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의원들 '촌철살인' 돋보였다

여성의원 입담 3인방

등록 2005.12.26 10:52수정 2005.12.26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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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 기자] 2005년 한 해 동안 여성의원들의 활약은 눈부셨다. 호주제 폐지에서부터 성매매특별법 시행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막강 파워'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올해 가장 큰 이슈였던 '삼성 국감'을 이끌었던 '초선 여성의원 삼총사'가 단연 돋보인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과 박영선·김현미 열린우리당 의원이야말로 진정한 '스리 스타(Three Star)'가 아닐까. 여성의원들이지만 '골리앗' 같은 거대 재벌에 맞서 끝까지 원칙과 소신을 굽히지 않는 바람직한 국회의원상을 보였다는 평가.

이 때문에 이들 여성의원들은 각 언론이 뽑은 올해 베스트 정치인 물망에도 오르내리고 있다.

김현미 의원은 7년 동안 정당 부대변인과 대변인을 지냈으며, 뉴스앵커 출신인 박영선 의원은 같은 방송인 출신인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과 라이벌 관계로 뜨거운 설전을 펼친 대변인으로 기록됐다. 원내수석부대표인 심상정 의원은 민주노동당 의원단 대변인으로 국회 내 교섭과 조정 역할을 담당하며, 각종 TV 토론회 등에 당의 간판 얼굴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이들의 화법은 때로는 강철처럼 단단하고, 바늘처럼 날카롭다. 또한 논리정연한 냉정함과 섬세한 표현의 감성이 함께 한다. 화려하면서도 직설적인 언변을 구사하는 이들의 '말말말'. 그렇다면 올 한 해 이들이 펼친 '말말말'은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 이들의 '입'을 통해 2005 뜨거웠던 정치 현장을 살짝 들여다보자.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 '유쾌'

우먼타임스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은 뉴스 앵커 출신답게 깔끔하고 정제된 표현으로 부드러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논리 정연하고 똑 부러지는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한다. 그런 면에서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라는 평가다.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과의 가시 돋친 설전에도 전혀 밀리지 않아 유일한 맞상대로 손꼽히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여야 원탁토론회 자리에서 전여옥 대변인과 벌인 신경전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박 의원은 자신을 물건 세듯 '하나'라고 표현한 이한구 당시 정책위 의장에게 "한나라당에서는 대변인을 '하나'라고 부르나요"라며 "한 사람 두 사람이라고 하는 겁니다"라고 또박또박 말문을 열었다. 그러자 전 의원은 "박 대변인이 전에 아나운서 하신 것 알겠는데 그런 걸 논의할 정도로 한가롭지 않다"라고 받아쳤고, 이에 박 의원은 "한번 여쭤보는 거다"라고 맞섰다.

올 한 해 재경위 위원인 그는 금산법 개정에 앞장섬으로써 '삼성 킬러'라는 닉네임을 얻으며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지난 국감 때는 한덕수 재경부 장관에게 "금산법 개정과 관련해 재경부가 세 가지 거짓말을 했다"며 삼성의 금산법 위반에 대한 정부의 봐주기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며 거세게 몰아붙였다.


그는 또, 삼성 측 관계자에게는 삼성자동차 채권과 관련해 "처음부터 자동차 채권을 갚을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니냐" "편법 증여, 편법 상속은 신종 불로소득"이라며 삼성에 십자포화를 쏟아 부었다.

김현미 열린우리당 의원'통쾌'

우먼타임스
국민회의 부대변인 시절부터 대선 직후 노무현 당선자 부대변인에 이르기까지 부대변인 시절만 5년, 1년간 당 대변인으로 정당의 '입'을 도맡았던 김현미 열린우리당 의원은 기자들 사이에서는 '베테랑 대변인'으로 통했다. 그만큼 언론의 생리를 잘 알고 있다는 평가.

초선의원임에도 재선과 같은 무게감을 갖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그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겨냥해 '수첩공주' '유신공주'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숱한 화제를 뿌렸다. 그는 10·26 재보선 패배 이후 열린 국회의원·중앙위원 연석회의에서 "나는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정치개혁, 정당개혁을 하려는 사람들은 딴 데 가서 해라. 당의장 상임중앙위원들만 사퇴할 것이 아니라 중앙위원들도 사퇴해야 한다"고 말해 기간당원제를 둘러싼 당내 논쟁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또 정무위 소속인 김 의원은 금감위 국감에서 삼성의 금산법 위반을 적발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를 집요하게 캐묻는 등 삼성캐피탈의 불법 대환대출 문제를 밝혀내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국감은 삼성이 자초한 일"이라고 꼬집었고, 삼성 현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제부처들에 대해선 "삼성 앞에만 가면 경제부처들은 작아진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열린우리당 경기도당 위원장으로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의 지역구인 일산에 개인사무실을 내는 등 지역텃밭 다지기에 나섰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상쾌'

우먼타임스
노동운동가 출신답게 첫 국회 입성 일성으로 "당이라는 망치의 힘을 받아 보수정치란 얼음판을 부수는 대못이 되겠다"고 했던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철의 여인'이라는 닉네임답게 그의 어투는 단호하면서도 강단 있다.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당의 간판스타로 각종 TV 토론회나 언론에 얼굴을 자주 내밀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당내 몇 안 되는 '입심'으로 손꼽히기 때문.

그는 말하는 중간 중간 쉬어가거나 끝마무리를 할 때 말꼬리를 리드미컬하게 올렸다 내리는 버릇이 있다. 초기엔 혹자들로부터 "듣기에 약간 거슬린다"는 지적도 받았으나, 지금은 오히려 심 의원만의 정겨운 트레이드마크가 됐다는 평가. 그는 삼성자동차의 3천억 원대 분식회계를 밝혀내는 등 올해 국감을 '삼성 감사'로 만든 일등공신으로 손꼽힌다.

"저보고 삼성 저격수라고 하던데, 저는 총을 만져본 적도 없고 쏴본 적도 없어요."

그는 최근 사학법 통과로 장외투쟁에 나선 한나라당에 "당신들에게는 스승이 없었는가. 교육현장에서 땀 흘리는 선생님들을 장외투쟁의 제물로 삼고 있다"며 따끔한 질책을 하기도 했다.

검찰의 안기부 국정원 X파일 수사발표에 대해서는 "있는 죄도 덮어주는 검찰이 삼성 서포터즈가 아닌가 생각된다. 오히려 진실을 밝힌 기자에게는 입막음 위협을 가하는 비리 기득권의 흥신소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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