

주 오스트리아 미국대사로 새로 부임한 수잔 라진스키 맥카우(Susan Rasinski McCaw·43)의 이런 아첨도 오스트리아 국민들의 기대감을 전혀 채워 주지 못했다.

오스트리아의 새로운 미국대사 수잔 라진스키 맥카우의 소식을 보도한 오스트리아 신문.
오스트리아의 새로운 미국대사 수잔 라진스키 맥카우의 소식을 보도한 오스트리아 신문.배을선
지난 12월 9일 전용 비행기로 남편과 3명의 아들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도착한 맥카우는 공항에서 기자들과 짧은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미국대사로 부임한 소감을 영어가 아닌 유창한 독일어로 말하며 "현재 독일어를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대사가 되고 싶으면 부시에게 돈을 줘라?

맥카우는 20년 경력의 국제투자은행가로 투자회사 '컴(COM)'의 회장을 역임한 동시에, '이글크릭 캐피탈(Eagle Creek Capital)'의 공동출자자이다. 두 투자 은행은 모두 사설 투자회사로 미국 워싱턴에 본사를 두고 있다.

하버드와 스탠포드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맥카우는 스탠포드대학교의 후견인으로 활동 중이며, 그의 남편 크랙 맥카우는 통신회사 '아메리카 텔레콤(Amerikas Mobiltelefon)'의 사장으로 미국에서 맥카우 부부는 백만장자로 통한다.


맥카우 부부는 지난 2004년 미 대선 때 부시의 선거자금 모금을 위한 디너파티를 열었다. 약 500여 명의 참석자들은 조지 부시와 함께 저녁을 먹는 대가로 한 사람당 2천 달러를 내야 했고, 맥카우 부부는 디너파티의 수익금 백만 달러(약 11억 원)을 부시에게 기증했다. 맥카우의 주 오스트리아 미국대사 발령은 맥카우 부부의 부시 지지에 대한 보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정치적 중립국으로 여타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미국과 친밀한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스트리아는 역으로 미국과 정치적으로 덜 중요한 국가로 받아들여져 왔고 미국은 약 십 년 전부터 비전문 외교관을 오스트리아에 대사로 파견하고 있다.


외교 문외한 미대사... "오스트리아가 그렇게 만만해?"

맥카우의 전임자로 2001년부터 미국대사로 일한 라이온스 브라운(Lyons Brown)도 역시 비전문 외교관이었다. 그는 잭 다니얼스 위스키와 르녹스 유리회사의 CEO로 경제인 출신이었다.

브라운은 레이건 시절부터 '무역정책 및 협상을 위한 대통령 보좌관'으로 일했으며 그 때부터 공화당 후보들과 정당을 위해 33만7969달러(약 4억 원),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선거 운동을 위해 8천 달러(약 1천만 원)를 기부했다. 또, 2000년 미 대선 때는 부시를 위해 적어도 10만 달러(약 1억1천만 원)의 선거자금을 모아 기부했다.

연이어 미국이 오스트리아에 비전문직 외교관이자 부시 지지자들을 대사로 발령하자 오스트리아의 여론은 "우리나라가 그렇게 만만한가?"라고 자문하며 실망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간지 <데어슈탠다드>(Der Standard)는 "맥카우가 비엔나를 '꿈'에 비유하는 등 아첨을 했다"고 보도했다. 일간지 <쿠리어>(Kurier)도 "정치적 입장을 묻는 질문에 맥카우는 내년 초 오스트리아 대통령과 면담을 하는 자리에서 밝히겠다"는 등 확실한 답변을 피했으며 "미국이 오스트리아에 비전문 외교관을 파견하는 전통에서 그녀 또한 전혀 벗어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어서 빨리 오스트리아 알프스에서 스키를 타고 싶어요."

기자회견에서 맥카우가 가장 기쁜 표정을 짓고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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