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된 어용·폭력 교수들을 구제한다고?

'임용 탈락자 구제특별법' 시행 부작용 우려... 조선대, 학원민주화 역사도 '흔들'

등록 2006.01.04 19:52수정 2006.01.04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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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해 제정된 재임용 관련 특별법 시행에 대해 조선대학교 학내외 10개 단체는 비상대책위를 결성하고 법 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비대위 기자회견.

지난해 제정된 재임용 관련 특별법 시행에 대해 조선대학교 학내외 10개 단체는 비상대책위를 결성하고 법 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비대위 기자회견. ⓒ 조선대 비대위

광주 조선대학교의 학원 민주화 역사가 위기감에 젖고 있다. 의원입법으로 제정, 시행 중인 '대학교원 기간임용제 탈락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 때문이다.

특별법은 75년 이후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원들에 대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특히 족벌 체제로 운영되는 사학에서 재단의 비민주적인 운영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재임용에서 탈락, 해임된 교원들 역시 구제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조선대학교에서는 법 취지와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별법이 조선대의 민주화 과정이 가지는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해 엉뚱한 문제가 생겼다. 88년 이후 학내 민주화 운동과정에서 구 재단에 협력하거나 민주화를 외치던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해 '퇴출'당했던 교수들이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빌미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과거 행적에 대해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학내 민주화운동 역사 훼손"... 12명 심사청구

a 지난 84년 6월 학내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들이 학내 행진을 하려하자 일부 교수들이 학생들을 제지하고 나섰다. 비대위는 "학내 민주화 과정에서 구재단에 협력한 반민주, 폭력 교수들이 구제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84년 6월 학내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들이 학내 행진을 하려하자 일부 교수들이 학생들을 제지하고 나섰다. 비대위는 "학내 민주화 과정에서 구재단에 협력한 반민주, 폭력 교수들이 구제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조선대 비대위

이에 따라 조선대 민주동우회·총학생회·교수평의회·노조 등 10여개 학내외 단체들은 '민주조선대학교 수호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지난해 10월부터 결성해 특별법 시행 중단과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특별법이 "학원민주화에 역행했던 반민주 어용 무능 폭력교수들에게까지 재심사 기회를 부여하고 구제의 길을 열어놓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제정된 특별법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원소청심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현재 심사를 진행 중에 있다. 교육부는 청구 대상자가 492명으로 예상했으며 현재까지 119건의 심사청구를 받아 11건(재임용거부 처분 취소 결정 7건, 기각 1건, 각하 3건, 보류 4건)에 대해 심사를 마쳤다.

비대위는 조선대의 경우 청구자가 1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 중 40여 명이 학원 민주화 과정에서 퇴출당한 인사"라고 밝히고 있다. 40여 명 중 지난해 12월 말 현재 12명이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지난 87년 조선대 학생들은 당시 박철웅 이사장 등이 대학을 족벌체제로 운영하면서 온갖 전횡을 일삼은데 대해 민주화를 외치며 113일 동안의 농성을 벌인 바 있다.

88년 1월 8일, 경찰은 농성 학생들을 강제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이아무개 학생이 투신을 하는 등 많은 학생들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이른바 '1·8항쟁'을 통해 조선대학교는 학부모, 학생, 동창회, 교수 등이 참여하는 '대학자치운영협의회'라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학내 민주화를 위한 후속조치를 취했다. 이 과정에서 '문제교수 처리를 위한 조사위원회'를 구성, 88년과 89년 사이 33명을 재임용에서 탈락시키거나 직권(의원)면직 등을 통해 퇴출시켰다.


