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본회의에서 처리할 안건에 대해 정세균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정세균 "표결 잘해!" "반란표 나오면 총살이야!" "득표활동 중입니다."
오영식 "오! 총살당하겠다, 저렇게 서있으니까 어떻게 못하겠네(웃음)."
정세균 "(장영달 의원 들어오자) 지도자는 표결 어떻게 하는지 아시죠?"
원혜영 "(웃으며) 이렇게 환대해주시니"
김부겸 "(정세균 의장과 같이 입구 지키다가 권선택 의원 입장하자) 권 의원님, 의장님 나와 계십니다. 왜 나와 계신 줄 아시죠?"
선병렬 "(들어오며) 고민 생기네!"
정세균 "(강창일 의원 들어오자) 나중에 나한테 꼭 부탁할 때가 있을 거야! 잘 하라고!"
김영춘 "뭘 잘하라는 건지(웃음)."
정세균 의장은 의원총회장 앞에서 입장하는 의원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파병반대 반란표를 '단속'했다. 정 의장은 의원들에게 '협박'과 '호소'를 번갈아 구사하며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 가결을 위한 내부 단속에 열을 올렸다.
2시 본회의 개회 직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 의장은 무엇보다도 파병연장안 처리에 각별한 당부 메시지를 전했다. 정 의장은 "지금 엄정한 현실 앞에서 어떻게 처신할지 깊이 성찰해달라"며 "(파병연장안에 대한 열린우리당) 당론은 찬성"이라며 "특별히 개인 사정 있으면 지도부와 협의를 거쳐달라"고 말했다.
김부겸 원내수석은 "사실 당의장을 비롯한 저희 지도부는 노심초사"라며 "가문에서 쫓겨날 위기에 있는 분들은 바로 지도부 신고 해주시면 된다"고 뼈 있는 농을 던졌다.
당론을 어길시 지도부와 협의하라는 정 의장의 말이 나오자 의원들은 술렁거렸다. 유시민 의원은 옆에 앉은 최재천 의원에게 "그럼 당론을 정하는 절차가 엄격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그래야 당론 위배에 따른 징계도 명분이 생긴다"고 말했다. 가령 2/3의 찬성은 권고적 당론, 3/4 찬성은 강제적 당론이라는 식이다.
이에 앞좌석의 최규성 의원이 "과거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임종인 의원이 반대했잖아"라고 말하자 유 의원은 "그럼 딴 당 가라고 해, 반대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해야지, 그럼 당론이 왜 있어?"라고 쏘아 부쳤다.
그러자 최재천 의원은 "표결은 당론이 아닌 양심에 따라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이견을 달았다.
당내 분위기가 이같이 흐르자 파병반대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들어서기 직전까지 반대 의사를 어떻게 표현할지 정하지 못했다. 최재천 의원은 "난감하다, (표결에 불참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정봉주 의원은 "내 소신은 반대지만 정부와 당의 주장을 거부할 수 없다"며 "지도부 압박은 없었지만 기권표를 던지겠다"고 말했다.
유승희 의원은 "분명 파병에 반대하지만…"이라고 마음을 정하지 못한 눈치였다.
한편 유시민 의원은 이라크 전쟁이 "석유 때문에 일으킨 명분 없는 전쟁"이라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지만 이라크 파병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진 것에 대해서는 "비겁했고 또 잘못된 결정이었다"며 이번 파병연장안에는 찬성표를 던지겠노라고 일찌감치 공언한 바 있다. "대통령이 욕먹을 때는 같이 먹고 비가 올 때는 같이 맞아야 되지 않겠나"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오후 2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의원총회장을 나서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 | 열린우리당 '파병반대 반란군' 소신 꺾이나 | | | 지도부 "해당행위" 엄중 경고... 민노 "압력에 굴해선 안돼" | | | | "결국 한나라당이 화장실에서 웃게 만들어 주는 게 아닌지, 그게 가장 고통스럽다."
열린우리당의 파병반대 소신을 밝혀온 한 초선 의원의 말이다. 이 의원은 이날 처리된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 부결을 위해 표결 불참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집권여당으로서 고민을 털어놨다.
실제로 임종인, 정청래 의원을 중심으로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표결 불참'이라는 방식을 통해 파병반대 의사를 표시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우리당 내에서 10명 이상이 재석하지 않으면 의결정족수 미달로 자동 부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비상'이 걸렸다. 원내대표단은 본회의 직전까지 30여명에 달하는 파병반대 의원들을 상대로 출석 단속을 하겠다는 의지다. 정세균 의장은 "걱정"이라면서도 "내부 점검도 하고 필요한 노력도 하고 있어서 걱정이 기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부겸 원내수석부대표는 "자기 소신은 밝히되 (표결에) 참석을 해서 소신을 밝혀달라고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며 "자신의 소신과 또 파병연장안이 지니는 무게를 개량해서 처신해달라"고 요구했다.
주요당직자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당론을 어기면 당 윤리위에 회부할 수 있는 징계 규정이 있다"며 "그런 불이익에도 소신(반대 표결)을 지키는 것이면 모를까, 표결 자체에 임하지 않는 것은 '잔수'"라고 압박했다. 이어 "분명한 해당행위"라며 "장외에 나가 있는 한나라당과 뭐가 다르냐"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날 오후 2시에 열리는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물밑 접촉을 갖고 파병연장안 '부결'을 위한 입장을 최종 조율중이다. 이 결과에 따라 민주노동당의 공식 입장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심상정 원내부대표는 브리핑을 통해 "한나라당이 등원하지 않은 상태에서 철군 논의에 물꼬를 틀 수 있는 중요한 전기에 있다"며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기억하는데, 당 지도부의 압력에 이 같은 좋은 기회를 포기하면 양심과 시대의 요구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압박을 가했다.
이어 심 부대표는 "평화를 사랑하는 다른 당 의원들과 함께 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한 명의 의원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서 물밑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이날 오후 1시 의원총회를 열어 파병연장안 등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될 법안들에 대한 표결 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당신들의 이름을 기억하겠습니다"
지난 7월 제출된 '이라크파견국군부대(자이툰부대) 철군 촉구' 결의안은 여야 총 30명의 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바 있다. 올해 마지막 본회의에 상정될 파병연장동의안의 부결 여부는 이들의 선택에 달린 셈이다.
철군 결의안 발의자 명단
▲열린우리당 (17명) 임종인 강기정 강창일 김원웅 김재윤 김태년 문석호 박찬석 유승희 이원영 이인영 임종석 장경수 장향숙 정봉주 정청래 최재천
▲한나라당 (2명) 고진화 배일도
▲민주당 (1명) 손봉숙
▲민주노동당 (9명) 강기갑 권영길 현애자 노회찬 단병호 심상정 이영순 천영세 최순영 (조승수 전 의원) | | | | |
[2신 : 30일 오전 10시25분]
"한나라당 국회 나간지 3주... 오늘은 본회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