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태, 아직 남은 과제들

등록 2005.12.29 17:58수정 2005.12.2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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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줄기 세포와 관련하여 서울대 조사위의 기자간담회가 있었다. 서울대 조사위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어서 발표된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어야 할 것인지 확신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과학적인 검사의 결과까지 완전히 속이는 일은 그다지 있을 법한 일이 아닌 것 같다.

우선 발표의 내용을 보면 냉동상태에 있던 5개는 결국 미즈메디 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라고 한다. 수정란 줄기세포는 핵치환 방식으로 만드는 배아줄기세포에 비하여 줄기세포로 분화가 어렵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난자와 정자의 유전자를 동시에 가지는 것이어서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는 될 수가 없다. 환자맞춤형 배아줄기 세포는 하나도 없고 있었다는 증거도 찾지 못하였다.

황우석 신드롬의 허상

그 간 국민들이 전폭적인 성원을 보냈으나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 성과와 과학자로서의 윤리성은 추락하고 말았다. 회복이 불가능한 지경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정리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첫째, 난자채취과정의 윤리문제이다. 국민들의 기대가 워낙 강렬한 것이어서 연구의 성과만 상당하다면 여론의 질타를 피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국제적인 연구윤리에는 상당히 미달하였고, 지금은 우리의 생명윤리법에도 저촉되는 일이어서 더 이상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연구원의 난자 제공과 제공자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는 부분이 문제였다. 이제는 이 부분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닌 것처럼 사건이 전개되어 버렸지만 간과할 일은 아니다.

둘째,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데이터와 사진 등의 조작문제이다. 연구자가 성과가 나지 않을 때 그런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세계적인 이목을 받고 있는 일이라면 부담도 가중될 것이다. 국제특허를 선점하는 일도 중요하고 국가적 지원을 받아내는 일도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과학은 한 치의 거짓도 허용될 수 없는 분야이다. 논문을 조작한 것은 국제적인 망신이며 학자의 무덤이다.

셋째,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의 수립을 증명하지 못하였다. 수립된 것이 황 교수팀의 주장처럼 오염되고, 바꿔치기 되어 증명할 수 없는 것인지 수립된 일이 없었던 것인지 확신할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당초에 알려진 것처럼 훌륭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확실하다.

넷째, 배아줄기세포의 연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수율의 문제이다. 당초 이백 몇 십 개의 난자를 이용해 11개의 줄기세포주를 수립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하나도 없거나 있었다가 황 교수의 주장처럼 바꿔치기 되었다 하더라도 현격히 수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황우석 신드롬은 아직도 그 여파가 상당히 남아 있다. 그러나 당초 국민이 가졌던 환상에 비하면 매우 미약하거나 거의 실체가 없는 연구가 되어 버렸다. 이미 동물복제 등의 성과마저 의심을 사고 있을 정도로 신뢰를 상실하고 있다.

남은 과제들

몇 가지 확인할 일이 더 남아있다. 황 교수의 주장처럼 이미 수립되어 배양단계에 있던 줄기세포가 미즈메디의 수정란 줄기세포로 바꿔치기 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바꿔치기가 사실이라면 황우석 교수의 뜻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황우석 교수를 곤경에 빠뜨리려는 음모가 숨어 있었던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누가 바꿔치기를 했으며 무슨 목적으로 했는지 검찰의 수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미 줄기세포의 수립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원천기술의 존재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원천기술이 존재한다면 어느 수준까지 발전된 것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것은 과학자들의 조사가 좀 더 깊이있게 진행되어야 밝힐 수 있는 문제이다. 서울대 조사위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면 정부가 나서서 철저히 조사해야 할 일이다.

후속 연구를 포기할 수 없다. 원천기술이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지지 않는 한 지금까지의 성과가 사장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연구팀의 구성원을 모두 바꿔서라도 계속 지원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성과가 전혀 없었다 하더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연구는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황우석 교수팀은 이미 국제적인 신뢰를 상실하였을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상당한 윤리적 문제점을 노출하였기 때문에 연구를 주도할 수 없는 입장이다. 연구팀을 교체해야 한다.

국민들의 지나친 기대와 연구자들에 대한 낮은 수준의 윤리 요구는 다시 돌아볼 일이다. 그의 연구가 많은 국부를 창출할 것이 기대되고, 난치병 환자들의 유일한 희망일지라도 연구자의 윤리의식 결여는 철저히 비판할 줄 알아야 한다. 윤리의식이 결여된 연구의 결과가 장기적으로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현저히 깎아 먹을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줄기세포 바꿔치기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있어야 하고 결과에 따라서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하여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 과학적 연구의 성과가 아무리 높아도 바꿔치기는 아주 심각한 범죄이기 때문에 처벌을 피할 수 없다. 황우석 교수가 자작극을 했는지, 다른 누구의 음모에 의하여 발생한 일인지 밝혀서 처벌해야 한다.

원천기술의 존재여부와 수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과학계의 좀 더 세밀한 조사를 통하여 밝혀지길 기대한다. 밝혀지는 결과에 따라서 유의미한 원천기술이 존재한다면 후속연구를 지속하도록 지원을 오히려 강화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에 원천기술을 빼앗기지 않도록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바꿔치기 의혹 수사와 원천기술의 보유 여부에 대한 조사의 결과에 따라서 연구팀을 새로 구성하거나 보강하여 체계적인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 따라서 연구에 필요한 자발적 난자기증과 임상실험 참여자가 필요하다. 결국 원천기술이 형편없는 일이라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유의미한 수준이라면 국민적 지원이 더욱 절실할 것이다. 황우석 개인의 문제를 떠나서 국가적 연구사업이 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에 국민의 공감과 참여가 절실한 일이다.

의혹이 있어도 여론에 의하여 성역화되고 조사나 검증요구는 매도해 버리는 일방적인 태도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황우석 교수의 일부 문제점이 이미 확인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그를 비판하는 일을 막으려는 태도들은 옳지 않다. 국익이 걸린 문제라 하더라도 진실한 연구의 성과나 실체가 없는 것이라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일방적 감싸기나 일방적 비난에 주저함이 없는 국민들의 문제도 심각하게 재고할 일이다. 이 일을 계기로 건전한 비판과 토론이 가능한 사회로 한 단계 도약하였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 서프라이즈, 외부의 개인블러그에 함께 올립니다.

덧붙이는 글 노사모, 서프라이즈, 외부의 개인블러그에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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