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그림' 제대로 대접하자!

[서평]<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을 읽고

등록 2005.12.30 08:46수정 2005.12.3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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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 한미숙

그림감상은 평면위에 점과 선, 면과 입체로 된 회화를 시각을 통해서 '눈'으로 감상한다. 이렇게 말하면 매우 피상적인 감상법이 될 것임을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은 시사해 준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에 미치지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에 미치지 못한다'고 그가 서문에서 보여주듯 그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감상 이상의 것으로 나아가도록 이끈다.

'눈'이 있으되 보지 못하는 것은 아직 그림 속으로 '마음'을 투영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리라.'마음'의 눈을 뜨지 않으면 이 책의 참된 감상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이 책의 첫 장인 <달마상 撻磨像>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달마도를 옛 그림이나 표구를 다루는 액자가게나 표구점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달마대사의 부리부리한 눈에 그 주위는 굵직한 선이 이어져 있으면서 분위기로 보면 위압적이다. 그러나 오주석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그것은 결코 이 그림의 감상에서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다만 달마대사의 눈과 마음이 하나로 펼쳐져 있는 동양의 정신과 '색'을 만나게 된다. 동양의 '색'은 화려한 색이 아니라 바로 검고 흰색의 대조로서, 아니 흰 바탕에 검은 필체와 그림으로 나타난다.

달마대사의 그림에서 검은 색 이외의 다른 '색'을 볼 수 없다는 것은 바로 동양에서의 정신적 표상의 진수가 '검은 색'에 있음을 글쓴이는 강조한다. 그와 동시에 달마도를 그린 작가 김명국이 그 그림에서의 모습을 통해서 자신의 내면과 정치한 정신의 세계를 내보인다고 하겠다.

그래서 간혹 달마대사가 나오는 그림을 팔려고 하는 사람들이 말하기를, 달마대사의 그림을 걸어 놓으면 모든 악귀와 부정이 감히 범접하지 못한다는 광고를 덧붙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고의 동양화를 수묵담채화에서 찾듯이 정신의 내면은 화려한 총천연색이 아니라 온갖 색이 녹아있는 색, 즉 검은 색 또는 그로부터 다소 부드러운 색조를 지닌 회색이 주류를 이루는 것이라고 한다.

그림은 자기 나름의 해석이라고 해도, 또 그림 감상이 그 사람의 주관적 견해에 따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 책은 또 다른 감상을 보여준다. <고사관수도 高士觀水圖>는 선비가 물을 바라보며 그 곳에서 자신의 생각을 고요히 음미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 그림에서는 동양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물'에 대한 화가의 소감과 느낌이 함께 혼재되어 있다.

너무도 유명한 그림에 또 하나의 서평을 덧붙인다는 것은 옥상 옥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은이 오주석의 감상에 대한 관점이 새롭게 또는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거나 진부한 감상이 되면 재탕 삼탕의 우려먹기식 감상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그런 점을 염두에 두면서 <몽유도원도 夢遊桃園圖>를 보면 기존에 이미 그가 드러내서 보여주는 일관된 관점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몽유도원도>에서 확인하는 세 가지 조망법은 서양화에서는 근대화법이 아닌 한 결코 흉내낼 수도 없는 것이다.

화법이나 구성 또는 설계의 독창성에서 보면 김정희의 <세한도 歲寒圖>는 익히 그 명성이 말해주듯이 천재성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나아가 구성상의 비율이나 그에 등장하는 나무와 집의 배치, 구도에서 분석의 독특함을 읽을 수 있다.

이미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에서 그의 해석과 설명을 보아온 터에 9장 김홍도의 <씨름>과 <무동>은 내용에서 겹쳐진다. 그 외에 이 책에서 특이한 점은 윤두서의 그림을 4장과 6장에서 두 번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윤두서의 <자화상>역시 <한국 美의 특강>에서 이미 검토된 내용이지만, 두 번째 <진단타려도 陳摶墮驢圖>는 새롭게 내놓은 감상문이다.

전체적으로 오주석이 주목하고 있는 그림에서는 그동안 그림 그린이를 '환쟁이'라는 평가절하에서 전통의 우리나라 그림을 그린 '화가'들은 그 마음과 정신에서 하찮은 존재가 아니었음을 일깨워준다. 옛그림의 주인공들은 그 마음과 삶의 태도에서의 간결하고 단아한 모습과 함께 빼어난 그림솜씨를 뽐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그 동안 서양의 화풍에 큰 영향을 받은 탓도 있지만 서양화에 결코 뒤지지 않을 뿐 아니라, 그에 못지않은 깊이가 있음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그러나 오주석의 감상은 단순히 '우리' 나라에 대해 필요 이상의 거품을 들여 감상하라는 것은 결코 아니며 그가 내세우는 호평으로 인해서 우리 그림에 대한 큰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는 점을 시사한다.

덧붙이는 글 | 제목: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지은이: 오주석
펴낸곳:솔 출판사 264쪽, 책값:15000원

오주석:한국 미술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강연을 펼쳤던 그는, 2005년 2월 백혈병으로 안타까운 생을 마쳤다. 저서로는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단원 김홍도> <우리 문화의 황금기-진경시대> 등이 있다.

덧붙이는 글 제목: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지은이: 오주석
펴낸곳:솔 출판사 264쪽, 책값:15000원

오주석:한국 미술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강연을 펼쳤던 그는, 2005년 2월 백혈병으로 안타까운 생을 마쳤다. 저서로는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단원 김홍도> <우리 문화의 황금기-진경시대> 등이 있다.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오주석 지음,
신구문화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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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면을 줘보게, 그럼 진실을 말하게 될 테니까. 오스카와일드<거짓의 쇠락>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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