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에 고립된 운전자 100명 국가에 소송

등록 2005.12.26 21:20

수정 2005.12.26 22:31

▲호남지역에 대설경보가 발령된 지난 21일 오후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휴게소 근처 하행선에는 고립돼 있는 차량들로 정체를 빚고 있다(자료사진). 이날 1000여대의 차량이 고속도로에 고립돼 운전자 등이 10시간∼16시간 동안 고통을 겪었다.광주드림 안현주

지난 21일 호남지역 폭설로 인해 호남고속도로에 고립됐던 운전자 100여명이 국가와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한다.

'참여자치21'은 26일 "지난 폭설로 인해 수천명의 시민들이 최장 20여 시간 동안 고립되어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며 "이중 100여명이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와 소송인들은 ▲도로공사의 안이한 상황판단과 늑장대응 ▲건설교통부 등 관계당국의 대응 부재 등이 "고립사태를 장기화 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1일 오전 폭설 당시 도로공사 측이 장성구간은 이미 20cm에서 30cm에 달하는 적설량을 보였고 경찰의 도로통제 의견에도 차량을 진입시켰다"며 "이로 인해 차량 1000여대가 고립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한 "국가와 도로공사가 고속도로유지 및 재해대책업무 등을 수행함에 있어서 초기 단계부터 사태수습과 해결 과정이 무사안일한 대처로 일관했다"면서 "제설작업 지연, 잘못된 교통정보 제공, 구호조치 미비 등 과실을 범했다"고 소송을 제기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당시 고속도로 상황을 취재했던 한 기자는 "그날 오전부터 눈이 많이 쌓이기 시작했고 이전에도 폭설이 온 적이 있는데 도로공사측은 이에 대한 대비를 제때 하지 못했다"며 "제설 작업에 필요한 그레이더 등의 장비 요청도 오후 6시에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다보니 군 장병이나 장비 등이 저녁 늦게 투입돼 늑장대처라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참여자치21 박광우 사무처장은 "고속도로 피해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 문제"라며 "개별적인 보상차원 보다는 정부와 관련 기관들이 재난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달라고 촉구하는 의미에서 소송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측은 "제설작업 보다는 차량 사고 때문에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한편 참여연대와 충북참여자치연대 등은 지난해 3월 폭설로 경부·중부고속도로 등에 고립됐던 운전자 450여명의 소송인단을 모집, 1인당 200만원의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9월 1심 공판에서 도로공사측 책임을 인정해 "1인당 30만원∼6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한편 참여자치21은 폭설 이후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고속도로에 고립된 운전자들을 상대로 소송인단을 모집해 왔으며 이후에도 추가로 소송인단을 모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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