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거리 술탄 아흐멧

[2주 간의 터키 여행기]이스탄불의 자랑 아야 소피아에 가다

등록 2006.01.03 16:02수정 2006.01.0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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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부산했다. 그 전날 어떻게 퇴근을 하고 집에 왔는지 그리고 마지막 준비를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정말이지 이런 몸 상태로 여행을 간다는 것이 맘에 들지 않지만 힘겹게 회사 일을 마무리하고 일주일 휴가를 받았으니 고된다고 해도 아무 말할 수가 없었다. 그저 나의 일상에서 나를 구출해줄 수 있는 길은 빨리 이륙하는 것뿐이었다.

하늘을 날아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공항에 도착해서야 머리는 가벼워졌다. 아주 오랜 시간 비행을 했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공항에서 술탄 아흐멧까지 가는 길도 어렵지 않았다. 지하철과 트램은 편리했고 터키 사람들은 친절했다. 숙소에서 주는 아침을 먹으며 옥상에서 바라보는 이스탄불의 바다는 황홀할 만큼 아늑했다.


'그래! 이 순간을 기다린 것이다. 이런 여유를!'

터키식 아침식사는 다음과 같다. 큰 접시 위에 얇게 썬 토마토 몇 조각, 오이 몇 조각, 꿀, 버터, 딸기잼, 체리잼, 살구잼(가끔 진짜 집에서 만든 잼이 나오기도 하는데 맛이 기막히다), 절대 안 빠지고 나오는 두부 모양의 치즈(처음에는 두부인 줄 알았다. 정말 두부처럼 생겼다. 터키 사람이 한국에 오면 우리나라 두부를 터키의 치즈로 착각한다고 한다), 삶은 달걀 그리고 빵이 가득 담긴 바구니, 마지막으로 터키인들이 하루에 열번도 더 마신다는 차이 한잔.

a 야외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먹는 아침

야외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먹는 아침 ⓒ 김동희

아침도 제대로 못 먹고 부랴부랴 출근하기 바빴던 엊그제와 달리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에 앉아 햇빛을 맞으며 이런 멋진 아침을 먹고 있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아침에 많은 시간을 소비한 후 이스탄불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아야 소피야 성당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아야 소피아가 위치한 술탄 아흐멧 지역은 모든 공간 자체가 옛스럽고 역사의 때가 묻어있는 듯했다. 거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붉은 색이 도는 아야 소피아와 블루 모스크, 그 옆 히포도롬까지 눈에 펼쳐지는 엽서 같은 장면들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에 있는 술탄 아흐멧 공원의 분수와 꽃들은 마찻길로 되어 있는 이 역사의 길을 환하게 만들어준다.

a 이스탄불을 대표하는 아야 소피아 전경

이스탄불을 대표하는 아야 소피아 전경 ⓒ 김동희

많은 사람들이 이스탄불을 대표하는 건물을 이야기 할 때 서슴없이 말하는 아야 소피아는 밖에서 볼 때는 빛 바랜 붉은 벽이 수수해 보인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겹겹이 쌓인 시간의 무게가 황금빛으로 관람객의 머리에 쏟아진다. 공사 중이라 한 부분이 까만 철골로 가득했지만 그 느낌을 반감시키지는 못했다. 두 번째 재건 후 헌당식이 있는 날 유스타니아우스 1세가 "솔로몬이여, 우리는 너를 이겼노라!"라고 외칠 만 했다.


아야 소피아의 멋진 돔 구조뿐만 아니라 회칠에서 벗겨져 나온 모자이크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출입구와 이층을 오가며 모자이크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리고 아야 소피아에서도 가장 멋진 모자이크로 꼽는 예수님, 마리아 그리고 세례 요한이 그려진 모자이크 앞에 서면 그 감동은 절정에 이르게 된다. 아직 회칠이 반이나 남아 있지만 얼굴은 모두 복원이 된 상태다. 예수님의 표정과 자태가 얼마나 인자한지 그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진다.

a 입구 위에 새겨진 예수의 모습. 모자이크 작품이다.

입구 위에 새겨진 예수의 모습. 모자이크 작품이다. ⓒ 김동희

a 아야 소피아 모자이크의 백미, 예수님의 모습

아야 소피아 모자이크의 백미, 예수님의 모습 ⓒ 김동희

a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답고 인상적이다.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답고 인상적이다. ⓒ 김동희

또한 그리스 정교회의 본산인 이 곳이 이슬람 사원이 되면서 변한 부분도 볼 수 있다. 가장 크게 변한 것은 밖에 세워진 미나레트 그리고 메카의 방향을 가리키는 마흐라브와 천장에 걸쳐져 있는 아랍어가 적혀 있는 큰 원판이다. 여기에는 알리, 마호메트, 아부 바크르, 오마르, 알리가 적혀있다고 한다.


a 아야 소피아 내부의 모습

아야 소피아 내부의 모습 ⓒ 김동희

또 하나의 재미는 눈물 흘리는 기둥을 찾아 손가락을 넣어 보는 일이다. 지나가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손가락을 넣어 보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이 기둥에 있는 작은 구멍에 손을 넣고 돌렸을 때 손에 물이 묻으면 아픈 곳이 치유되었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손가락에 습기가 느껴질 뿐 물이 묻지는 않았다. 한참동안 다른 관광객들을 관찰했지만 아무도 물이 묻은 사람은 없었다.

밖으로 나오니 전통 옷을 입고 애플 티를 파는 아저씨들도 보이고 깨빵인 Simit를 팔고 계신 할아버지, 끈기 있는 아이스크림인 돈두르마를 외치는 젊은이들 그리고 누가 외국인이고 누가 내국인인지 구분이 잘 안 되는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거리에 가득하다. 마찻길에는 예쁜 테이블이 놓여져 있고 테이블마다 꽃병이 센스있게 자리잡고 있다.

고풍스러운 건물의 발코니에는 형형색색의 꽃들로 가득하다. 분위기에 취해 테이블 한 곳에 앉아 차를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고 있기만 해도 좋다. 따뜻한 햇살 그리고 이 여유가 몸을 나른하게 만든다.

a 깨빵인 Simit을 파는 모습

깨빵인 Simit을 파는 모습 ⓒ 김동희

숙소를 향해 가고 있는데 느끼하지만 잘생긴 총각이 차나 한잔 하라고 한다. 벌써 두 번째다. 나른한 기분에 가게에 들어가 차를 한잔 했다. 장난스러운 이야기들로 마무리를 하고 나왔다. 왔다갔다 하면서 만난 카펫 가게 점원을 피해 삥 둘러 숙소로 돌아갔다. 카펫을 팔기 위해 나 같은 관광객들에게 친절하게 이야기 거는 그들이 나에게 차를 마시라고 하면 나는 또 거절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가능성을 없애는 방법은 삥 둘러 오는 방법 하나뿐이었다.

피곤함이 밀려왔다. 따뜻한 물로 피로를 녹이고 특이한 리듬의 터키 음악 채널을 틀어 놓고 있으니 이 곳이 내가 그토록 갈망하던 터키라는 게 실감났다.

Good night Istanbul. 내일 또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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