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너무 특별했던 2005년

[2005 나만의 특종] 오마이뉴스,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다

등록 2005.12.28 10:11수정 2005.12.2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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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05년 5월 3일, 나는 이날을 내 인생이 다시 출발하는 제2의 생일로 삼고 싶을만큼 소중히 여긴다. 우연한 기회에 오마이뉴스를 알게 된지 한 달 뒤에야 기자 회원이 되는 방법을 겨우 알 만큼 인터넷 신문에 무지했던 소치였다. 나의 작은 교육활동을 오마이뉴스에 올려준 기자님(김두헌님)의 글을 읽으면서 종이 신문과는 또 다른 감동을 맛보았었다. 내가 한 일을 나보다 더 먼저 세상에 공개해 주는 사람들이 숨 쉬는 공간이 가상 공간에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신기했다.


아이들의 일상을 글로 남기기 좋아하여 기록으로 갖고 있던 나의 소망이 처음으로 이루어지던 날, 2005년 5월 3일, 첫 기사가 잉걸로 뜨던 기쁨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본사 편집국 기자가 원고 내용을 확인하는 전화를 걸어왔을 때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 첫 기사는 '선생님, 볼때기 한번 비벼도 돼요?'였는데 출고와 거의 동시에 메인서브로 실리는 영광을 얻었으니 나는 첫날부터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아름다운 일탈 /(주)에세이
아름다운 일탈 /(주)에세이장옥순
그렇게 시작된 오마이뉴스와의 만남은 나에게 참 많은 것을 안겨주었다. 산골벽지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상이 뭐 그리 많고 신기할까마는 나는 모든 학교 생활과 아이들과의 일상, 나의 소소한 일상을 끝없이 스케치하고 기록으로 남기며 129건의 기사를 올렸다. 그렇게 남긴 기록물은 이제 가상 공간에 안주하기를 마다하고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나를 졸랐다.

이미 두 번의 출판 경험이 있었으나 출판비를 절감하는 기회를 모색하던 중, 오마이뉴스의 메인화면에 등장하던 한 출판 사이트(웹진에세이)를 찾아가게 되는 행운까지 얻었다. 그 곳에도 같은 글을 연재하며 나의 글을 차곡차곡 모으기 시작했고 2005년 8월 3일 오마이뉴스에 올렸던 글들을 모아 '아름다운 일탈'을 출간하는 기쁨을 얻은 것이다. 그렇다! 오마이뉴스와의 만남은 분명, 아름다운 일탈이었다.

우리 산골분교의 아이들에게도 오마이뉴스로 인한 변화는 놀라울 정도의 선물을 안겨주었다. 내 기사를 보고 우리 학교의 일상에 호감을 느낀 서울에 있는 방송국의 작가나 프로듀서들과의 촬영 약속이 이루어져서 금년 한 해 동안 KBS1, KBS2, MBC 등에 3회에 걸쳐 아이들과 함께 출연하며 우리 아이들에게 잔잔한 기쁨을 줄 수 있었다. 산골 아이들의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남기며 아이들이 지닌 아픔과 좌절을 딛고 살아가는 모습을 가감없이 내보내며 우리들은 더욱 서로를 깊이 알게 되었고 한마음 공동체로서 거듭나는 기쁨까지 얻었다.

소외된 우리 분교를 위해 2년 동안 물심양면의 지원을 해온 민간기업(SK텔레콤)이 우리 아이들에게 배려해 주는 각종 프로그램을 여과없이 글로 올려서 그분들의 사랑과 배려에 감사할 수 있는 기회를 오마이뉴스를 통해서나마 마음의 글로 갚을 수 있어서 작은 학교를 책임지고 있는 나로서는 그보다 더 감사한 일은 없었다. 우리 아이들이 받은 사랑과 물질을 한 편의 기사로나마 대신하기 위해 모든 행사마다 촉각을 세워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록으로 남기다보니 은연중에 더 진실해지고 노력하게 되었다.


어떠한 경우에도 기사로 인하여 내 개인적인 이익을 위하지 않으며 철저하게 사실과 진실에 바탕을 둔 진솔한 기사 작성으로 내면의 소리를 거스르지 않게 되었으니 이것은 교사로서 가져야 할 덕목을 한층 깊게 뿌리내리게 하고 있다. 우리 산골분교의 아이들은 보통의 가정들보다 더 시리고 아픈 아이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음지보다 양지를 지향하며 어둠보다 밝은 소식을 찾아내어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의 모습을,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는 기사를 싣도록 노력해 왔다.

