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진(世塵)을 씻어주는 올라프

동화의 마법에 빠져 한 해를 마무리하는 즐거움

등록 2005.12.30 15:19수정 2005.12.3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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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동화 ⓒ 문학동네어린이

현대인은 바쁘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돌아간다. 밀리며 이어지는 일상사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나를 잃어버리게 한다. 나도 모르게 세진(世塵)으로 인해 자아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로 전락되어버린 것을 깨닫게 되지만 방법을 찾기란 어렵다. 주도적인 삶을 누리기란 힘들다.

동화는 마법을 가지고 있다. 영원히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동심을 되찾게 해주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 나도 모르게 놓아버린 참 나를 찾아가게 해준다. 두껍고 진하게 끼어서 진짜를 알아보지 못하게 만들어버린 세진을 말끔하게 씻어주는 효력을 가지고 있다. 진짜 나 즉 자아를 되찾아준다.

올라프는 바로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동화 속의 주인공인 사슴이지만 세진(世塵)을 투명하게 드러나게 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황금에 눈이 먼 욕심을 마음 한 번으로 털어버릴 수 있는 산타의 모습에서 마법을 확인할 수 있다.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수용하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올라프의 해저 탐험>은 마법을 발휘하는 놀라운 동화다. (주)문학동네에서 2005년 11월 25일 발행한 이 책의 글과 그림은 쓴 이는 폴커 크리겔이다. 독일 사람으로 기타리스트, 작곡가, 비평가, 작가, 번역가, 삽화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다재다능한 사람의 작품이어서 더욱 돋보인다. 옮긴이는 이진영이다.

미래는 창의성에 달려 있다. 새로운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세상이 된다. 새로운 생각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할 때 구태의연한 방법을 사용하게 되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힘이 들 뿐만 아니라 효율성을 높일 수 없다. 브레인 스토오밍이 각광을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주인공인 올라프와 산타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아이스하키를 한다는 생각에서부터 신비롭다. 이야기의 전개 장소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이는 관점을 달리하지 않고는 할 수 없다. 북극에서 얼음 밑으로 그리고 저주받은 해적들의 은신처에 이르기까지 독자들의 고정관념을 부수고 있다. 당연 이야기가 흥미로울 수밖에 없고 신난다.

거위 고기와 크리스마스트리는 소재다. 나쁜 짓을 한 해적들이 저주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백년이나 고통을 받았으니 그들에게도 선물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구원에는 편견이나 차별심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그렇게 희망을 주고 난 뒤 보상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보시란 주는 것만으로 기쁨인 것이다. 그래서 대가로 받은 황금은 고래 차지가 되고 만다.

마법의 절정은 마지막 부분이다. "우리는 운이 좋았고, 식인 고래는 배가 아파 죽을 고생을 하고 있을 테고 늙은 선장 멕포거티는 마침내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고 말이다." 이 얼마나 멋진 마무리인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삶의 지표가 될 수 있는 구절이다. 한 해의 마지막에 서서 정말 좋은 동화를 읽었다. 일독을 권한다.

올라프의 해저 탐험

폴커 크리겔 지음, 이진영 옮김,
문학동네어린이,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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