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동안 해야 할 49가지>위즈덤하우스
2005년 문학 분야의 가장 큰 특징은 '해외 번역물의 초강세'라고 할 수 있다.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대다수의 국내 온·오프라인 서점의 문학 베스트 1위는 탄 줘잉의 에세이집 <살아있는 동안 해야 할 49가지>였다. 다음으로는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 1>와 드라마 삼순이 열풍에 힘입어 초대형 베스트 셀러가 된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가 그 뒤를 잇는 등 국내 문학 작품들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그 파워는 막강했다.
특히 판타지 계열의 소설들은 장르의 특성을 십분 발휘, 소위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로 재탄생하여 출판계와 영화계를 동시에 뒤흔들며 단숨에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에는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1~4>,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 더글라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등이 있다.
간과할 수도 있겠지만 작년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던 <다빈치 코드>의 영향으로 올해 역시 <히스토리안> <성 수의 결사단> 등 이른바, 팩션 소설이 여름 도서 시장을 이끌었다는 점 또한 놓쳐서는 안될 부분이다.
영미 문학권을 제외하고 일본 문학 또한 변함 없는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어둠의 저편>을 시작으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불륜과 남미>,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 타워> 등은 그 저자의 명성 만큼이나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또 지난 해에 이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영향 탓인지 대중적인 연애소설들이 20대의 감수성을 자극하며 강세를 보였다.
제3세계 문학권의 약진도 눈에 띄는 한 해였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여섯 가지 사건>, 파울로 코엘료의 <오 자히르>, 알랭 드 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 등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파울로 코엘료와 알랭 드 보통의 신작 뿐만 아니라 기존 작품들 또한 꾸준한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은 두 작가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물론 한국 문학 또한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005년 동인문학수상 작가인 권지예씨의 표절 시비 논란이 옥에 티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은희경씨의 <비밀과 거짓말>, 공지영씨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김형경의 영상소설 <외출>, 김별아씨의 <미실> 등 한국 문학계의 여성 파워가 역시나 돋보였던 한 해였다. 특히 혜성과 같이 등장한 1980년생 김애란씨의 첫 창작집 <달려라 아비>는 올 한해 가장 주목해야 할 신인작가의 작품으로 한국 문학계의 세대교체 바람의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남성작가로는 시인 고은씨가 노벨 문학상 후보자로 거론된 것을 비롯하여 최인호씨의 <유림>, 김훈씨의 <개>, 이외수씨의 <장외 인간> 등 중견작가들의 노익장(?)이 과시된 한 해였디. 또 박민규씨의 <카스테라>, 김영하씨의 <랄랄라 하우스> 등 맛깔스런 글솜씨 또한 여전했던 한 해였다.
임파워먼트가 지배한 에세이 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