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
국수 밀던 안반에 콩가루를 뿌리고 조청을 국자에 듬뿍 떠서 납작한 반대기를 만듭니다. 그 조청이 딱딱하게 굳으면 엿이 완성되는 것이지요. 맨 조청만으로 만든 엿도 있지만 깨를 뿌려 만든 깨엿도 있고, 콩이며 땅콩을 섞어 만든 콩엿과 땅콩엿도 있습니다.
"요새 얼마나 추웠는데 엿을 고아요?"
"춥긴 춥더라."
"그러다 병 걸리면 어쩌시려고……."
"올해가 마지막이다. 힘이 부쳐 이젠 못 하겠다."
어머니는 손바닥에 엿 반대기를 올려놓고 방망이로 깹니다. 엿이 잘 굳으면 딱 소리와 함께 잘 깨지지만 제대로 굳지 않으면 잘 깨지지 않습니다. 이번 엿은 제대로 굳지 않았는지 잘 깨지지 않습니다.
장작불로 엿을 고을 때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아무리 추운데 두어도 제대로 굳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랜 세월 엿을 고아온 어머니도 이번엔 너무 추워 시간 조절에 실패했다고 합니다.
"먹어봐라. 맛은 괜찮더라."
어머니는 엿 한 조각을 건네주셨습니다. 입에 넣고 우물거리니 달콤한 엿의 향기가 입안 가득 퍼졌습니다.
달콤한 엿 맛에 취해 우물거리다보니 문득 어린 시절 생각이 났습니다. 그해 겨울도 어머니는 엿을 만드셨습니다. 동생과 둘이서 어머니 주변을 빙빙 돌며 이제나 저제나 조청을 먹어볼까 군침을 삼켰습니다. 오래 기다리다 밖에 나가 오줌을 누고 들어왔습니다. 그 사이에 동생은 조청 한 숟가락 얻어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자랑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일이지만 동생 먼저 먹은 게 약이 올라 심술을 부렸습니다. 너도 먹으라고 숟가락을 내밀었지만 안 먹겠다고 떼를 쓰다 형이란 녀석이 별 걸 가지고 다 심술부린다며 야단까지 맞았습니다. 심술부리다가 엿은 한 숟가락도 먹지 못한 채 야단만 맞고 사랑방으로 쫓겨났습니다.
사랑방에서 약이 올라 씩씩대다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가 지났을까 어머니는 땅콩을 넣어 만든 엿 한 덩이를 손에 들고 잠든 나를 깨웠습니다. 달콤하고 고소한 땅콩엿 한 덩어리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안방으로 가보니 먹음직스런 엿 반대기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