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여배우 "내 나이 묻지마세요"

30대 중후반 눈부신 연기... 4050세대도 분발 눈길

등록 2005.12.26 11:05수정 2005.12.2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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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영 기자]2005년은 나이를 잊고 자신만의 연기세계를 쌓아가고 있는 여배우들의 활약이 눈길을 끈 한 해였다. 문화예술의 소비 주체로 자리잡은 중·장년 여성 시청자·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으로 세대를 뛰어넘는 다양한 여성캐릭터가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중·장년 여배우들의 활약은 올해의 방송·영화계가 거둔 뜻깊은 수확으로 평가된다.

이혼의 아픔을 딛고 KBS‘장밋빛 인생’으로 복귀한 최진실씨(오른쪽)와 불량주부에서 열연을 펼친 신애라씨.
이혼의 아픔을 딛고 KBS‘장밋빛 인생’으로 복귀한 최진실씨(오른쪽)와 불량주부에서 열연을 펼친 신애라씨.우먼타임스
최근 여배우들은 결혼, 이혼 등의 사생활에 얽매이지 않는다. '일하는 여성'으로서 방송·영화계의 중심이 되고 있다. 특히 불혹의 나이를 앞둔 30대 중·후반 여배우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부모님전상서>의 김희애(38), <해신>의 채시라(37), <장밋빛 인생>의 최진실(37), <불량주부>의 신애라(36), <사랑한다 웬수야>의 하희라(36)씨 등은 브라운관을 통해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의 활약이 방송드라마에 집중된 것도 눈여겨볼 대목. 30대 중·후반 여배우들이 브라운관을 장악하는 현상은 현실의 변화를 반영한 다양한 여성캐릭터와 '생활 냄새 팍팍 나는' 연기를 요구하는 시청자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영화계도 방송계 못지않게 비해 30대 여배우들이 활약했다. <얼굴없는 미녀> <분홍신>의 김혜수(35), <너는 내 운명>의 전도연(32),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오로라공주>의 엄정화(34) 등의 활약이 주목됐다.

지난 11월 개봉한 영화 <오로라공주>는 영화계 여성인물 활약상의 대표적인 예다. <301 302> <태백산맥> <파란대문> <로드무비> 등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배우 출신 여성감독 방은진(40)씨의 데뷔작으로 기대를 모은 이 작품은 긴박감 넘치는 플롯과 내러티브, 짜임새 있는 화면구성 등 나무랄 데 없는 연출력으로 높게 평가를 받았다. 방씨는 최근 영화평론가협회로부터 올해의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결혼과 함께 은퇴를 선언하며 은막과 브라운관을 떠나는 관행 아닌 관행에서 탈피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실천하는 중·장년 여배우들이 올 한해 유난히 돋보였다. 사진 위로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혜수, 김미숙, 고두심.
결혼과 함께 은퇴를 선언하며 은막과 브라운관을 떠나는 관행 아닌 관행에서 탈피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실천하는 중·장년 여배우들이 올 한해 유난히 돋보였다. 사진 위로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혜수, 김미숙, 고두심.우먼타임스
40대 이상의 여배우들도 '나이 들면 잊혀지기 마련'이라는 영화계 속설을 비웃듯 열정적인 연기를 선보인 한 해였다. 영화 <말아톤>, 드라마 <여왕의 조건>을 통해 무르익은 연기를 보여준 김미숙(46)씨와 영화 <정사> <스캔들>과 드라마 <고독>을 통해 색깔 있는 연기세계를 다지고 있는 이미숙(45)씨는 방송·영화계의 완숙미바람을 이끌고 있다.

<친절한 금자씨> <너는 내 운명> 등의 영화에서 무게감 있는 조연을 선보이고 있는 김부선(43)씨와 <안녕 형아> 등의 영화를 통해 다양한 색깔의 연기를 소화하고 있는 배종옥(41)씨의 활약도 눈길을 끈다. 드라마 <천생연분>의 황신혜(42)씨는 다이어트비디오 출시하면서 '늙지 않는 배우'의 표본이 되고 있다.


2005년은 50대 이상 여배우들도 활약한 해였다. '죽도록 며느리를 구박하는 시어머니' 등 상투적인 여성캐릭터가 여전히 많은 방송·영화계 풍토를 고려할 때 50대 이상 여배우들의 활약은 더욱 의미가 깊다. 영화 <엄마>를 통해 '국민엄마'의 이미지를 다진 고두심(54)씨의 활약이 대표적인 예.

<마파도>는 50대 이상 여배우들의 활약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50대 이상 중·장년 여배우들을 대거 기용한 영화 <마파도>는 300백만의 흥행성적을 거뒀다. 여운계(65), 김을동(60), 김형자(55), 김수미(54)씨의 구성진 연기가 돋보인 <마파도>의 흥행은 폭넓은 세대를 아우르는 기획의 모범적인 사례로 기록된다.


하지만 <마파도>의 흥행성공으로 인해 희화화된 코믹캐릭터에만 중·장년 여배우들을 '써먹는' 풍토가 방송·영화계에 자리잡고 있다는 우려도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마파도>의 흥행을 통해 풀어야 할 숙제는 중·장년 여배우들이 지닌 삶의 희로애락을 깊이 있게 담아낸 여성캐릭터 개발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여배우들의 분발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드라마·영화 제작자들은 광고수익에 집착해 자신의 이미지와 연기세계에 안주하는 여배우들의 변화를 요구한다. 나이를 뛰어넘어 연기의 폭을 넓히려는 여배우들의 노력이 있을 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방송·영화계 풍경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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