때로는 너무 자주 기사를 올려서 식상하다는 댓글에 마음 아파하면서도 더 긴장하고 정성을 들여 기사를 쓰기 위해 의도적인 교육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더 실감나는 기사를 쓰기 위해 기계에 둔한 내가 사진을 찍기 위해 오마이뉴스 원고료로 디지털카메라를 장만해 본격적인 작업(?)을 시도하며 어디서나 카메라를 들이대는 버릇이 생겼다. 아직도 사진을 올릴 줄 몰라서 편집실 기자님들을 고생시키지만....

가난한 내그릇/(주)에세이
가난한 내그릇/(주)에세이장옥순
그러한 삶의 기록들은 다시 출판으로 이어져서 지난 12월 20일 <가난한 내그릇>(웹진에세이 출판)으로 세상 나들이를 했다. 책의 내용은 모두 오마이뉴스에 올려진 기사들이다. 이렇게 해서 나는 2005년 한 해 동안 두 권의 책을 내는 기염을 토했다. 지금도 내년 봄에 출간할 책의 내용이 1/3을 넘었다. 유명 작가 중심의 출판 시장에서 내 책을 누군가에게 판매하기 위한 목적은 아예 없다. 우리 아이들에게 1년 동안 그들의 삶의 모습을 기록해서 안겨주고 싶은 소박한 욕심이 있을 뿐이다. 그것은 마치 어버이가 육아일기를 쓰듯, 나는 내가 아끼는 제자들의 삶의 모습을 육아일기를 쓰듯 책으로 남겨서 교단일기를 선물해 주고자 함이니 교사로서 최소한의 의무를 하고 싶은 소박한 희망사항이다.

36년만에 꽃바구니를 들고 나를 찾아온 초등동창생들
36년만에 꽃바구니를 들고 나를 찾아온 초등동창생들장옥순
출판기념회를 축하해 준 에세이 사장님(손형국)과 함께
출판기념회를 축하해 준 에세이 사장님(손형국)과 함께장옥순
저자 사인을 해달라며 졸라대던 나장원 동창과 함께
저자 사인을 해달라며 졸라대던 나장원 동창과 함께장옥순
오마이뉴스에 올린 삶의 기록들 덕분에 책을 두 권 펴내게 돼 영광스럽게도 12월 23일 연세대동문회관에서 개최된 '시민기자 도서전시회'에 초대되는 기쁨을 선물 받아 쟁쟁한 기자님들 사이에서 나도 잠시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했다. 호남지방의 폭설로 인해 3일 동안 학교에 갇혀 지내느라 출판기념회 참석마저도 불투명했는데, 운 좋게 기차를 타고 구례에서 서울까지 직행할 수 있었다.

꽃바구니를 안고 출판기념회를 찾아와 준 초등학교 동창생들과 36년만의 재회를 하던 기쁨, 내 책을 사들고 저자 사인을 해달라며 조르던 친구들의 성화에 행복했던 순간들! 2005년은 오마이뉴스를 만나 적극적인 삶, 도전적인 인생을 꿈꾸는 전환점을 찍은 해로 영원히 기억하리라. 그리하여 내 키만큼의 기사를 써서 책으로 출판할 약속을 나 자신에게 주문을 걸며 기록하지 않는 삶은 죽은 날이라는 내 소신을 지키려 한다.

2005년 나는 오마이뉴스를 만나 내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순간들을 많이 만났다. 두 권의 책을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기쁨, 화려한 출판기념송년회의 한 자리를 차지하던 보람, 헤어진 친구들을 다시 만난 기쁨을 되새김하며 2006년을 도약의 해로 기록할 준비로 바쁘다.

덧붙이는 글 | 2005 나만의 특종 기사입니다. 2006년 도약의 발판을 준비하는 마음의 자세를 다지기 위해 이 글을 올립니다.

덧붙이는 글 2005 나만의 특종 기사입니다. 2006년 도약의 발판을 준비하는 마음의 자세를 다지기 위해 이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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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에는 사랑이 없다> <아이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라> <쉽게 살까 오래 살까>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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