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혜
콩 한쪽도 나누어 먹으려는 내 고마운 이웃들에게 나는 과연 얼마나 너그러웠을까. 아무리 움켜 쥐어 봤자 한 웅큼밖에 안 되는 것들을 내 것이라 고집 부리진 않았을까. 행여 그들과의 사이에 금이라도 그어 놓진 않았을까. 혹여 말로만 이웃사촌이라 떠들어댄 건 아니었을까. 이웃들이 건네는 따스한 손길을 나는 과연 얼마만큼 따스하게 맞잡아 주었을까. 이제부터라도 이웃들이 건네는 웃음에 나 스스로 티끌만큼도 부끄러워져선 안 될 것 같았습니다.
팔공산을 오르다 보니 군데군데 수북하게 쌓인 돌탑들이 보였습니다. 누군가는 간절한 소원을 대신해 돌 하나를 얹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반성을 대신해 돌 하나를 얹었을 것입니다. 그런 나름의 돌들이 거대한 탑을 만들어 놓았음이 분명했습니다. 탑 꼭대기에 조심스레 돌을 얹었습니다. 소원보다는 반성을 대신한 돌이었습니다. 아니 온전하게 반성할 수 있기를 소원했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었습니다.
저만치 정상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마엔 땀이 흐르고 숨이 가빠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앞서 오르던 남편과 딸아이가 잠시 쉬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복희야. 힘들지?"
"네."
"힘들어도 한번 올라가 보는 거야. 산에 올라가면 힘들었던 만큼 기분도 좋을 거야."
"네."
딸아이도 어지간히 힘이 든 것 같았습니다. 이마엔 땀방울이 맺혀 있었고 얼굴은 발그레하니 홍조를 띠고 있었습니다. 딸아이가 힘든 건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힘든 만큼 보람도 크다는 걸 가르쳐 주고 싶었습니다. 땀방울이 흐르는 이마와 열기로 후끈거리는 등이 시원해질 때의 그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또 힘든 일을 해냈을 때의 성취감이 어떤 건지 아이로 하여금 깨닫게 해주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