반면 '학원민주화를 요구하다 구 재단에 의해 부당하게 파면 등을 당한' 고 김기삼 전 총장 등 33명의 교수에 대해서는 다시 복직시켰다. 김낙중 비대위 집행위원장은 "법의 취지에 충분히 동의하지만 조선대의 경우는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어떻게 박철웅 체제에 협력하고 민주화를 외치는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이들을 받아 줄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무능·폭력교수 등 대상자서 제외시켜야"... 조선대, 헌법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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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대 비대위

a 지난 87년 113일 동안의 농성을 벌이는 과정에서 학부모들도 나서 폭력교수 퇴진 등을 요구했다(위). 특별법 시행으로 새삼 이들이 주목받고 있다. 조선대 캠퍼스에는 각 단과대학 학생회 등이 이들의 복직 등을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곳곳에 걸었다.(아래)

지난 87년 113일 동안의 농성을 벌이는 과정에서 학부모들도 나서 폭력교수 퇴진 등을 요구했다(위). 특별법 시행으로 새삼 이들이 주목받고 있다. 조선대 캠퍼스에는 각 단과대학 학생회 등이 이들의 복직 등을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곳곳에 걸었다.(아래) ⓒ 오마이뉴스 강성관

비대위와 대학 측은 "재심사 기회를 가진 대상자 대부분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과 재단편에 서서 학원민주화 운동을 탄압하는데 앞장 섰거나 재단의 온갖 전횡에 기여한 88년 민주화투쟁으로 축출된 교수들"이라며 "600억 원대에 이르는 보상금을 지불할 경우 대학재정은 파탄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민주화운동 관련 법에 의해 조선대 학내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당시 학생들이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은 상황에서, 민주화의 대상이 됐던 이들이 "명예 회복"을 한다면 민주화운동 역사가 크게 훼손받을 처지다.

비대위 최상진 홍보담당은 "법 개정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당장에 심사위원회가 구 재단에 협력했던 어용·폭력·무능 교수들에 대해서는 기각해야 한다"며 "심사기준에 학생교육 부분 등이 적시됐지만 구체적이지 않아 어떤 판단을 내릴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조선대학교 법인 관계자는 "소급입법으로 인해 재산상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위헌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조선대학교는 지난해 12월 특별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제기하는 한편 특별법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함께 냈다.

이와 관련 심사위원회 한 관계자는 "조선대의 경우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정황 등을 자세하게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며 "법 개정 문제 등은 우리가 말할 처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결성된 조선대 비대위는 오는 6일 열릴 예정인 '1·8항쟁 18주년 기념식'에서 공식 출범식을 열고 보다 더 광범위한 활동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비대위는 앞서 지난해 12월 말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 등을 면담하고 법 개정 등을 대책을 촉구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기간임용 탈락자 구제특별법' 무슨 내용 담았나
75년이후 재임용 탈락자 등 490여명 청구인 대상

특별법은 지난 2003년 12월 헌법재판소가 대학의 자유재량권인 재임용 권한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과거 재임용 탈락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제정된 후속 조치 중 하나다.

그 동안 대학 교원은 재임용제도가 실시된 75년 이후 재임용 탈락 처분을 당해도 어떠한 이의제기 기회를 갖지 못했다. 지난해 7월 제정된 특별법은 1975년 재임용제도가 도입된 이후 2005년 1월 27일까지 대학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원들이 '교원소청심사특별위원회(지난해 10월 출범)'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재임용에서 탈락했다가 사망한 사람의 상속인도 재심을 요청할 수 있다. 부당성이 입증될 경우 청구인은 대학에 복직하거나 재임용 탈락 이후 받지 못한 임금 등을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또 해임·파면 또는 면직 된 후 소송과정에서 임용기간이 만료돼 '소의 이익이 없다'는 판결을 받은 경우와 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았으나 '임용기간 만료'라는 사유로 재임용되지 않은 경우도 포함시켰다. 특히 특별법은 심사위원회 결정에 대해 법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권한을 제한했다. 재심 청구는 올 4월 13일까지로 한정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재심 청구 예상자를 492명으로 추정했으나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특별법과 관련 조선대학교의 특수성 이외에도 특별법의 소급입법 등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심사위원회 결정 이후에 청구인과 대학측의 갈등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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