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년 "공익이사제 확대"→05년 "위헌"<br>한나라 교육위 간사의 이상한 '변신'

01년 "공익이사제 확대"→05년 "위헌"
한나라 교육위 간사의 이상한 '변신'

등록 2006.01.03 12:14

수정 2006.01.03 13:44

▲**문제의 2001년 성명서. "회장 : 이군현, 대변인 황○○"이란 글자가 선명하다.**윤근혁

사립학교법 반대 장외투쟁중인 한나라당의 이군현 교육위 간사가 2001년엔 현재와 정반대 내용의 공식 성명서를 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회장 재직 당시인 2001년 6월 20일자 공식 성명에서 '공익이사제 확대 도입을 통해 이사장의 자의적 운영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한나라당은 공익이사제와 똑같은 제도인 개방형이사제에 대해 '전교조에게 모든 것을 몰아주기 위한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주장하며 장외투쟁까지 벌이고 있다. 이 의원은 현재 한나라당 내 '사학법 원천무효와 우리아이지키기 범국민운동본부'의 간사를 맡고 있다. 또한 이 성명서를 실제로 작성한 황아무개 당시 한국교총 대변인 역시 이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이군현 한나라당 의원. 그가 갑자기 변신한 이유는 뭘까?**오마이뉴스 이종호

"한국교총 회장 이군현, 대변인 황○○"이라고 적힌 A4 용지 3장 분량의 2001년 성명서에는 "학교법인 구성에 있어서 공익이사제를 도입하여 그 인원을 이사중 1/3선으로 정해 선임절차를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사 수에 대해서도 "현행 7인 이상에서 초중등학교의 경우 11인 이상, 대학의 경우 15인 이상으로 그 인원을 확대하고 구성을 다양화하여 이사장의 자의적 운영을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01년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설훈 의원 등이 중심이 되어 사립학교법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이 법의 뼈대가 바로 공익이사제였다. 공익이사는 개방형이사와 같은 형태로 학교운영위원회가 추천하도록 했지만, 이 때 민주당은 시기상조 등의 이유로 이 제도를 분규가 있는 사학에 국한해 적용하기로 그 범위를 좁혔다.

이같은 조처에 대해 이군현 의원이 당시 회장이었던 한국교총은 '전체 사립학교로 확대하라'고 반기를 든 것이다.

이군현 "그런 성명서 냈는지 전혀 기억 안나"

2004년 4월 한국교총 회장을 중도사퇴하고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된 이 의원은 지난 해 12월 사학법 정국에서 과거와 정반대 행보를 거듭했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 교육위 간사 이름으로 기자들에게 돌린 '사학법 무엇이 문제인가'란 제목의 자료에서 "특정집단에서 추천한 이사의 임명을 강요하는 것은 명백히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개방형이사제에 대해 비난했다.

이어 그는 "사학법인은 개인이 재산을 출연해 만든 법인의 사유재산"이라면서 "개방형이사제는 이사회 구성에 대한 간섭으로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제한함으로써 법인의 사적 재산권을 인정하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되는 법률"이라고 주장했다.

또 당 홈페이지에 투고한 글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특정학교의 경우 교원위원 40% 전부가 전교조 교사로 충원될 가능성이 있고, 이때 전교조가 추천하는 인사가 이사로 선임될 확률은 사실상 100%"라며 교육부와 정반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 의원은 2일 전화통화에서 과거 행적과 정반대의 주장을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2001년 공익이사제를 주장한 성명서를 냈는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면서 "그 때는 공익이사제를 찬성했는지, 사립학교법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졌는지 기억을 못하겠다"고 말했다.

박경양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개방형이사제가 사회주의적이라고 한 한나라당 이 의원이 사실은 몇 해 전 이와 다를 바 없는 공익이사제를 주장한 것에 경악한다"면서 "자신들이 주장하면 자유주의적인 것이고 남이 주장하면 사회주의적인 것이냐"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