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버린 아랄해 바닥에 버려진 배 2김준희
아랄해를 보기 위해서 나는 볼라드와 그의 사촌인 마라드와 함께 오전 9시 경에 누쿠스를 떠났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랄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아랄해였던 곳'을 보러가는 것이다.
영어가 유창한 34살의 마라드는 무이낙이 고향이라고 한다. 결혼을 해서 3자녀의 아버지라는 그는 9월 말에 한국으로 오기 위해서 현재 비자를 신청해놓은 상태라고 한다. 한국어를 공부해서 전문 번역가가 되고 싶다는 그에게 내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내가 10월 말 이후에 귀국할테니 그때쯤에는 나와 통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무이낙이 고향이기 때문에 나는 그에게 과거 무이낙의 모습을 물어보았다.
"무이낙이 예전에는 인구가 얼마나 되었어요?"
"글쎄요… 아마 5만은 훨씬 넘었을 거에요."
"지금은요?"
"지금은 아마 1만 5000명 정도? 그 정도 밖에 안될 거에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떠나간거죠?"
"그렇죠. 더 이상 무이낙에서 어업을 할 수 없으니까 모스크바나 타슈켄트로 떠나간 거지요."
누쿠스에서 무이낙으로 가는 길도 양옆으로는 목화밭이 많았다. 원래 더운 곳인데다가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점점 더 더워져만 가는 기분이다. 한 3시간쯤 달렸을까. 과거의 항구도시 무이낙이 나타났다. 볼라드는 여기에서 조금 더 위로 올라가면 예전에 아랄해였던 곳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무이낙의 거리는 한산해 보였다. 과거에 5만명이 살았던 곳이지만 이제는 1만 5000명으로 인구가 감소한 데다가 지금도 사람들이 떠나가고 있다니 오죽 한산한 도시일까. 하지만 여기에도 있을 건 다 있어 보였다. 학교도 있고 큰 병원도 있고 정수시설도 있고 축구장도 있다. 없는 것이 있다면 예전 항구도시로서의 면모 뿐일 것이다.
조금 더 올라가자 과거의 아랄해 해안선이 나타났다. 그곳에서 차를 세운 우리는 내려서 과거에는 아랄해였지만 지금은 사막으로 변해버린 광경을 보았다. 그 모습은 지금까지 오면서 보았던 키질쿰 사막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었다. 황량하고 단단한 땅과 그곳에 듬성듬성 솟아있는 메마르고 거친 풀들. 이곳이 예전에 세계에서 4번째로 큰 내륙호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